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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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5
  • 김선옥
  • 승인 2023.09.26 08:09
  • 기사수정 2023-09-26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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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4에 이어) 그녀는 당시 주위의 손가락질에 너무나 힘들고 지쳐 버렸다. 버티려던 의지가 송두리째 곤두박질하던 때였으므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것은 윤의 조언도 이유가 되었다. 윤은 거짓 고백을 경계하며, 끝까지 버티라고 격려했다. 모두가 그녀에게 자백하라고 재촉할때마다 그녀는 윤의 말을 떠올렸고, 그래서 그녀는 끝까지 훔치지 않았다고 말하며 버텨 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윤도 그녀의 결백을 믿지 않았을지 몰랐다. 상황들은 그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결백하다고 믿어서 그렇게 조언했던거냐고 나중에도 묻지 못했다. 윤은 언제나 그녀의 시야를 벗어나 있었고, 물어볼 적당한 기회도 없었다. 현주가 범인이었음을 전해 주었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넌 예전 모습 그대로구나. 좀 마른 편인가?"

대답하는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변하지 않은 건 모습만이 아니었다. 삭이지 못한 슬픔도, 분노도, 자신에 대한 연민도, 그때의 그 사건도, 그녀는 지금까지 가슴속에 그대로 담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후, 그녀는 수용소의 죄수들처럼 격리되었다. 스스로도 동기들도 서로 대면대면 낯선 사람들처럼 굴면서 서서히 그렇게 되어 갔다. 철창으로 격리된 채 살아가는 정신병동의 환자들처럼 남은 시간들을 그녀는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점차 세상과 쉽게 어울리거나 타협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 생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겉으로는 웃고 떠들며 어울리지만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관계로 진행시켰다.

"기다려 내가 가서, 빨리 아이들 불러올게."

"아니, 그러지마. 너만 보고 갈 거야. 다른 애들을 만날 생각은 없어. 내키지도 않고."

윤은 왜 라고 묻는 대신에 그녀를 다독이는 말투로 달랬다.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는 없잖니? 그렇게 말하지 마라. 쉽지 않겠지만 너 기다리는 애들이 많아. 그 애들 꼭 만나고 가야 해. 그 애들이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몰라."

"난, 잘 모르겠어."

"애들이 네게 정말 용서를 빌고 싶어 해. 만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애들이 어떻겠니? 가슴에 더 큰 앙금이 쌓일 거야. 내 말 알겠지?"

윤은 사정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들려오던 전화에서도 윤은 그렇게 말했었다.

"솔직히 그 애들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때 일이 생각나면 소름이 끼쳐"

"네 마음은 이해하는데 애들 마음을 알면 그런 말 못할 거야."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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