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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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0
  • 김선옥
  • 승인 2023.10.01 09:04
  • 기사수정 2023-10-07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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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9에 이어) 현주가 그 돈으로 무엇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면 용서하는 일도 훨씬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주는 머리를 굴려 술수를 부렸다. 자신 대신에 범인으로 삼기에는 그녀가 적합했을 것이다.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아무도 사건의 범인이 현주임을 모를 것이었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표적으로 삼았다. 그녀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말을 은근슬쩍 뱉으면서. 파장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하여 아이들에게 속닥거렸고, 그녀에게 의혹이 증폭되도록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희생양으로 그녀를 택한 계획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한 일은 그럴 듯했다. 그녀가 더욱 끔찍했던 것은 너무 노련하여 당시에는 아무도 현주를 의심하지 못했던 점이다. 그리고 현주의 그물에 갇혀 그녀가 끝까지 범인으로 내몰렸던 사실이다.

생각할수록 몸이 떨렸다.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악마적 본성이 끔찍하리만큼 두려웠다. 현주가 그녀에게 덜 가혹했더라면 일찍 서운함을 걷고, 용서했을지도 몰랐다. 이제야 현주가 도둑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어 굴레에서 벗어났으나 그녀가 겪었던 수모를 씻을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혹독함으로 현주가 그녀를 대했던 것을 잊어버릴 수도 없었다.

잊을 수 없는 것들은 그것 외에도 많았다.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며 되도록 어울리지 않던 아이들, 전염물체처럼 그녀를 격리시키며 아이들은 그녀의 곁에 다가오는 것을 피했다. 그녀는 혼자서 강의실에 갔고, 식당구석에서 홀로 식사했다. 멍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그들이 그녀를 격리시킨 것처럼 그녀도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그런 것들도 잊을 수 없었다. 정든 가족과 헤어져 언어와 물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 살았던 억울함도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울분과 슬픔을 삭이지 못한 그녀는 감정을 다스리는데 여전히 익숙하지 못했다.

"언제부터 시를 썼는지는 모르겠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시를 쓰긴 했나 봐. 시인이 된 것은 확실하니까. 현주의 시들은 정신과적인 고찰이 필요하댔어. 언젠가 정신과 의사가 정신의학적으로 시를 분석해 놓았더라."

"나도 그 책 읽었어."

윤의 말에 애영도 덧붙였다. 애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시와 정신분석의 접근인가 뭐, 평론 비슷한 거였는데, 현주의 자살도 같은 맥락으로 봤나 봐. 시인의 정신이 시에 얼마큼 연결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쓴 거 같더라.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던가. 결론은 그 비슷한 건데, 그거야 보는 사람 나름이니 알 수 없지.”(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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