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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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퍼즐게임 22-21
  • 김선옥
  • 승인 2023.09.10 06:05
  • 기사수정 2023-09-10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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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22-20에 이어) 나는 아버지를 죽였다. 내 손으로 너무나 멀리 있어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하늘의 신을 대신하여, 나는 아버지를 응징했다. 아버지는 죽어 마땅한 존재였으므로 당연히 심판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난 살아남아야 했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내가 따라서 죽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성은이, 바보 같은 그 애처럼 죽기는 더더욱 싫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먼저 형사에게 찾아가 고백했어야 옳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감옥이 두려웠다.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를 죽였다고 그런 곳에서 내 인생을 작살내고 싶지도 않았다. 나를 대신해서 어머니가 감옥에 가는 것은 잘못된 처사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서툴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앞서 어머니는 내가 잘못되는 것을 못 견디어 하였다. 행여 내가 어떻게 될까 봐 경찰이 오기 전에도 몇 번이고 당부하였다.

“넌, 절대 모르는 일이다. 아버지는 내가 죽인 거야. 알았지? 절대로 딴마음 먹어서는 안 된다. 내가 진작 해야 했던 일이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내 손을 붙잡고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리고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이건 내 간절한 부탁이야. 나는 옛날에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살아온 것은 바로 너 때문이야. 네가 잘못되면 나도 죽어 알겠지?"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끝까지 비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자수도 하기 전에 붙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므로, 자수하고 말것도 없는 처지이기는 하였다.

형사는 어머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어머니를 연행했던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닦달했을지 보지 않아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의 집요한 추궁에 그만 항복하고 말았던 듯했다. 어머니는 그 일을 내게 부끄러워했다. 어머니라고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의지가 강했다면 내가 일을 저지르기 전에 벌써 결단을 내렸을 테니까.

어머니에게 내가 범인임을 털어놓게 했으므로 그는 개가를 올렸다. 나를 연행하면서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거만하게 여유 부리는 것을 보면서도 혀를 날름거리는 외에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아버지를 죽인 행위를 모면하고 싶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음을 밝힌다. 죄를 면제받기 위해 쇼를 할 만큼 나는 철면피가 아니며 그렇게 형편없이 타락하지도 않았다.

사실 재판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저지른 행위에 대해 합당한 벌을 받게 되리라고 나는 단정하고 있었다. 감옥으로 가는 대신 이곳에 보내진 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병원에 보내 달라고 사정한 적이 절대로 없다는 거다. 그러므로 철창으로 메워진 이곳 정신병동에서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내 책임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나는 특별실에 격리되어 있다. 느닷없는 격한 충동이 생길지도 모르니 당분간 외부와 접촉하면 안 되겠다는 의사의 판단 덕분이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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