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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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1
  • 김선옥
  • 승인 2023.08.12 06:13
  • 기사수정 2023-09-12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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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나는 지금 붉은 벽돌집의 이층 창가에 놓인 침대에 앉아 있다. 창살이 촘촘히 쳐진 유리문을 통해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든다. 잡으려고 손을 꼭 쥐어 보지만 잡히기 싫은지 철창의 긴 그림자 무늬를 손등에 만들어 놓고 비웃듯 빠져나간다.

옆 침대의 아이가 흐릿한 눈동자로 내 동작을 유심히 살피며, 궁금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런 설명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손등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곳은 시골에 있는 한적한 병원이다. 정신감정을 의뢰받았던 담당 의사는 소견서에 내가 정신적으로 황폐한 상태에 있다고 쓴 모양이었다.바꾸어 말하면 나는 순전히 의사의 소견서 때문에 이곳에 머물게 된 셈이다.

나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리며, 눈에 심지를 켜고 감시하던 형사는 판결에 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사의 말을 더 신용했다. 형사가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은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착각한 때문이다.

그는 내가 주위와 학교 선생님들을 약삭빠르게 속였던 것처럼 너무나 영리해서 의사도 감쪽같이 속였다고 믿는 눈치다. 나에 대해 잘못 짚는걸 보면 민완형사라고 자처하는 그도 실수하는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이번 일에서 어떤 것을 감추거나 누구도 속일 생각이 없다. 믿지 못하겠지만 죄를 벗기 위해 쇼 따위의 치사한 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아직도 내 주위를 돌며 감시한다. 악마인 내가 언제라도 다시 일을 저지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행동하든 나는 그와 게임할 처지도 아니고,그럴 생각도 없다.

여기에서 나는 육체적으로 완전히 자유를 잃어버린 상태지만 예전에 비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이곳에 오기 전, 아니 사고를 치기 전까지 내 모든 행동은 자유로웠으나 정신적으로는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바꾸어 말하면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말할 수있다.

오늘도 어머니가 다녀갔다. 면회가 가능한 건 일주일에 두 번에 불과한데도 어머니는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하신다.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날은 방의 창문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다가 힘없이 발길을 돌린다. 어머니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을 심하게 자책하신다. 못난 어미 탓이라고 가슴을 치고, 눈물을 떨어뜨린다. 그게 어디 어머니 탓인가. 왜 쓸데없는 자책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나는 혹시, 아버지의 죽음에 속상해서 어머니가 저렇게 서럽게 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설마 그러기야 할까마는 하도 서럽게우니 그런 생각마저 든다.

나를 담당한 검사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실형을 받도록 적극적으로 힘써야 할 그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가 여러 가지로 궁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그 밖에도 여러 인권단체와 여성을 위한 사회 각 분야에서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며, 구명을 위한 서명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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