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삭풍 맞은 ‘물메기탕’ 겨울진미…감칠 맛 '뿜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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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삭풍 맞은 ‘물메기탕’ 겨울진미…감칠 맛 '뿜뿜'(13)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3.31 16:13
  • 기사수정 2022-01-1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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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 말려 끓여 먹는 맛 최고… 일풍식당, 다맛, 성환식당 등 맛집 즐비
최고의 해장국 재료 ‘생물로 먹을까, 말린 것 먹을까’ 골라 먹는 맛도
물메기의 다른 이름들… 곰치, 바다미꾸리, 물잠뱅이, 미거리 등 다수
일풍식당 물메기탕./사진=군산시
일풍식당 물메기탕./사진=군산시

 

군산 등 전북과 서해안 일대의 겨울철 대표 음식이자 해장국으로 적격인 음식 중 하나가 서해안 물메기탕이 아닐까.

물메기탕은 육지 쪽에서 다소 생소하지만 군산 등 서해안 쪽에서 특히 해장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메기의 표준어는 ‘꼼치’이지만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주로 물메기로 불린다.

물메기를 지칭하는 명칭은 지역별로 다르게 불리는데 강원도에서 곰치 또는 물곰, 충남에서는 바다미꾸리 또는 물잠뱅이, 경남에서는 미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서해안지역의 맛집들은 물메기를 미리 사서 옥상이나 마당 등에 말린다. 이 광경도 맛집을 상징하는 진풍경이나 다름없다. 이를 구경하고 맛을 본 사람들은 군산과 부안 등 서해안 지역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모습들이다.

북서태평양의 온대해역에서 서식하는 물메기는 해마다 11월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고루 잡힌다.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힌 물메기의 맛은 일품 중에 일품.

하지만 손맛 좋은 군산 등 도내 서해안권 음식점들이 얼큰하고 시원한 물메기탕을 내놓으면서 최근 겨울철 서해안 별미로 자리 잡았다.

일찍이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친형인 정약전 선생은 호남권 섬지역 유배 중 저술한 자산어보에 ‘고기 살이 매우 연하고 뼈가 무르며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기록할 만큼 최고의 해장국 재료로 꼽았다.

성환식당 물메기탕
성환식당 물메기탕

 

물메기는 군산 등 서해안 지역의 겨울철 식탁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도 이웃 전주 등 내륙도시에서는 생소한 생선탕이다.

물메기는 생김새가 곱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몸체가 물렁물렁하고 머리의 폭이 넓고 납작하다. 얼핏 민물고기인 메기와 흡사하고 반투명하고 연한 청갈색 바탕에 그물 모양의 갈색 무늬를 띄고 살점은 흐물흐물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생선이다.

생김새 때문에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물메기는 생선취급을 받지 못했고 어부들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쩌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해서 바다에 버리거나 기껏해야 사료로 쓰이던 처량한 신세였다.

자산어보가 물메기의 숙취해소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해점어(海鮎魚: 물메기)의 속명은 미역어(迷役漁: 무엇에 쓰는 물고기인지 모르겠다)’라고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물메기가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데 그 때가 1990년대다.

물메기탕이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겨울철 맛있는 대표 해장어종으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외모는 흉하지만 물메기탕은 복국과 쌍벽을 겨루는 겨울철 별미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군산지역에는 과거부터 이 맛의 진가를 충분히 알고 해장재료로 적극 활용해왔지만 내륙지역에선 이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 여전히 낯선 음식이었다. 군산 등 바닷가를 끼고 살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 군산과 부안등지를 근무한 이력이 있는 식도락가정도만 이 맛의 깊은 맛을 알고 있을 정도다.

군산의 일반 생선탕집이라면 거의 물메기탕을 취급하고 있고 그 맛에 대한 비법을 갖고 있다. 그 맛을 내는 법도 다양하고 건(조)메기와 물메기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식당들로 이뤄져 있다.

성환식당
성환식당

물메기의 경우 서해안이 주산지이지만 군산은 새만금사업이 이뤄지면서 생산량이 예전 같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겨울철 물메기탕으로 우리에 잘 알려진 꼼치 등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어류로 바닥에 사는 저서성 어류로서 산란을 목적으로 여름에는 외해쪽으로, 겨울철에는 내만 쪽으로 소규모 회유를 하면서 생활하는 어종이라는 게 전문가의 얘기다.

일부 어종을 제외하고 새만금방조제 건설이후 대부분의 어류가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자원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자랑하는 물메기탕집들로는 문화초의 다맛(1999년 3월)을 비롯한 일풍식당(1993년 11월), 영화동 성환식당(1992년11월)과 박가네(2006년 5월), 조촌동의 선미집(1994년 11월), 여수식당(2008년 12월) 등이 소문난 맛집들이다.

겨울의 별미답게 대부분 식당 개업 시기가 보통 11월이거나 적어도 찬바람이 여전한 3월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이들 물메기탕 맛집들은 각자의 요리비법으로 요리하는 바람에 어떤 집이 더 잘하느냐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일종의 맛 중독에 있는 만큼 자신들의 단골집 맛에 따라 다소 갈릴 정도로 다양성도 존재한다.

경상도 지역처럼 무를 넣고 맑은 국물을 하기보다는 대다수 음식점들은 양념을 해서 끓여 만든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군산의 물메기탕은 깊은 맛을 자랑한다.

통영에서는 맑은 지리, 강원 속초나 삼척에서는 김치를 넣은 얼큰한 매운탕을 많이 먹는데 군산에서는 그 중간 정도로 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파 외에 채소나 다른 재료를 잘 쓰지 않는다.

성환식당은 통영과 비슷한 뽀얀 국물을 내 현지 단골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런 소문에 각종 TV의 먹방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잇따르지만 지역의 오랜 단골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다면서 정중히 돌려보내고 있다는 게 이곳 여사장의 고백이다.

다맛식당은 각종 탕을 하는 만큼 이들 탕을 만든 방법을 접목시켜 약간의 양념을 통해 주변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군산의 수많은 식당이 물메기탕과 함께 여러 생선탕을 취급하고 있지만 물메기탕을 주 메뉴로 파는 흔치 않는 식당이다.

물메기탕을 제대로 맛보지 않은 이들은 물메기탕과 건메기탕을 놓고 고민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물메기를 좀 먹어본 사람은 말린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처음 먹는 이들은 그냥 물메기탕을 권하고 있단다.

둘 다 중독성 강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바닷바람에 10여 일간 말린 건메기탕은 감칠맛이 아주 강했고 국물 맛이 보통 물메기탕보다 훨씬 깊고 구수했다.

반면 말리지 않은 물메기는 부들부들 흐물흐물한 살코기가 입 속에서 녹았고 이런 식감의 생선이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한 맛을 자랑했다.

성환식당의 여사장은 “물메기탕의 비결은 양념도 양념이지만 좋은 육질”이라 전제한 뒤 “충분히 끓여서 맛과 육수의 오묘한 조합이 군산의 물메기탕의 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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