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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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22
  • 김선옥
  • 승인 2023.09.11 07:55
  • 기사수정 2023-09-17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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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2-21에 이어) 성은이 사건으로 앙심을 품고 있던 형사는 이번에야말로 나를 감호소에 보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혼내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병원에 보호조처되자 무던히 약이 올랐던 모양이다. 안심하고 느슨하게 있는 통에 내가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지 어머니를 찾아와서는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만은 절대 속일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고 했다.

개 같은 자식, 다시 불쌍한 어머니를 괴롭힌다면 그 녀석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바보처럼 손등에 햇살이나 받으며 이렇게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대체 얼마나 오래 여기에 머물러 있어야 할까. 사막처럼 메마른 마음에 인간적인 감정이 생겨야 한다지만 감옥과도 흡사한 이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의사의 말대로 황폐한 정신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눈을 들어 창 너머를 바라본다. 강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손등을 적시는 저 햇빛이 오랜 시간 내게 머물러 폭력의 망령에 물들어 있는 머릿속을 백지처럼 하얗게 표백시켜 주기를, 그리하여 나를 물고 늘어지는 이 질긴 어둠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기를 촉수를 뻗어 간절하게 빌어 본다.

머릿속에 병균처럼 우글거리는 잡다하고 더러운 생각들도 깡그리 녹여 없애 준다면 앞으론 아름답고 예쁜 생각들로만 가득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사는 것이 그다지 형편없거나 고통스럽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싶다. 그저 멍청하게 먹고 자고 돼지처럼 살아가는 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바로 살아 있는 것. 나는 내게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서, 죽지 않고 살아 주어서 그렇지 않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쨌거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끝)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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