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쏘가리탕‧ 새우탕‧ 메기탕’ 맛 절정(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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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쏘가리탕‧ 새우탕‧ 메기탕’ 맛 절정(11)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3.25 16:29
  • 기사수정 2022-01-1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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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활용한 국물 맛 매료 ‘독특함 반해’ 단골손님 행렬
시래기 맛에 따라 시원함과 감칠 맛 더한 걸쭉함 그대로
은파호수‧ 옥구저수지‧ 금강 등에서 잡은 각종 민물고기 주 재료
삼거리매운탕
삼거리매운탕

 

군산은 알면 알수록 각종 음식들의 보고(寶庫)란 별칭이 걸맞은 것 같다.

갖가지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는 고장이기 때문에 군산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고장의 맛에 대한 특별함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외지인들은 다르다.

외지에서 이주한 신(新) 시민은 물론 군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군산의 맛에 반해 ‘맛 투어’를 하느라 군산음식의 특별함과 그 배경을 놓치곤 한다.

더욱 놀라는 것은 다양한 음식의 종류와 동‧ 서양을 넘나들은 세계 각국 음식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고유 음식과 서구적인 음식, 바다에서 나온 식재료 등을 넘어선 것이 민물고기로 만든 민물매운탕이다.

그 주된 요리가 쏘가리탕은 물론 메기탕, 새우탕 등으로 만든 민물고기 매운탕과 붕어찜 등이다.

이들의 출발은 은파호수와 옥구저수지, 금강과 만경강, 서해바다 등에서 비롯된 자연의 선물이다. 이런 천혜자원 때문에 군산은 가히 물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 내수수면 어족자원의 보고(寶庫)

군산은 다른 도시와 달리 금강과 만경강, 은파호수공원 등 저수지를 갖고 있는 물의 도시이자 그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오랜 호수의 역사를 지닌 은파호수공원이외에도 20세기 이후 축조된 저수지만 20여개에 달한다.

옥구읍 어은리 옥구저수지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공사를 시작해 1923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 저수지는 양수저수지이자 토언제(제방을 흙으로 축조해 만든 저수지)다. 이곳의 총저수량은 1258만8000톤을 자랑한다.

옥구저수지는 규모만큼이나 어자원이 풍부하다.

보통 저수지에 살고 있는 붕어부터 메기 등은 물론 민물뱀장어까지 잡히고 있어 오랜 인근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었다.

특히 금강은 내수면 어업의 중심지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1454년 완성된 ‘세종실록 지리지’ 관방수어조에 따르면 금강은 호남과 충남의 조세와 공물운반을 하는 주요수로였고 이곳을 끼고 있는 옥구현의 조기, 준치, 대하, 숭어 등 진상품까지 운반했단다.

이곳에 나온 민물어종만도 20여종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실려 있다.

# 민물고기 매운탕이란

민물고기매운탕이란 민물고기를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매운 맛을 낸 국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건더기가 많이 들어가 찌개의 형태로 띠고 있다. 민물고기 매운탕의 주재료는 쏘가리와 메기류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붕어와 민물새우 등도 가미되어 오늘날 매운탕집의 주된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군산대 주종재교수가 2000년대 초반 도내 일간지에 기고한 내용을 참고하면 이렇다.

1800년대 초 한글로 발간된 일종의 가정대백과전서인 ‘규합총서’에 ‘쏘가리는 천자가 먹었기 때문에 천자어(天子漁)라고 부르기도 하고 효자가 노부모에 끓여 바친다 하여 효자탕이란 별칭이 붙어 있다’고 적고 있다.

메기를 ‘물에 끓여 튀하면 검고 미끄러운 것이 사라지며 좋은 고추장에 꿀을 좀 섞어 끓이면 좋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먹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의 경우 쏘가리나 메기보다 동자개(일명 빠가)가 민물고기 매운탕의 재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런 민물고기 매운탕은 누구나 국물 맛에 매료되며 그 독특함에 푹 빠져 버린다.

전북식 또는 군산식 민물고기 매운탕의 국물 맛이 동자개 만에 의한 것은 아니다. 민물새우 또한 매 중요한 재료이다. 이런 탕이 만들어진 것은 풍부한 어족자원과 긴밀한 관련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민물고기만으로 맛은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대부분의 매운탕을 만들 때 시래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래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민적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중 음식재료다. 이 때문에 시래기가 없는 민물탕은 진정한 음식이라 할 수 없을 정도다. 시래기는 배추나 무 잎을 잘 엮어서 사철 볕이 들지 않는 북쪽 흙벽의 처마 밑 응달에서 말려야 한다. 다만 군산에서는 배추나 무 잎을 1년간 염장해 숙성시킨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 은파호수공원 주변의 민물매운탕 집단촌 형성

은파호수공원 주변 낚시터 매운탕
은파호수공원 주변 낚시터 매운탕

은파호수공원의 원래 이름은 미제지(米堤池)였다. 미제지는 우리말 풀이로 쌀물방죽이다. 방죽 동북쪽 마을사람들은 절메방죽이라 하였다. 은파(銀波)라는 이름이 지어지기 전에는 미제방죽, 미제저수지, 미룡저수지 등으로도 불렸다.

은파호수공원은 지금과 사뭇 다른 공간이었다. 지금처럼 군산시의 중심으로 들어서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적한 큰 저수지였다.

차츰 도시화되면서 보릿고개를 넘어서면서 식단의 변화만큼이나 외식문화가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은파호수공원은 천연호수라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러운 호수처럼 변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쏘가리와 민물새우 등이 토착어처럼 다수 서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어류들이 풍족해지자 이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이곳저곳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시래기를 넣고 매운탕을 끓여 팔던 은파호수공원 주변의 민물매운탕집들이 앞 다퉈 문을 열었다. 이 시기가 일반적으로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였지만 이전에는 생업수준은 아니었어도 주변 주민들은 어로활동을 통해 자급자족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도심권이 중심되던 시기에는 도심과 거리가 멀어서 접근하기에는 불편했다. 미식가들만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이들 매운탕집들은 2006~ 2007년께 군산시의 음식점 집단화사업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일부는 음식점 단지에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은 인근의 옛 궁전예식장(지금의 한원케벤션) 주변으로 이전,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은파호수공원은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고 2011년 친환경우수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후 음식점 단지 조성과 함께 집단이주과정 등을 거쳐 오늘날 영업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크게 지곡동 음식점단지와 옛 궁전예식장 주변 등으로 분산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을 자주 찾았던 이들은 공직자와 민물고기 애호가들이었다.

한적한 곳이어서 머리를 식힐 겸 화투놀이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낚시를 하기 위해 들러서 오늘날은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민물매운탕집으로는 지금의 리츠프라자(호텔) 주변에 있던 낚시터가든(집단이주 이후 2007년 3월 다시 영업)이 원조격이다.

이 음식점의 경우 민물고기를 잘 다룬 곽모 남자사장이 1982년에 본래 낚시터 가든을 열어 영업을 해왔는데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

지금의 여주인에 따르면 자신과 매우 가까운 친척인 곽사장으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이 여주인은 이 가게가 은파지역의 민물매운탕의 원조였다면서 그 맛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당시에 낚시터가든과 함께 영업해오던 뽕나무집(재영업 신고 2007년 3월)과 궁전장어매운탕(2001년 8월), 삼거리매운탕 (1994년 3월), 비행장매운탕(2004년 9월)등도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음식점들을 거론하면서 누가 진정한 원조인지를 찾기보다는 앞으로는 맛집 경쟁대열에 누가 강자일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 탑천과 옥구저수지 등 매운탕집

1970년대 군산시가 옥구군과 군산시로 나눠져 있던 때, 민물매운탕 맛은 당시 옥구군 지역이 주도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옥구저수지와 대야면 탑천, 대위저수지 등지였다.

또 다른 대표공간은 만경강 주변지역인 대야와 회현면, 금강의 나포면과 성산면 등지가 민물매운탕의 집단촌을 이루고 있었다.

탑천의 경우 1970년대에 이미 2~ 3곳의 민물매운탕집들이 운영됐고 옥구저수지 주변도 그런 흐름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그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 탑천전주매운탕(1989년 12월)이 공부상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다,

성산면 금강변에도 붕어찜과 일반 매운탕을 취급하는 음식점이 있었고 옥산 수원지(지금의 군산저수지) 등 주변에도 붕어찜과 다른 매운탕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옛 옥구군의 각 읍면 저수지들을 중심으로 매운탕집들이 영업하며 당시 미식가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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