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맛' 대첩] 맛의 대명사 ‘미슐랭도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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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맛' 대첩] 맛의 대명사 ‘미슐랭도시’(2)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0.01.13 16:56
  • 기사수정 2022-01-14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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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전국 최고 맛 타이틀로 주변 미식가 방문 코스
메밀소바 여름철 음식 각광… 타지와 다른 전통‧ 맛 자랑
전국 음식점 중 티맵, 카카오 내비 등에서 검색왕 등극

한반도와 일본간의 교류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많은 애증관계에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과 달리 수천 년 동안 문화사적인 교류는 어느 나라보다 긴밀했고 음식은 특히 더욱 그랬다.

군산의 경우 개항 이후 일본 음식의 유입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그런 역사성 때문에 일본으로 전수받은 빵과 메밀소바, 횟집 등은 다른 지역보다 맛이나 역사성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음식들로는 빵과 메밀소바, 각종 회 등이 있다.

군산의 음식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관광산업을 통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고의 빵집’ 이성당 프랜차이즈와 진검승부

근대이전 군산사람들은 단순 밀가루 음식이나 전통 떡류를 먹었을 것이지만 당시로선 무척 희귀한 서양식 제과류를 먹어보고 어떤 맛을 느꼈을까. 아마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맛에 놀라고 가격 면에서 기존 음식과 다른 가격 때문에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근대적인 빵맛의 원조가 다름 아닌 군산에 특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은 빵에 관한한 특미(特味)를 간직한 고장이라 자부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자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군산 이성당’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지금의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확장과 다소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 뿌리는 일본인이 1920년 운영하던 이즈모야(出雲屋) 과자점이었다. 중앙로에 위치한 이 제과점의 이름은 일본 시네마현 이즈모시의 지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해방 후 적산가옥 불하과정에서 이성당 창립자 이석우씨가 이건물의 절반을 불하받아 제과점을 시작한 게 현재의 이성당.

창업주 이석우(작고)씨의 조카인 조천형씨(작고)를 거쳐 현재의 김현주 사장이 가업을 이어 75년을 지켜온 빵집으로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다.

가장 오래된 명성 때문에 군산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라도 단팥빵과 야채빵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보았으리라.

이성당이 만들고 있는 제품은 빵과 과자, 케이크, 빙과류 둥 모두 수백 가지. 그중 가장 사랑받고 있는 것은 단팥빵과 야채빵, 크로켓(일명 고르게) 등 전통의 아이템이다.

제과 관련 드라마와 군산 곳곳의 영화 및 드라마 제작 등으로 군산이 알려지면서 이들 빵류는 날개를 단 듯 팔리고 있는 상황. 그 시기의 시발점이 2000년대 초반.

이후 군산은 관광객들의 단골 방문지로 급부상,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하면서 백화점 납품 등을 통해 100억원대 매출을 훌쩍 넘기고 새로운 신기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성당의 역사만큼 군산지역 제과점들은 부침을 계속해왔고 다른 지역에 비해 토종의 힘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고 그 후예들이 영국빵집, 오남매빵집 등이다. 이성당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토종 제과점들은 다른 지역과 비해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이성당이란 굴지의 빵집 때문에 제과점을 다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으뜸은 소바가 아닐까 싶다.

 

소바 전문점 '청사초롱' 캡쳐
소바 전문점 '청사초롱' 캡쳐

 

 

소바 기원은 언제부터 일까

인류가 먹고 살아온 주곡은 쌀과 밀, 보리다. 세 가지 모두 지금으로부터 1만~ 1만5000년 전부터 재배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중 국수는 밀이 있어 가능했고 밀로부터 시작됐다.

신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재배 밀은 4000년 전의 것이고 화염산과 하미에서도 3000년 전의 재배 밀이 발견됐다.

밀은 이 시기에 거의 중국에서 재배하지 않았다. 남방에선 주로 벼를 심었고 북방에선 조 등을 심었다. 밀은 중앙아시아에서 신장을 거쳐 포도와 석류 같은 것들과 함께 한나라나 전국시대에 중원에 전해졌다.

밀의 역사를 얘기하자면 냉면과 국수까지 다뤄야 하지만 본란(本欄)에서는 일본 음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바’란 음식으로 국한키로 한다. 다만 냉면을 다룬 편에서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동양인에게 국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양권에서는 그 나라마다 대표하는 국수가 꼭 존재한다.

일본에서의 국수는 바로 ‘소바’라고 부르는 메밀국수다.

일본 소바(蕎麥)의 유래는 산간지방이 많은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쌀이 부족한 산간지방은 늘 식량을 걱정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서는 쌀보다 메밀이 훨씬 재배하기 편해 메밀농사를 시작했다.

일본 음식이었던 소바의 기원은 17세기 무렵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이전 일본의 메밀면, 소바 먹는 방식은 소바키리나 즉석 제조면 형태뿐이었다. 임진왜란 전후 소바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조선 승려 원전이 획기적인 제면기술을 전수하면서부터 보다 더 맛나고 요리법도 쉬워지면서 대중적으로 변한다. 그 혁신적인 제면기술은 바로 제면 비율에서 시작된 것이다. 비율별로 다양한 종류의 소바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메밀, 소바를 자신의 음식화로 확대재생산한다. 이 비율 중 가장 맛있는 것이 8대2비율인 니하치면이다.

소바는 지금의 도쿄지방인 일본 관동지방의 음식으로 생겨나 오늘날은 대표적인 일본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메밀국수와 소바

여름철 음식 중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메밀국수다. 식당에 가면 ‘메밀국수’라 적혀 있는 곳도 있고 ‘모밀국수’라 돼 있는 곳도 있다. 어느 말이 맞을까.

일반적으로 모밀국수라 많이 부르지만 메밀국수가 맞은 말이다.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메밀은 중앙아시아 부근이 원산지로 중국의 명나라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구황작물로 한몫을 했다.

밀가루가 귀했던 당시 국수재료는 대부분 메밀이었다고 한다. 함경도 지역 등에서 유래한 메밀국수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메밀국수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은 소위 ‘판모밀’이란 것을 즐겨 먹기도 하는데 이 역시 ‘판메밀’이라 불러야 한다. 작은 대나무 발이나 나무판 등에 올려놓은 메밀 사리를 장국(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다. 이렇게 장국에 찍어 먹는 방식은 우리의 전통 메밀국수와 다른 일본식으로 ‘소바’라고도 많이 부른다.

 

대정소바
대정소바

 

 

 

 

 

 

 

군산의 최고 소바는 어디일까

앞에서 다뤘듯이 소바는 메밀을 뜻하는 일본 말이다. 지금은 소바키리, 즉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메밀국수는 회(사시미)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음식으로 잡았다.

메밀국수란 말 대신 소바는 군산에서 통용되는 말이지만 ‘판메밀’로 불러야 맞다. 그런데도 소바라 불리는 것은 일본식 잔영이 남은 도시여서 해방 후에도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과 함께 일본인들이 물러가자 소바 음식점들은 군산의 음식으로 토착화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성당처럼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다 그 음식의 전통을 지켜왔던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전후에는 구 법원이 위치한 월명동 주변에서 유명한 맛집으로 법조 등 관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조격인 서울소바가 영업했었고 그들로부터 전수를 받은 이가 1989년 개업했던 영화동 서울소바였다. 이곳에서 맛과 영업 전통을 받은 식당주인이 영업권을 받아 나운동을 거쳐 수송동의 서울소바(2011년 3월)란 이름으로 성업 중에 있다.

초기의 서울소바는 맛으로 엄청났다는 전언이다. 그 당시의 맛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면 이렇다.

연만실(72)씨의 친구들이 결혼 직후였던 30대 초반에 구법원 인근에 있었던 당시 서울소바에서 친구들 6명과 많이 먹기 시합(?)을 했다 한다. 연씨는 친구들을 누르고 판 10장을 먹고 우승을 했는데 그 집 사장이 가스명수를 주더라는 기억은 친구들 사이에 유명한 일화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정도다.

장미동의 명동소바(2008년 3월)는 직접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입구에 구 영화동 서울소바란 것으로 강조하며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과 전혀 다른 뿌리의 소바집 전통을 가진 대정칼국수(88년 6월 개업)는 대정식당에서 대정칼국수와 대정소바(2004년 10월)란 간판을 내걸고 관광객들에게 자신들만의 소바를 어필하고 있다.

 

군산, 미슐랭의 도시 우뚝… 티맵 등 검색왕 등극

맛의 지표 같은 미슐랭 요리와 합성어라 할 수 있는 ‘카슐랭(카(Car) + 미슐랭: 미쉐린 가이드)’ 맛집 전국 1위를 차지하거나 미식가들의 집중적인 순례물결이 있는 곳을 꼽으라 하면 단연 ‘군산’일 것이다.

군산의 음식류 중 전국구급이라 할 수 있는 맛의 대명사는 이성당 빵, 짬뽕, 꽃게장 등이다. 이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자칭 ‘군산의 3미(味)’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들 음식은 미슐랭 요리와 카슐랭의 맛집으로 독보적인 입지에 올라 있지만 군산시는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역의 현주소다.

미슐랭 요리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소개된 요리를 말한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미쉐린)사(社)에서 발간하는 전국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자동차 여행안내책자에서 출발했다. 불어로 ‘기드 미슐랭’이라고 한다. 이 책자는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았고 1922년부터 유가(有價)로 판매되기 시작, 이후 대표적 식당지침서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오늘날 미식가들의 바이블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카슐랭 맛집 전국 1위를 차지고 있는 음식점은 한국 최고령 빵집 이성당이다. 이곳은 군산에서 음식을 사거나 먹기 위해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문화의 원조격이다. 중국집과 짬뽕 등 군산의 유명요리집들도 이 대열에 오른 지 오래다.

최근 티맵, 카카오내비 같은 내비게이션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맛집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맛 사냥꾼들의 군산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맛과 관련된 군산의 관광은 이제 시작이 아닌 새로운 도약기로 떠오른 느낌이다. 전국의 맛 감별사들이여 군산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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