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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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2
  • 김선옥
  • 승인 2023.10.03 07:53
  • 기사수정 2023-10-0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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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11에 이어) 화장실에서 나오자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서성거리던 모두가 그녀 가까이로 다가왔다. 학생 시절, 일부러 그녀를 외면했던 그들이 걱정하고있는 모습에 별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인지도 몰랐다.

"괜찮아. 몸에 어디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래. 음식이 바뀌어서 그런 모양이야."

모두를 돌아보며 윤이 말할 때 그녀도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 그러고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다들 걱정하는 눈치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안심시켜야 될 것 같아 웃어 보이기는 했지만 걱정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말은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많이 걱정했어."

한숨 놓았다는 모습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녀의 미소에 그들의 얼굴도 환하게 펴졌다. 그들이 한결 거리가 좁혀진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녀는 약간 어색했다.

이십 년의 시간을 지나, 그녀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알수 없었다. 도둑의 오명과 오랜 누명을 단걸음에 벗어날 수 있을지도 단언할 수 없었다. 현주의 죽음과 시인이란 이름을 눈감아 줄 아량이 있을지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예전의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오래된 기억의 생생한 아픔들이 기지개를 켰다.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 먹으래. 학교에서 저녁을 준비했다고 해. 식사가 끝난 후에는 간단한 놀이도 한단다. 멀리서 오는 동창들을 위해 잠잘 수 있게 숙소도 잡았나 봐. 놀이 끝나면 바로 그리로 간대. 거기 가서 잔다는데 다들 자고 갈 거지?"

윤이 안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소식을 전했다. 광고라면서 전하는 말에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평생회원 되고, 내달라는 동창회비 열심히 냈더니 이런 때 좋구나."

"말이라고."

누군가의 말에 다들 맞장구쳤다.

“애영이도 자고 갈 거니?"

"당연하지. 이런 재미라도 있어서 내가 동창회에 목숨 걸고 나오는 거라니까"

"얼씨구. 그 나이에도 신랑 눈치 보느라고 참석 못한다던 게 누구였더라?”

윤의 말에 애영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런 말은 되도록 조용하게. 여기 특별 손님도 있잖아."

"맞아. 지은이도 멀리서 왔지."

또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이 돌려졌다.

“지은이도 함께 자고 가는 거지?"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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