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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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3
  • 김선옥
  • 승인 2023.09.24 18:16
  • 기사수정 2023-09-25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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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2에 이어) 그들은 그녀가 도둑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길고 지루한 범인 찾기 놀이에 모두들 얼마간 힘들어지던 때였다.

그 방에 모인 그들은 그녀에게 범인임을 자백하라고 강요했다. 그녀가 아니면 범인이 있을 수 없다는 식이었다. 어제까지 친구였던 그들은 게임을 끝낸 것처럼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제는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다고, 이제는 밀린 공부를 할 수도 있겠다고, 모두들 그렇게 기대하고있었다.

"난, 애영이의 등록금이 거기 있는 줄도 몰랐어."

그녀가 말하자마자 거기 모인 모두의 눈빛이 순간 사납게 변했다.

"왜 자꾸 변명만 하니? 너밖에 가져갈 사람이 없잖아?"

누군가가 그녀를 비웃었다. 모두들 비슷한 표정이어서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녀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니라고 말하면 그럴수록 그들 모두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처럼 굴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잔인했다. 그녀를 노려보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서 있던 그들은 그녀에게 죄를 실토하고, 잘못을 빌라고 재촉하였다.

"난, 훔치지 않았어. 정말이야. 하늘에 대고 맹세할 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명예를 걸고 약속할 수도 있어.”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왜 자꾸 아니라는 거야? 우리 모두 잠도 자지못하고 벌 받는 거는 생각 안 해 봤어? 너 하나 때문에 다들 힘들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했다. 모두들 그녀에게 눈을 흘겨대며, 그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져간 것을 솔직히 인정하라고, 다급하게 몰았다.

“억울해. 돈은 본 적도 없는데 훔쳤다니. 왜 내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거야?"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도 그들 중, 누구도 앞에 나서서 그녀를 위해 변호하거나 그녀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 패거리로 취급되고 싶지 않았던지 친했던 현주도 슬그머니 눈을 감고 외면했다. 짓뭉개고 싶어 안달하던 짐승 같은 시선들에 절망하며 그녀는 끝까지 홀로 싸웠다.

-넌, 거짓말쟁이야. 도둑년이야.

바람을 타고 들리던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아직도 귓가에 이명처럼 들려왔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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