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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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2
  • 김선옥
  • 승인 2023.10.13 07:36
  • 기사수정 2023-10-13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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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21에 이어) 겉에 드러나는 단편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은 타인을 평가하고, 때론 그런 식의 평가가 오류를 범한다. 다수가 지닌 엄청난 힘은 잘못된 평가를 받은 누군가를 희생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바로 당사자였으므로 사람들을 함부로 평하거나 쉽게 단정을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이 평소 그녀의 소신이었다. 어쩌면 현주에 대한 판단이 오류를 범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현주에 대한 생각은 쉽게 벗어 버릴 수가 없었다.

“인생을 마감할 때, 현주는 어떤 해방감을 느꼈을까.”

"미친, 행방감은 무슨 사람이 목숨 갖고 장난을 치냐? 생명은 소중한거야. 신이 우리를 살게 하는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왜 자기목숨을 끊어? 자살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해. 살인이라고, 나는 어떤 이유로든 자살은 안 된다고 봐."

"나도, 나도 자살 반대론자야. 그게 누구야?"

자는 줄 알았던 애영이가 어느 틈에 옆에 와 누우며 거들었다.

"현주 이야기."

"어? 그랬어. 현주 이야기였구나. 난 또 누구 다른 사람 말하는 줄 알고.”

그녀는 현주가 아니어서 그 기분을 알 수는 없었다. 죽음이 어떤 식이었을지, 생에 마침표를 찍었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었다. 죽음과 함께 모처럼 자유를 깨달았거나, 터무니없는 집착을 버렸을 수도 있었다. 충격적인 방법이지만 잘못된 과거와 연결되는 통로를 그것으로 차단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죽으면서 그 일들을 기억하며, 사죄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었다. 현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갑자기 밀물처럼 피곤이 밀려들었다. 시차 적응이 안 된 탓인지 자꾸만 졸음이 왔다.

"피곤했나 봐. 아주 깊이 잠들었어."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듯 언뜻 누군가의 목소리가 났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현주가 시인이 되었다는 소리에 많이 놀란 눈치더라. 나도 말해 놓고 지은이의 얼굴이 갑자기 해쓱해져서 민망했어. 범인이 현주라는 말은 전했으면서 왜 시인이 되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니? 현주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혔다는 걸 어떻게 이야기했니?"

"유서에 썼다고 했어. 시인이 되었다는 말은 하기가 싫더라고. 구태여 그런 걸 말해서 뭐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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