[군산 ‘맛' 대첩] 미식가 순례 코스...짬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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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미식가 순례 코스...짬뽕(4)
  • 정영욱
  • 승인 2020.01.17 10:10
  • 기사수정 2022-01-1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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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성루‧ 수송반점 등 4대 천황 등극 … 관내 160여 개소 성업 중
근대기 때부터 중국집으로부터 전수된 식감에 한국화된 음식 확고
시, 짬뽕 특화사업 추진했지만 지지부진

 

짬뽕 도시 군산에는 전국적인 유명 짬뽕 명가들이 즐비,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사진은 복성루.​
짬뽕 도시 군산에는 전국적인 유명 짬뽕 명가들이 즐비,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사진은 복성루.​

 

군산짬뽕도시다. 아니 전국의 짬뽕요리를 선도하는 성지라 할 수 있는 말들이 식도락가들로부터 회자될 정도다.

짬뽕 투어 관광객이 선정한 전국 짬뽕 4대 천황에는 복성루와 수송반점 등 군산 음식점 2곳이 반열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블로그에 관심을 끈 전국 5대 짬뽕에도 복성루가 당당히 들어있을 정도다.

최근 들어 지린성과 쌍용반점 등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빈해원을 비롯한 홍영장, 영빈각, 제일반점 등 전통적인 중국집들도 맛의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짬뽕 분야에서 전국짬뽕의 흐름을 좌우할 정도로 군산의 입지는 확고하다 할 수 있다.

복성루 짬뽕./사진 제공=군산시
복성루 짬뽕./사진 제공=군산시

군산짬뽕의 유래는 어디에서 왔고 그 짬뽕 맛이 전국 마니아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군산은 개항이후 전국적인 경제도시이자 한때 3대 항구 도시로서 각광을 받아왔던 곳이다. 이런 역사성에다 육지와 바다라는 공간을 끼고 있는데다 해산물 등 물산이 풍부한 지리적인 특성을 지닌 곳이어서 남다른 맛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화교들로부터 전수된 짬뽕맛을 일부 선도적인 장인들은 군산특유의 맛으로 만들어 발전시켜왔고 전통중국집들은 장인정신으로 무장, 반백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며 군산만의 독창적인 짬뽕을 만들어내 전국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짬뽕가를 뒤흔들고 있는 짬뽕 유래와 군산 짬뽕 맛의 탄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군산사람이면 중국집에 가면 항상 고민하는 음식 고르기에 봉착한다.

쌍용반점 짬뽕/사진 출처=군산시
쌍용반점 짬뽕/사진 출처=군산시

중국음식점에서 최종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자장면이야, 짬뽕이야’다. 중국집 대표 음식인 짬뽕의 유래와 군산만의 특장을 다루고 군산시가 짬뽕거리 조성 등 짬뽕 특화사업을 추진한 세부 내용을 점검했다.

◇ 짬뽕의 역사와 전파… ‘중국-일본- 한국’ 거친 토착 음식

짬뽕은 얼큰한 국물이 속을 후련하게 하고 맛있는 해산물과 면발이 있는 중국 음식이지만 사실상 토착화된 음식이다.

나가사키에서 화교가 만든 음식

짬뽕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설은 이렇다.

중국 국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짬뽕이 되었고 일본 짬뽕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식 짬뽕이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짬뽕의 탄생 과정을 보면 1899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나가사키는 일본 최초의 개항지로 해외문물이 들어오는 창구였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항구 노동자로 일하던 쿨리 등 중국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던 곳이다.

대만의 맞은편에 있는 중국 본토의 푸젠성 출신 천핑순(陳平順: 1873~ 1939)이라는 중국 화교가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람은 이곳에서 ‘시카이로’라는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만들었고 이 때 만든 짬뽕이 그 시조격이다.

이 짬뽕의 원형은 본래 중국 푸젠성 사람들이 즐겨 먹던 탕육사면이었다고 한다. 이 탕육사면은 고기 국물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실처럼 가늘게 찢어 넣고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천핑순은 이를 응용, 돼지와 닭 뼈를 푹 고아내 국물을 만들고 나가사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이 싼 문어와 작은 새우, 자투리 고기, 양배추 등을 넣어 국수를 끓여 만들었다.

이 국수는 돈 없는 화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싸고 맛이 있고 푸짐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지역에 사는 일본인들까지 즐겨 먹었단다. 이 음식점은 지금도 이 곳에서 영업 중이며 천핑순의 자손이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표준어로는 츠판(吃飯)하고 불리어야 하지만 푸젠성 출신들은 그곳의 사투리로 ‘샤뽕’이라 했는데 이를 잘 알지 못한 그 당시 일본인들은 새로운 중국식 우동이라 생각했다. 여기에서 변형된 말이 일본에서는 ‘찬폰’이라고 부르게 됐고 일본어 ‘찬폰’이 한국으로 건너와 오늘날 짬뽕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 때 한국과 일본 등을 오가는 화교들에 의해 전해졌다는 것이 우리나라 짬뽕의 유래라 할 수 있다.

일본 짬뽕은 국물이 하얗고 뽀얗다는 특징을 지녔다면 우리나라로 건너온 이 음식은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가고 맵고 빨간 색조를 띤 짬뽕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 당시 국제 교류가 빈번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은 이를 한국인 식성에 맞춰 개발한 음식이 한국 짬뽕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제물포(현재의 인천)의 화교들은 리어카에 화로를 싣고 다니며 야채를 볶아서 국물에 넣고 즉석으로 만들어 팔았다. 짬뽕은 중국 음식을 원형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는 어려운 형태로 변형됐다.

짬뽕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토착화된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군산의 짬뽕 유래는

군산짬뽕집은 얼마나 될까.

인구대비 군산을 대표할 정도로 많은 짬뽕 음식점들이 영업 중이다. 그 수만도 160여 곳에 달하고 있단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집들은 세대를 달리하면서 맛을 전수해왔을 뿐 아니라 그 맛에 관한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평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짬뽕에 대한 설은 많지만 군산에 유래한 정확한 내용은 아직 없다.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화교를 통해 유래됐고 발전된 것이 군산짬뽕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군산의 짬뽕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주로 정착했던 산동성지방의 중국인들이 자신의 고향 음식이었던 초마면의 변형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유래라고 하는 원로 중국집 주인의 증언도 있지만 정설로 단정하기 쉽지 않다. 물론 짬뽕의 원조와 달리 군산짬뽕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지만 일반적인 짬뽕과 유사한 전수과정은 있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정착한 화교들은 초기에는 포목상이었지만 부두 노동자 등이 1920년대에 대거 들어오면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 초마면을 조리해서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짬뽕의 국내 유입과 유사한 흐름을 갖고 있다.

일제 때 문을 연 동해루(장미동 전북은행 본점 인근)는 카페 제직스의 옛 자리이고 이곳에서 청요리가 유명했단다. 옛 쌍성루는 서울자개 앞 양키시장 입구에 있었고, 옛 군산시청 뒤편 김비뇨기과 밑의 커피숍 자리에는 옛 평화원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들 중국집이 대표적이었다면 60~ 80년대에는 30~ 40개의 중국집이 성업했을 정도로 군산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런 점에서 군산의 짬뽕 역사는 장미동 및 중앙로 등 원도심권에 시작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가 계획 중인 짬뽕거리사업은 이 같은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관광객들과 전국의 미식가들을 공략하는 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 시, 군산짬뽕거리 조성 온힘… 맛과 스토리텔링에 승부수

민선 7기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골목상권 육성이다. 그 취지는 간단명료하다.

전국 최고의 짬뽕 맛을 활용한 특화거리 조성과 지역 브랜드가치 제고를 통한 지역경제 회복과 활성화라 할 수 있다.

군산은 맛에 관한한 여느 도시를 크게 능가할 정도로 풍부한 토양과 맛의 DNA를 갖춘 특별한 곳이어서 이를 살리기 위해 시차원의 특별한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

시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의 위기 속에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이 사업이 군산 짬뽕 특화사업.

농림축산식품부는 군산시의 노력에 부응, 국비 7억5000만원을 지원했고 시도 여기에 7억5000만원을 톡같이 투입해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예산은 다소 부족한 것이지만 장기적인 차원의 접근을 통해 첫 단초를 만든다면 그 의미는 예산 규모 이상일 것이다. 과거 전주 한옥마을의 그것이 그러했듯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추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권과 지원금액 등의 문제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해 자칫 포기할 우려마저 안고 있다.

맛의 도시처럼 특단의 대책과 노력은 물론 짬뽕요리점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절실한 대목이다.

누구의 노력도 아닌 우리 군산을 위한 동참과 함께 적극적인 방안 마련에 머리를 숙고해야 할 때다.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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