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소면+콩’ 절묘한 만남 ‘콩국수’(28)
상태바
[군산 '맛' 대첩] ‘소면+콩’ 절묘한 만남 ‘콩국수’(28)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7.21 15:39
  • 기사수정 2022-01-14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남에서는 콩물국수란 이름으로 불린 고유 한식… 칼국수집, 중국집, 분식집 등에서 판매
시원하게 먹고 싶다면 콩물의 절반 냉동실에 넣고 절반쯤 얼었을 때 국수와 결합하면 제맛
중국집의 여름 인기 메뉴로 진화…가장 오래된 장미칼국수 등 맛집에서 미식가들 ‘후루룩’
콩국수
콩국수

 

뜨거운 여름이면 보양식을 찾는 이도 있지만 시원한 것만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위를 잊게 하는 대표적인 음식을 주위에서 찾으라면 아마 콩국수를 꼽는 마니아들이 다수인데 전라도에서는 ‘콩물국수’란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콩을 갈아 그 즙에 차갑게 말아 먹는 요리이지만 옛날 시골에서 여름이면 여느 집이나 만들어 먹었던 우리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밀 농사가 발달한 곳이라면 어디든 유래할 수 있는 법한 ‘소면+ 콩’이라는 환상의 조합임에도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면(麵) 요리다.

생각보다 그 유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각종 요리서 등에 양반들은 잣을 갈아 국수를 말았고, 서민들은 콩을 갈아 국수에 넣고 먹었다는 기록이 전할 정도다.

잣은 예나 지금이나 귀한 작물이라 특미라 누구나 먹기가 쉽지 않지만 일반콩국수는 서민들이 즐겨 먹은 여름 별미여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콩국수 말고는 콩이나 콩가루로 만든 잣 음식에서 유래한 상대적인 의미에서 염가(廉價)판인 경우가 제법 있다. 과거 돈 있는 사람들은 잣죽, 돈 없는 사람들은 모양을 흉내 내어 콩죽을 쑤어 먹었다 한다.

오늘날에는 주로 정통 칼국수집, 중국집, 일반 분식집 등 면을 파는 곳이라면 쉽게 맛을 볼 수 있으며 차가운 면 요리라는 특성상 여름 상품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면은 정해진 것 없이 칼국수 면, 중화면, 소면 등 다양한 면에 말아 먹는다. 콩물이 차가워서 잘 안 불기 때문에 칼국수나 소면의 맛을 더해준다.

재미난 상황이 여름이면 생기는데 중국집의 여름 인기 메뉴가 콩국수라는 점이다.

단백질이 부족한 사찰음식에서 이를 보충할 메뉴로도 여름에 자주 올라온다고 한다. 여름에 사찰을 방문한 사람에게 흔히 생각하는 사찰음식 대신 콩국수를 대접하는 것은 덥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영양 보충의 보완 음식이어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일부 식당에서는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별별 것들을 첨가한단다. 우유나 두유, 땅콩 등을 섞는다고 하니 콩만 넣는 음식점은 잊어야 할 것이다. 고유한 콩이나 두유는 4촌이라 할 수 있는데 두유 특유의 첨가된 단맛이 입맛을 사로잡은 결과물은 아닐까 싶다. 여기에다 단맛에 길들어진 우리에게 설탕까지 듬푹 넣는다면 건강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더운 여름 어느 날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나면 이렇게 먹는 것이 최고의 맛이 아닐까. 콩물의 절반 정도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살얼음이 생겼을 때 휘저어서 콩국수에 넣으면 아삭아삭한 감촉으로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전북 등 호남권에서 콩국물에 기본 소금 간을 하고 추가로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먹지만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이들은 신기하게 바라본다. 중국집에서는 아예 콩국수를 시키는 경우 설탕까지 함께 내올 줄 정도다.

설탕을 넣어 먹는 것은 보통 비릿한 콩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정설은 아직 아닌 듯하다. 추측하건대 설탕류가 귀한 시절,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맛있는 음식을 주겠다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도 있다.

여기에다 여름철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차가운 단맛을 대접하면 좋은 인심의 상징적인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식문화에도 같은 호남권이면서도 전북과 전남은 다소 다르다.

전주와 군산, 익산 등에서 설탕을 넣는 식문화에다 확연하게 콩국수에 들어가는 국수가 일반 밀가루가 아닌 메밀국수다. 흰 콩물에 시커먼 메밀국수가 조화를 이루면 비주얼, 아닌 색감이 입맛을 더해주는데 타지인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진다. 군산에는 오래된 소바 맛집이 많고 이들 집에서 콩국수를 겸해서 만들어 내놓곤 한데 소바에서 메밀면이 일반화되다 보니 이런 형태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콩물+메밀면의 환상적인 조화는 우리 군산사람들만 느끼는 레시피(recipe)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맛이 기다려지는 계절로 깊게 향하고 있다.

군산의 여느 콩국수를 만드는 집이라면 대부분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지는데 군산의 인적 구성상 북한과 충남권, 전남권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콩국수는 여전히 실험 정신을 통해 미식가들의 입맛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칼국수집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죽성동 장미칼국수다. 90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군산의 칼국수 마니아라면 거의 다녀갔을 정도다. 이곳의 칼국수도 인기지만 여름 특별 메뉴는 콩국수다.

군산의 칼국수는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데 오랜 전통과 분점까지 낼 정도로 성업 중이다. 그 대표적인 음식점이 장미칼국수, 고향옛칼국수(2001년 8월 개업), 대정칼국수, 엄마손칼국수 (1997년 6월), 굴나라칼국수(2005년 1월), 호남메밀 막국수(2010년 7월) 등이다.

이 음식점들은 대개는 칼국수가 주종목이지만 소바와 다른 음식들까지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군산만의 독특한 곳이라 평가하기에는 아직 그렇다.

일반적인 분식집들도 여름이면 콩국수를 만들어 특식으로 내놓고 있어 또 다른 단골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