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국민음식 쌈밥 등장… 최고 쌈은 상추(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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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국민음식 쌈밥 등장… 최고 쌈은 상추(27)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7.15 15:04
  • 기사수정 2022-01-1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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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배추, 깻잎과 곰취는 물론, 미나리, 쑥갓, 콩잎 쌈도 인기…10여 가지 반찬의 유혹
이미 조선시대 이전부터 한국인의 음식문화 중 선호도 최고
고추장이나 쌈장을 척척 발라서 입을 찢어지게 벌린 후에 볼이 터지도록 먹어야 제맛

 

우리 전통음식 중 사계절용 음식이 있다면 뭘까.

우리의 뇌리를 사로잡는 음식은 아무래도 쌈과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우린 고래부터 우리 조상들은 유난히 쌈을 좋아했다.

이 때문에 쌈은 한국인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인기를 누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듯 각종 고서에 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일종의 대표 소울푸드(SOUL FOOD) 자격을 충분히 지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일종 잊을 수 없는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소울푸드는 일종의 고향 맛이자 어머니의 손맛이라 해도 손색없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된다. 여름이면 음식점들이 별로 없는 시절에도 집에서나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쌈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합당한 말이다.

# 전통음식 쌈밥 인기… 여러 역사책에서 등장

우리는 채소 중에서 잎이 조금 크다 싶은 것은 모조리 쌈을 싸서 먹는데 상추를 비롯해 호박, 배추, 깻잎과 곰취는 물론, 미나리, 쑥갓, 콩잎 쌈도 먹는다.

여기에 김과 미역, 다시마 같은 해초류로도 쌈을 싸 먹을 정도로 유별나다.

물론 겨울에는 김도 쌈의 먹는 방식과 같이 먹을 정도로 인기를 적지 않게 누리고 있다.

쌈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추쌈이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는 속담이 있었을 정도니,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슬금슬금 눈치 보며 상추에 밥을 싸 먹을 만큼 우리의 쌈밥 사랑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인이 쌈을 좋아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대표적인 책자가 있는데 바로 그것이 숙종 때의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이다. 그는 집집마다 상추를 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쌈을 먹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니 그 시절에도 상추쌈은 대표 국민 음식이었단다.

이런 내용은 여러 역사책에서도 잘 드러내고 있다.

‘승정원일기’에 숙종 때 대왕대비인 장렬왕후의 수라상에 상추가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조리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상추잎은 쌈을 싸기 위한 것이었을 것은 분명하다. 이어지는 이 책에 실수로 상추에 담뱃잎까지 섞여서 올렸으니 담당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60~70년대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그곳에서 푸성귀를 따다 고추장, 된장 발라서 한입 가득 쌈을 싸 먹는 풍경은 낯설지 않지만, 지엄한 왕조시대 조선 왕실의 대왕대비마저도 상추쌈을 즐겼다는 사실은 매우 생경(生硬)한 일이다.

강화도령이었다가 왕위에 오른 순조의 장인으로 세도정치의 주역이었던 김조순 역시 냇가에서 천렵하며 갓 잡은 민물 생선회를 안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이며 상추잎에다 밥을 싸 먹었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다.

그러니 상추쌈은 위로는 왕실 최고 어른과 막강한 권력의 세도가에서부터 시골의 농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즐겨 먹은 음식이었다는 얘기다.

요즘은 상추를 많이 먹으면 졸음이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예전에는 실제와 관계없이 상추가 정력에 좋다고도 믿었다.

실제 상추의 효능을 적어놓은 옛날 의학서에는 상추가 정력에 좋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옛날 당나라 때 손사목의 천금식치에는 ‘상추가 정력을 더해준다(益精力)’고 기록하고 있고 본초강목에도 상추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가우며, 약간의 독을 함유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심지어 이집트 신화에서는 생식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상추였으니 상추가 정력에 좋다는 것은 동서양 사람들의 공통된 믿음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식탐을 부리면 보기에 좋을 리 없다. 상추쌈은 상추잎에 밥을 올려놓고 고추장이나 쌈장을 척척 발라서 입을 찢어지게 벌린 후에 볼이 터지도록 먹어야 제맛이다.

하지만 그렇게 먹으려면 아무래도 보기에는 몹시 당황스러운 모양새다. 옛날 사람들도 입이 터지도록 상추쌈을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상추쌈 먹을 때 각별하게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어느 시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쌈밥이 음식점에서 사라졌다.

지나치게 향토적이어서 접대 음식이 아니었는지 몰라도 식탁에서 사라졌다가 90년대부터 웰빙붐이 불면서 서서히 본래의 위치를 되찾아간다고 볼 정도로 쌈밥집들이 성업 중이다.

그야말로 쌈밥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전국을 강타할 정도로 변형된 쌈밥 음식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군산도 예외는 아니다.

현존하는 군산의 최고 쌈밥 음식점은 어딜까.

# 군산의 쌈밥…강촌마을 등장 이래 10여 곳 성업 중

공부상 가장 오래된 곳은 강촌마을.

1997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오랫동안 군산의 쌈밥 인기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우렁정식은 여전히 마니아층들로부터 인기를 한껏 누리고 있다.

강촌마을의 여사장은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음식점 주변은 말 그대로 갈대밭 속 허허벌판이었다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주인장의 부군이 빚보증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게 됐는데 집안의 어른이 이곳을 사서 세를 얻어 우연한 기회에 음식점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음식, 저런 음식을 시작해보았는데 자신은 육류를 좋아하지 않아 쌈밥만으로 승부, 오늘에 이르렀다. 궁합이 맞는 음식을 해서인지 장수 음식점으로 우뚝 섰다.

이렇게 시작한 음식점이 군산에서 가장 오랜 쌈밥집으로 군산의 쌈밥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고 잇단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상당한 상황에 올랐다고.

요즘 자식들을 도와 (자신은) 총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고 20여 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고향우렁이마을도 원조격인 강촌마을과 불과 3개월 차이로 개업(1997년 6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 음식점의 후예들이 오늘날 군산쌈밥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전원마을돌솥쌈밥((2009년 8월), 대도관(2010년 6월), 푸른숲쌈밥(2012년 11월), 토지쌈밥(2000년5월), 옹고집쌈밥(2007년 6월), 논두렁쌈밥(2016년 6월) 등이 그들이다.

옹고집쌈밥은 폐교를 식당으로 개조해 원래 식당 이름이지만 일명 폐교식당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 쌈밥집의 비밀경기는 반찬과 보리밥 등 모두 12가지다. 맘껏 먹을 수 있는 이점까지 있어 단체관광객들의 단골 음식점으로 부상했단다. 물론 군산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곳을 다녀갔을 정도다.

수송동에 가장 핫한 쌈밥집 중 하나는 보배밥상(2011년 12월). 약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은 정갈한 식당이면서 쌈을 활용한 돼지고기와 고등어 요리 등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이곳의 고등어구이, 갈치구이 등은 물론 더덕제육쌈밥은 그야말로 오감(五感) 쌈밥의 전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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