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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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13
  • 김선옥
  • 승인 2023.10.04 07:35
  • 기사수정 2023-10-04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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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12에 이어) 윤의 말에 모두의 그러기를 바란다는 기대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이 빠지면 무슨 재미냐?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다니, 얘는 항상 삼천포야."

곁에 있던 애영이 윤의 제의에 쐐기를 박는 말을 하면서 그녀를 향해 밝게 웃었다. 아직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식사하고, 같이 잠자는 일은 계산에 넣지 않았던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그녀는 잠시 망설여졌다.

"아직 모르겠어.”

"망설일 것 뭐 있니? 하고 싶은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 다들 너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단 말이야. 네 독일 생활도 궁금하고. 너 사는 것이 궁금해서 모두 안달나기 직전이거든."

윤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독일에서의 나날을 어떻게 말해 줘야 할지 그녀는 머릿속이 뒤숭숭했다. 거기에서도 여기서와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도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런 날이 어디 쉽니? 말하지 않고 나온 사람은 집에 빨리 전화해서 단속들도 하고, 알았지? 오늘 밤에는 니들 모두 집에 못 들어간다. 다들시간을 내서 놀아 볼 거니까."

“나는 걱정 없다. 애들 아빠한테 살림도 아예 다 맡겨 놓고 나왔거든.오랜만에 오늘 신나게 한번 놀아 보려고. 마음 푹 놓고.”

"누가 들으면 굉장한 살림꾼인 줄 알겠네. 살림은 남편이 다 하던데.”

"여기에서까지 너는 망언을 일삼는구나, 날 모함하는 의도가 수상해.”

중년이 되어서도 그들은 학생 때처럼 재잘거렸다. 이제야 비로소 친구로 받아들이라 말하는 그들을 보며 그녀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잘됐다.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가자. 너무 떠들어서 뱃속이 쿠데타 직전이다. 밥 먹고 나서 다음 스케줄도 천천히 생각하고.”

윤이 모두를 재촉해 자리를 리드했다. 그녀는 망설이면서도 윤에게 붙들린 팔을 빼내지 못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울려 기숙사에 찾아가 식사를 마친 다음에 생각하는 것도 싶긴 했다. 돌아가겠다고 고집부리면 자리만 서먹해질 것 같았다.(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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