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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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함정 25-8
  • 김선옥
  • 승인 2023.09.29 06:16
  • 기사수정 2023-09-29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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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5-7에 이어) 이십 년도 훌쩍 넘어 희미한 사건이 되어서야 범인이 현주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것도 현주의 자백을 통해서였는데 죽으면서야 털어놓았다고 했다. 세월이 그렇게 지난 후라도 밝혀져서 다들 안도했지만 오랜 세월 타국에서 화를 누르고 산 그녀에겐 지옥 같은 세월이었다. 그땐 아무도 현주를 의심하지 않았다. 친하게 지냈던 애영이마저 돈을 잃은 것에 분노를 터트리며 그녀의 말은 들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후로 졸업할때까지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한 애영이와 범인일 것이라고 고발한 현주와 그녀는 원수처럼 지냈다.

그녀는 친하게 지낸 애영이의 침대에 자주 올라가 누워 있곤 했다. 등록금이 도난당하던 날에도 채플 시간을 빼먹고 애영이 방에 갔다. 그리고 다른 날처럼 애영의 침대에 혼자 누워 있었다. 애영에게 납부하지 않은 등록금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빈 침대에 누워 있었으니 정말 바보 같은 짓거리였다. 경배해야 할 신의 시간을 훔쳐 노닥거렸던 것을 내려다본 신께서 괘씸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벌을 내렸던것인지도. 또 있었다. 그때, 왜 느닷없이 카세트테이프를 사고 싶었던지.

그 전날 그녀는 오빠가 보낸 돈으로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동기들은 그것마저 의심했다. 사감에게 찾아와 해명했지만 사람들은 오빠의 말도 미심쩍어 했다. 오빠는 그깟 놈의 학교 당장에 때려 치우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 모함을 받으며 계속 학교를 다니겠다면 다시 그녀를 보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릿발처럼 내뱉고 가 버린 오빠의 말이 그녀를 울렸었다.

어쩌면 그녀가 잘 웃지 않던 것도 도둑으로 몰린 이유가 되었을지 몰랐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오빠 밑에서 사느라 그녀는 말이 별로 없었고, 항상 우울한 표정이었다. 그런 것도 어쩌면 범인으로 단정하기에 좋은 재료였을 것이다.

"다시 사과할게. 그때 일은 정말 잘못했어. 용서해 줘."

"그래, 나도 미안하다. 지은이 네가 다 용서해야지. 칼자루 쥔 사람이 너니까."

“애영이가 저렇게 사과하지 않니? 사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모두들 서먹한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어색하게 건넸다. 그 옆에서 윤이 거들었다. 거듭 애영의 사과를 받자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건의 진범이 그녀가 아니고, 현주임을 알고 나서 애영이 죄책감에 시달렸을 걸 생각한 때문인지도 몰랐다. 칼을 갈며 지금까지 도도하게 모두를 단죄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부끄러운 일이었어. 그 사건은 우리 모두의 치부를 드러내는 끔찍한 과거야. 상처도 아물면 추억으로 남겠지. 현주가 안됐다. 나는 살아서 이렇게 사과도 받고, 너희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얻었는데, 그 앤 죽어 버렸으니 말이야."(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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