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미군비행장 주변 ‘별종 음식’ 부대찌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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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미군비행장 주변 ‘별종 음식’ 부대찌개(10)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3.23 09:13
  • 기사수정 2022-01-1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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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직후 미군부대에서 쓰고 남은 ‘햄+소시지’ 혼합한 국물의 일종
송탄식 부대찌개?…옥서면 비행장 주변맛집 ‘백종원의 3대 천황’ 소개
미군부대의 식재료로 만든 한국 음식으로 탄생
배불뚝집 부대찌개
배불뚝집 부대찌개

 

군산은 다른 도시와 다르게 부대찌개란 음식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왜 군산이나 의정부 등 미군부대가 주둔한 곳에서 부대찌개가 탄생했고 전국적인 반열에 올랐을까.

군산에서만도 각종 부대찌개를 만들어 판매한 음식점만도 20~ 30여 곳에 달한다.

일부 음식연구가들은 프랜차이즈를 넘어설 정도로 맛을 자랑하는 곳도 적지 않다.

# 부대찌개의 탄생

전쟁의 폐허 속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부대찌개다.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당시에 생긴 음식으로 역사가 짧다.

햄과 소시지, 미국식 콩 통조림 등에 김치, 고추장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 낸 동서양 식문화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부대찌개란 ‘군대의 찌개’란 뜻으로 서구의 스튜(stew)처럼 진한 한국의 국물요리이다.

스튜는 물과 여러 식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수프와 흡사한 요리 형태로 부글부글 끓여서 널따란 접시에 내놓는 요리이다.

부대찌개는 부대에서 군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 아니라 미군부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주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었다.

한국전쟁당시 부대주변사람들은 국내 어려운 식량사정을 고려해 미군부대의 풍족한 식자재들과 우리 주변의 식재료들을 결합, 만들어낸 동서양 혼합음식이 부대찌개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전후에 미군부대 근처에서는 소시지와 햄을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이를 당시 이를 일명 ‘부대고기’ 라고 불렀다.

여기에 고추장을 풀고 김치를 넣어서 끓이면 소시지와 햄 등의 느끼한 맛이 사라져 제법 먹을 만한 음식으로 우리의 밥상에 올랐다.

# 미군부대 주둔지 이름 딴 ‘음식 등장’

부대찌개는 얼큰한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는 음식 중 하나다.

햄과 소시지를 처음 접한 한국전쟁기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로 만들었지만 고기는 아닌’ 맛에 흠뻑 빠져 들었으나 반찬으로 먹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고심 끝에 얼큰한 맛을 더해 만들어낸 것이다.

본래 부대찌개는 막걸리 안주였다고 한다.

전골판에 버터와 소시지, 햄, 양배추, 양파 등을 넣고 볶아낸 안주였는데 여기에 고추장과 김치, 육수를 부어 끓여 먹게 되면서 지금의 부대찌개 맛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본격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 지역의 식성이나 특성을 살려 만들어진 부대찌개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크게 의정부식과 송탄식으로 나뉜다.

다만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부대찌개들이 등장하는데 서울 용산구에 주둔한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존스탕(미군대통령인 린드 B. 존스의 성을 탄 부대찌개)과 군산부대찌개 등도 조금씩 변형된 음식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미군 육군부대의 기지가 많은 서울 북쪽에 위치한 의정부가 부대찌개로 유명하다.

부대찌개집은 어디가 원조라고 한 문장으로 정리될 만큼 부대찌개의 갈래는 간단치 않다.

부대찌개의 원조라 주장하는 북쪽 의정부식은 국물이 많고 맛도 담백하다. 반면 서울이남 송탄식은 죽에 가까울 정도로 걸쭉하다.

이런 차이는 부대찌개가 하나의 유일한 기원이 아니라 어떤 동시다발적 문화현상에 의해 발생했으리라 추측을 뒷받침한다.

송탄보다 남쪽에 있는 군산도 범 송탄식(?)에 가깝지만 독특한 특성을 지닌 만큼 부대찌개의 별종이자 독특한 흐름이자 갈래라 할 수 있다.

 

* 의정부 부대찌개- 원조 부대찌개의 발상지는 한국전쟁 후 미군대표적인 주둔지로 상징되는 의정부다. 부대찌개집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지금의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만들어졌고 1998년 의정부 명물찌개 거리라는 정식명칭을 얻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맑은 육수를 사용하고 소시지와 햄을 적당히 넣어 김치 맛과 잘 어우러져 개운한 맛을 낸다.

* 송탄식 부대찌개- 의정부식에 비해 소시지와 햄을 훨씬 많이 넣고 치즈를 첨가하여 만들어 맛이 더 진하다.

* 존스탕(용산 부대찌개(?))- 용산구에 주둔한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부대찌개의 한 형태를 말한다. 1966년 존슨 대통령이 방한에서 유래했고 서울에서만 볼 수 있다. 사골로 국물을 내고 라면과 김치를 들어가지 않는 등 일반 부대지개와 구별된다고 한다.

* 군산 부대찌개(송탄식의 친척뻘)- 수제 햄버그를 먼저 먹고 부대찌개를 먹는 게 코스라는 단골손님들의 얘기다.

153부대찌개
153부대찌개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햄은 미국산 만을 사용하는데 워낙 많은 양을 쓰는 탓에 슬라이스 기계를 거친 뒤 다시 한 번 손질해서 소시지와 치즈 등의 재료가 함께 어울려 숙성된 김치까지 더해지면 깊은 맛이 난다.

 

군산의 부대찌개집들은 다수가 영업 중이다.

옥서면소재 군산부대찌개가 90년 8월 개업을 한데 이어 비행장정문부대찌개(95년4월), 일월부대찌개(2010년 8월), 정문부대찌개, 비행장부대찌개 등이 그 맛을 자랑하고 있다.

군산에서 영업 중인 부대찌개 음식점은 어느 집이 원조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군산부대찌개
군산부대찌개

다만 미군비행장 주변에서 출발한 것만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공부(公簿)상으로는 군산부대찌개가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그 기반이 비행장, 즉 미군부대에서 나온 식재료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했다가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지상파 방송 등에 잇따라 소개된 나운동소재 비행장정문부대찌개가 대표적인 맛집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장의 남편 분이 미군부대 주방장으로 근무하던 때부터 구입해 온 소시지와 햄을 끓여 먹던 부대찌개에서 출발해 원조보다 더 맛있다는 고유의 맛에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다른 부대찌개 가게보다 김치가 많이 들어가 마치 김치찌개를 먹는 것 같다는 맛을 자랑하고 있다.

비행장 주변에 위치한 153부대찌개(2011년 4월)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곳의 이숙자 사장은 개업이후 새벽에 청소하는 미화원분들의 아침밥을 봉사할 뿐 아니라 그 지역발전에도 앞장서와 봉사하는 부대찌개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있다.

‘153’이란 가게 이름은 성경의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는 귀띔.

한편 강남부대찌개의 전설은 ‘이모가 있는 집’이다.

국물이 걸쭉한 송탄식 부대찌개다.

이곳의 이모(여사장)가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1987년. 당시 ‘꿀꿀이 죽’이라는 이름으로 강남에서 배우 등에 부대찌개를 팔기 시작, 서울을 강타해 전국적인 유명 부대찌개집 반열에 올라서 있다.

# 부대찌개 만드는 법은

부대찌개는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가며 먹어야 소시지가 부드럽고 기름이 겉돌지 않으며 라면이나 국수사리, 흰떡 등을 푸짐하게 넣어 먹으면 술안주나 한 끼 식사로도 아주 좋다.

두부와 햄, 소시지 등은 큼직하게 썰어둔다.

잘 익은 김치는 속을 대강 털어내고 4~ 5㎝ 길이로 썰거나 다지고 돼지고기는 살코기로 준비해 납작하게 저며 썰어 양념하여 둔다.

고추는 어슷하게(한쪽으로 조금 비뚤다는 의미) 썰고, 애호박은 반달모양, 팽이버섯은 밑동을 잘라 준비하고 파는 4㎝ 길이로 잘라 준비한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달달 볶고 사골육수나 닭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익으면 다진 김치, 큰 소시지, 스팸, 프랑크소시지, 애호박, 두부 등을 넣어 끓인다.

국물 맛이 걸쭉하게 우러나면 마지막에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쑥갓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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