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접목 13-2
상태바
[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접목 13-2
  • 김선옥
  • 승인 2023.05.29 06:51
  • 기사수정 2023-05-29 06:5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13-1에 이어)

"남편 잡아먹은 년이 무슨 염치가 있어서."

매사 트집을 잡고, 팔자를 들먹이며 윽박질렀다. 죽음은 그의 운명일텐데 유림은 늘 그렇게 당했다.

“시집온 지 한 달도 안 지난 새색시가 남편 꼬드겨 팔랑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객사까지 시키고 꼴좋다. 계집 하나 잘못 얻어 집안에 망조가 들었어."

악담을 퍼부을 때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병환 때문이었던 친정방문은 남편을 꼬드겨 돌아다닌 것으로 변질되었다. 굳이 생떼를 부리니 억울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재수가 없었는지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졸음운전을 했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버스를 덮쳐 생긴 연쇄 충돌이었다. 남편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유림이 그런 와중에서 살아난 것은 기적이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신이 생명을 부지시켜 준 것은 아직도 세상에 남아서 해야 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난 지 거의 네 시간 만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친정어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와야 할 만큼 중상이어서 깨어나고도 한동안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했다. 혼수상태에 빠져들 때마다 머리를 절개하는 문제로 고민했던 담당 의사는 결국 두고 보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회복된 것에 의사가 매우 안도했다고 들었다. 잘못되었다면 자신의 판단 착오에 죄책감이 들었을 것이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것은 나중이었다.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야 남편의 죽음을 알았는데 유림이 미웠던 시집에선 그들의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데도 시집 식구들의 생각은 달랐다. 유림이라도 살았으니 기쁘다고 해야 할 텐데 살아 있음 자체를눈엣가시로 여겼다.

시집과 관계를 청산하기 전까지 온갖 악담을 들었다. 생각하면 지금도 야속하고, 끔찍하다. 슬픔을 가눌 수 없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유림에게 품어 낸 것은 잘못이었다. 걸핏하면 그들은 유림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아이러니하지만 지나친 분노는 최소한의 예의도 상실한다는 것을 유림은 그들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았다. 유림이 죽고, 남편이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렇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혼자 된 남편에 연연할 뿐 유림의 죽음을 동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시집에서 말한 것처럼 어쩌면 유림은 남편을 잡아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이야 어떻든 팔자 더러운 시련을 결혼 전에 이미 경험하였으니 말이다. 아름다워야 마땅할 나이 열아홉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든 운명이 성난 파도처럼 유림을 덮쳐 왔다. 야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죽음보다 끔찍했던 그 일이 벌어졌다. 모르는 남자들 여럿이 유림을 끌고 가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차례차례 유린했다. 혼자의 몸으로 반항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당한 일이었다. 죽음보다도 끔찍하고 더러운 그 사건은 유림에게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되었다. 당시의 악몽은 거부할 수 없는 공포를 안겨 주었고, 운명 앞에서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었다. 남편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시집에선 모르는 일이었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영주 2023-06-01 20:33:10
파란만장했던 과거 끔찍,,,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