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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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20
  • 김선옥
  • 승인 2023.10.11 07:41
  • 기사수정 2023-10-11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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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19에 이어) "대중을 향해서까지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설마 속임수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거야, 썼다면 독자들이 즉시 알아챌 테니까. 한번 읽어 보고싶다."

“누가 알아서 속임수를 간파하겠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나로선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좀 독특하긴 했어. 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찜찜하고 영 개운치가 않더라고. 거지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언어들은 찾을 수가 없었거든. 사람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 글에 관한 내 관념을 깨트린 때문일지도 모르지.개인의 취향이지만 섬뜩하고 싫었어. 물론 나와 맞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괜히 읽었다 싶었어."

윤은 처음과 다르게 현주의 글에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글을 읽고 후회했다는 윤의 말은 그녀를 착잡하게 했다.

"등단은 언제 했는데?"

"얼마 안 됐어. 등단하고 일 년 만에 자살했다니까 한 이년 됐나?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유고집에 쓰여 있었어. 나도 잘은 몰라.”

그랬다. 자살이었다. 그녀는 새삼 현주의 죽음이 실감났다. 윤으로부터 소식을 들었을 땐 엉겁결에 뺨을 호되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녀도 자살을 시도하려던 적이 있었다. 범인으로 몰렸을 때,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서 생각했던 극단의 방법이었다. 범인으로 몰아간 모두들에게 죽음으로 마음의 부채를 짐 지우고 싶었다. 강한 적대감이 죽음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길 만큼의 오기와 배짱이 그녀에겐 없었다. 현주는 달랐다. 그녀가 감행하지 못했던 일을 보란 듯이 해치웠다. 현주가 다른 점은 바로 그런 과감함이었다.

“현주, 결혼했니? 예전에 사귀던 남자하고 동거한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는데."

“잘 몰라. 애들하고도 전부 연락이 끊겼거든. 책엔 미혼이라고 썼더라.”

"헤어졌나?"

윤은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자살이 화제였긴 했겠다."

"그랬겠지. 그쪽하고는 거리가 좀 멀어서. 사실 우리도 잘 몰랐어."

"그런데 현주에 관한 그런 소식은 어떻게 알았어?"(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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