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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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8
  • 김선옥
  • 승인 2023.10.09 08:25
  • 기사수정 2023-10-09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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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17에 이어) 윤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몰랐다.그녀는 망설이는 윤을 보니 더 이상 묻기가 어려웠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학교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과는 되도록 멀리 했다. 낯선 땅에서도 윤의 얼굴이 가끔 떠올랐지만 먼저 연락하거나 관계를 이으려던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통로를 단절시키지 않았던 것도 조심스럽게 주위를 맴돌며 접근한 윤으로 인해서였다. 윤은 그녀에게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윤이 그녀에게만 특별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했으며, 매사에 너그러운 성품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현주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일어났을 때 다른 애들보다도 더 혹독하게 굴었거든. 그게 마음에 걸렸나봐. 다른 애들보다 더 원망스러웠으니까."

현주에 대한 생각이 나서였는지 그녀는 주변의 누구와 다정하게 지내지 못했다. 친했다고 여겼던 사람이 어느 순간에 칼을 빼들지 몰라서 가까워지는 게 두려웠다. 베링거와 가깝게 지냈던 것은 그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이방인이었던 이유가 컸을지도 몰랐다.

"독일에서도 가끔 현주가 꿈에 보였어 우습지? 꿈속에서 내게 지나치게 굴며, 손가락질하는 아이들 중에 이상하게도 꼭 현주가 보이더라고.애들과 어울려 날 잡으러 쫓아다니거나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나 덤비기도 했고."

"독일까지 찾아가다니 참 멀리도 갔네"

윤이 조용히 말을 이어 가는 그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비명을 지르다가 깨어 보면 몸이 온통 땀에 젖어 있곤 했어. 시트까지 축축한 정도로 꿈이었는데도 정말 끔찍하고 싫었지."

윤은 말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이들이 왜 잘못한 게 없는 내게 그러는지 괴로웠어. 왜 꿈에서까지 골탕 먹이는지 속이 상해서 화도 많이 났고.”

"힘들었구나. 그래도 잘 견뎌 내서 다행이야."

"대충"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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