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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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5
  • 김선옥
  • 승인 2023.10.16 06:45
  • 기사수정 2023-10-16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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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24에 이어) 눈이 내리지 않는다니 유감이었다. 아침 근무를 나갈 때, 솜털처럼 하얗게 쌓인 눈을 밟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나다닌 사람이 없는 새벽, 눈쌓인 도로 위로 첫 발을 내딛을 때의 포근했던 기억들은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발 먼저 기숙사를 나섰다. 누구와도 부딪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항상 깨끗한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다. 세상을 흰 보자기로 덮어씌운 것처럼 그렇게 시리도록 흰 눈이 쏟아져 내렸으면 싶었다. 아름답지 못한 연기의 그을음 같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그 눈 속에 모조리 파묻어 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때처럼 많은 눈이 내리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지난날, 형편없는 짓들을 벌이고 다니느라 점호 시간에 늦게 기숙사에 들어오다가 걸렸던 절박한 현주의 입장을 그녀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범인이라고 지목해 퍼트린 철면피와 음모에 기습당한 배반의 기분에서 헤어날 수 없었으므로 결코 현주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주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학대했는지도 몰랐다. 저번에 현주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어 시인이 된 것을 나쁘게 생각했지만 실은 그녀처럼 너무나 지쳐서 현주도 자살의 방법을 택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거센 풍랑과 싸우다 힘에 겨워 쓰러진 현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녀는 모든 것을 털고, 홀가분하게 이 땅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을것 같았다. 극단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가 아름다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넉넉하고 진정한 방법이었다.

기숙사와 학교와 병원을 다시 둘러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 것들을 본 후엔 날이 밝는 대로 가까운 서점에 들를 생각이었다. 서점에서 현주의 시집을 구해 조용한 찻집에서 읽어 볼 작정이었다. 시 속에 그녀를 향한 속죄의 문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세히 현주를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그녀의 프리즘을 통하여 본 현주와는 다른 모습의 현주가 그안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를 읽은 후엔 남아 있던 감정들을 깔끔하게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그런 후면 현주와 획기적 관계를 만들수도 있을 것이었다. 늦었지만 그것이 죽은 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기억들을 깔끔히 정리하고 난 후에는 독일에서의삶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었다. 또 같은 상황에 처해도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울 명분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끝)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선옥 작가님의 단편소설을 마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 준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 6월 14일 개복동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한 '골목이야기'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1년이 넘는 기간에 무려 122회에 나눠 김 작가 님의 소설을 게재했습니다. 

처음 김 작가 님의 소설은 매주 토요일 마다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민들께서 주간 게재 횟수를 늘려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결국 그런 요구에 김 작가 님의 단편 소설을 공휴일에도 게재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민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이후에도 그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게재 공백이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결국 <투데이 군산>은 매일 한 차례씩 게재하기에 이르게 됐습니다. 

아무쪼록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에는 더욱 알찬 컨텐츠로 시민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아울러 지역언론 발전을 위해 <투데이 군산>에 작품을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김선옥 작가 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투데이 군산> 뉴스 디렉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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