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서해안 봄의 전령사 ‘주꾸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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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서해안 봄의 전령사 ‘주꾸미’(19)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5.04 14:16
  • 기사수정 2022-01-14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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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어획된 것이 가장 질 좋은 맛… 2월초부터 5월초까지
피로 회복 등 웰빙 해산물 각광… 타우린 성분 문어의 4배
‘자산어보’에서는 한자어로 준어(鱒魚), 속명을 죽금어(竹今漁)

 

봄철이면 어선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산란기를 맞은 주꾸미를 잡기 위해 군산연안 등 도내 어민들은 소라껍데기를 밧줄에 매달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쏟아져 나오는 주꾸미를 잡는 밧줄을 당기는 맛을 누가 알랴!

주꾸미가 산란할 때 은밀한 장소를 찾는 습성과 센 물살에 주꾸미가 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소라껍데기가 밧줄을 따라 올라오면 주꾸미가 상하지 않도록 갈고리로 단번에, 빠르게 빼낸다.

보통 주꾸미는 소라와 고동의 빈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소라의 빈껍데기 등을 매달아 바다 밑에 가라 앉혀 놓으면 주꾸미가 속으로 들어와 산다. 어부는 소라껍데기가 달린 줄만 끌어 올리면 된다.

고된 일이 모두 끝난 뒤 주꾸미를 넣고 끓인 라면은 그 어떤 산해진미도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맛이자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어민들이 봄철을 기다리는 이유다.

어민들이 주꾸미를 기다리기 보다는 마니아들이 더 기다린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어민들은 소득을 올리는 맛에 단재미를 본다면, 군산의 미식가들은 그 맛에 홀린다는 말이 훨씬 맞는 얘기아닐까.

이 시기의 군산의 생선탕집들은 거대한 주꾸미 만찬의 요리공간이자, (생선탕집 요리사)향연의 조련사들처럼 보인다.

봄철이면 군산의 어느 생선탕집이든, 아니 잘 아는 단골집이면 주문을 받아 특별한 요리를 해주는 것이 군산이다.

군산에서 이 시기에 이 맛을 보지 못했다면 토박이 군산사람은 아니라는 말도 나올 정도니.

주꾸미가 토박이 감별사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가 사실처럼 들린다. 필자도 봄철이면 이곳저곳의 맛집과 단골 음식점에서 맛을 봤다.

주꾸미는 연체동물인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작은 게 특징.

봄철에 이 맛에 빠진 이유는 주꾸미 100g에 수십kcal 정도란다.

여기에는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타우린(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세포와 조직에 존재하는 유황을 함유하는 아민)성분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만점의 제철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주꾸미의 타우린 성분은 오징어의 5배, 문어의 4배, 낙지의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봄의 주꾸미는 입안에 넣고 씹을 때마다 싱그러운 갯(바다)내음이 퍼진다.

주꾸미는 산란기인 2월초부터 4월말(또는 5월초)까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밥풀처럼 터져 나오는 고소한 알이 입안에서 탱글탱글 씹히는 희열감을 최고로 친다.

대부분의 식도락가들은 산란기를 앞둔 주꾸미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주꾸미가 알을 채우기 위해서는 심한 진통을 앓아야 하고 이로 인해 육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주꾸미의 백미는 필수아미노산.

이것이 풍부해 최고의 웰빙 해산물로 손꼽힌다.

DHA(DocosaHexaenoic Acid:물고기 기름 속에 존재하는 불포화 지방산)가 많고 타우린성분이 풍부해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해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주며 근육이 피로회복 등에 효과적이다.

봄철을 맞아 샤브샤브 등 주꾸미 요리가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산어보’에서는 한자어로 준어(鱒魚), 속명을 죽금어(竹今漁)라 하고 ‘크기는 4~ 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라고 적고 있다.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서는 한자어로 망조어(望潮漁), 우리말로 죽근이라 했다.

이들 책에서는 ‘모양이 문어와 같으면서 작다. 몸통은 1~ 2치이고 발은 길이가 몸통의 배이다.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반초라 한다.

3월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장은 큰 것이 약 30㎝ 정도로 문어과의 종으로서는 작은 편이다.

몸통 색은 회자색, 황갈색, 흑갈색 등으로 변이가 심하나 대체로 회자색이다.

머리의 너비는 몸통의 너비보다 좁고 두 눈은 등 쪽으로 돌출하고 각 눈의 윗부분에는 2개씩의 뚜렷한 육질 돌기가 나 있다.

연안에서 서식하는 저서성이고 야행성인 종이며 보통 바위 구멍이나 바위틈에 숨는다.

산란기는 10~ 3월이며 얕은 바다의 굴이나 해조류, 빈 조개껍데기 속에 산란한다. 부화기간은 40~ 45일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일본‧ 중국‧ 태평양 연안에 분포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꾸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봄철이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있어 물량문제 등으로 각 지역의 축제들까지 영향을 줄 정도다.

올해도 가격을 뛰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축제 한번 열지 못하고 봄을 보냈으니 어민들과 마니아층들은 아쉬움만 가득하다.

내년의 건강한 봄을 기다리며 그 축제 현장의 싱그러움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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