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북한 음식 3인방 뽀빠이냉면‧ 압강옥‧ 평양온반(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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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북한 음식 3인방 뽀빠이냉면‧ 압강옥‧ 평양온반(7B)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3.06 15:05
  • 기사수정 2022-11-23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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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둥지… ‘이북+전라도’ 새로운 군산음식 자리 확고
최고(最古) 북한음식점 뽀빠이 냉면… 피난민 1세대부터 3대 66년째
지역출신 요리가, 벤치마킹 통해 음식점 내 활발한 영업… 새로운 맛집 등극
압강옥 쟁반전골./사진=군산시
압강옥 쟁반전골./사진=군산시

 

‘미식 도시’ 군산에는 중화요리와 빵집도 있지만 다른 지역과 차별적인 북한 음식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음식이 평양냉면과 온반, 압강옥의 쟁반전골‧ 정식 등이다.

이들 음식은 하나같이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 출신 요리가들의 작품이었다.

군산에는 한국전쟁 전후로 피난민이 유독 많았다. 1.4후퇴 때 약 5만 명이 배를 타고 군산항에 도착했다.

이중 절반은 김제와 부안, 익산 등으로 옮겨가 정착했고 약 2만5000명은 군산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군산항에서 가까운 해망동 등지에 대부분 정착했고 전쟁 통에 가족과 생이별했거나 사별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 실향민들은 살기 위해 셀 수 없는 직업을 택했고 그중 음식 솜씨가 좋은 소수는 음식점을 냈다.

이 과정에서 전수와 전수를 거듭한 끝에 북한 음식은 군산을 대표하는 음식의 한가지로 자리했다.

이렇게 자리 잡은 여러 북한 음식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이 냉면일 것이다.

한국의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흔히 남한에서는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으로 통한다. 사실 북한에는 함흥냉면이 없단다.

함경도에서는 냉면을 농마국수 혹은 회국수라고 한다. 농마국수는 물냉면, 회 국수는 회냉면(비빔냉면)을 뜻한다. 농마는 녹말을 뜻하는 북한의 방언이다.

평양냉면은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맛 대신, 담백한 맛을 즐기는 평양의 전통 음식이다.

사골을 끓여 차게 식힌 후 기름기를 걷어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과 식초,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후 메밀 면을 더한다. 편육, 삶은 달걀, 배 고명을 얹고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넣어 즐길 수도 있다. 평양에서 즐겨 먹던 ‘평양냉면’은 6·25 전쟁을 겪으며 월남민에 의해 퍼지게 되었다.

거친 메밀 면발과 삼삼한 육수에서 나오는 특유의 감칠맛으로 마니아층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오래된 이북 음식점은 군산시 장재길에 위치한 뽀빠이 냉면.

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피난 온 정신국 여사(작고)는 피난민 1세대로 전쟁 중에 남편을 잃었다.

군산에 피난 와서 어렵게 정착한 그는 고향에서 먹었던 냉면을 만들어 1954년 ‘원조 평양냉면’집을 냈다.

그러다가 1960년대 TV 만화프로 뽀빠이가 유명해지자 이를 차용, 가게 이름을 뽀빠이 냉면으로 바꿨다.

북한사람들은 집집마다 다른 방식의 냉면을 해먹었는데 그가 만든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의 며느리(송형자여사)를 거쳐 아들로 이어지는 3대 66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집은 평양냉면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깬다.

간장으로 간을 해 거무튀튀한 육수와 두툼히 얹어주는 닭고기, 돼지고기 고명이 이색적.

육수 맛을 위해 새벽 일찍 사골을 뽀얗게 우려내고 돼지 등심과 꿩고기를 대신한 생닭을 더해 함께 끓이는 옛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육수는 이렇게 만든다.

먼저 소 사골을 푹 끓인 뒤 생닭을 넣어 3시간 이상 더 끓이고 마지막으로 돼지 살코기를 넣는다.

일반 평양냉면집과 맛이 다른 건 닭 때문이다.

동치미 국물은 일절 넣지 않고 간장으로 만 간을 한다.

비법이 담긴 간장소스에다 면을 넣으면 된다. 면은 메밀 70%에 전분과 밀가루를 배합해 만든다.

뽀빠이 냉면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 있는 북한 음식점은 사정동에 있는 압강옥.

압록강에서 따왔다는 말처럼 ‘압’자와 물‘강(江)’을 섞어 압강옥이란 1964년 음식점을 만들었는데 당초 군산초등학교 옆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평양냉면요리집인 ‘황해옥’이란 이름으로 영업하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메뉴도 상당한 변화를 줬다.

이곳의 육수는 평양식을 따르지만 함흥식을 따르는 퓨전 느낌의 독특한 냉면이다.

이곳은 초기 황해옥이란 이름에서 보듯 황해도식 반가(班家)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3대째 영업 중이다.

전라도에서 뿌리 내린 이북음식으로 냉면과 비빔냉면, 압강옥 정식, 어복쟁반, 복 튀김 등이 주 메뉴다. 전라도 음식과 만남 때문인지 몰라도 이북식 쟁반과는 다소 다르다. 전라도 맛이 보태진 전골로 향토전통음식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1970년대 북한 출신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이 음식 맛에 반해 군산을 방문할 때면 군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던 황해옥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정 전총리는 1973년과 그 후 두 차례 군산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전하면서 1995년 6월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군산에 남아 있는 북한 음식 중 하나가 온반이다.

유일하게 군산에서 이 음식을 내걸고 있는 곳이 조촌동소재 ‘평양온반(큰집)’.

큰집만둣국이란 이름으로 2000년 2월 나운동에서 영업을 하다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때가 2002년 12월.

평안도 지방의 최고급 음식으로 토종닭을 주 재료로 한 보양식 국밥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평양방문 때 소개돼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북한의 전통음식으로 겨울철에 즐겨먹는 별미다. 밥에 닭이나 꿩 또는 쇠고기를 우려낸 물을 얹은 장국밥의 일종이다.

고명으로 닭고기, 꿩고기, 녹두전, 야채 등 갖가지 재료를 얹어 양념장이나 나박김치 등과 함께 먹는다.

고기와 채소를 기본으로 하지만 지방에 따라 국물의 재료나 고명이 종류가 달라 다양한 맛을 낸다.

가장 대표적인 평양온반은 닭고기나 쇠고기를 재료로 국물을 만든다.

만드는 법은 먼저 녹두를 불려 껍질을 벗긴다. 껍질 벗긴 녹두를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알맞은 크기로 전을 부친다.

그리고 쌀을 깨끗이 씻어 밥을 짓는다. 닭고기나 쇠고기는 물을 붓고 푹 삶는다. 고기가 무르도록 익으면 건져내 한입 크기로 양념한다.

고기 국물은 한소끔 더 끓여 간을 맞춘다.

그릇에 밥을 푸고 뜨거운 고기 국물을 붓는다.

그 위에 고기와 버섯, 호박, 당근 등 야채,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올린다. 양념장과 함께 상을 낸다.

이들 북한 음식들은 긴 세월동안 영업하는 바람에 사계절 음식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실향민들은 그 맛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소울 음식’들이다.

이런 북한 음식들이 인기를 모으자 일부 지역 요리가들은 벤치마킹을 통해 연구를 거듭, 유사한 음식점을 내고 지역 내 유명 맛집들이 되는 사례도 있다. 임피의 명인과 조촌동의 서울면옥 등이 대표적 사례다.

“냉면이나 압강옥의 메뉴들은 실향민출신이든, 시민들이든 한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해 이들 음식점들을 다시 방문할 정도”라는 게 단골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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