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자유의 덫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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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자유의 덫 13-12
  • 김선옥
  • 승인 2023.05.13 08:24
  • 기사수정 2023-05-13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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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표지그림/joana(작가의 딸)

(#13-11에 이어)그 후로도 외삼촌의 새벽 나들이는 여전했다. 모두 잠이 든 이른 새벽에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고, 가족들이 집을 비운 시각에야 도둑고양이처럼 돌아왔다. 외삼촌은 그녀와도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 집에 있어도 별다른 말이 없었고, 급하게 마련한 방에서 지내는 게 보통이었다. 어머니는 늘 바빴다. 덤으로 얹어진 군식구의 몫까지 감당해야 했으므로 피로를 털어 낼 겨를이 없었다.

해열은 변한 듯 보였는데 그게 뭔지는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새로운 침입자에게 촉수를 곤두세우느라 잠을 설쳤다.

어느 날, 해열은 귀가하지 않았다.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해열에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스스로를 변명했다. 연락없이 집에 안 들어온 적이 없었으므로 꼬박 밤을 새우며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이후로도 계속 아무 연락 없이 집에 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웠고, 불안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했으나 해열의 행방은 아리송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종적이 묘연했다. 한순간에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잘 살펴보라고 신신당부했지. 그렇게 일렀건만."

어머니는 그녀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나무랐다. 외삼촌 때문이었다고 대꾸할 수도 없어서 그녀는 입술만 깨물었다.

해열을 찾느라 주변을 살피는 사이 그녀는 동생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음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으나 틀에 갇혀 사는 동안 동생을 방치했었다. 과대표였다는 것과 여러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해열이 사라진 후에야 알게 되었다. 동생을 찾는 과정에서 운동권 학생 여러 명과 함께 증발했고, 가깝게 지냈다는 여학생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동생의 여자 친구는 그때 처음 만났다.

"해열이의 여자 친구입니다."

사귀는 여자가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못했던 터라 그녀를 찾아와 인사하는 여학생이 의아했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에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가는 팔과 다리를 가진 여자는 입버릇처럼 말하던 동생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 여자는 동생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여학생에게서 동생의 근황을 들으며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화염병이나 돌멩이를 던지는 무리들의 선두에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안정이 되면 연락할 거예요."

여학생은 외모와 달리 차분하고 강인한 목소리였다.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찾게 되면 즉시 연락을 드리도록 할 게요.”

그녀는 소식을 기다렸다. 집에 앉아 속절없이 기다리는 외에 따로 할일은 없었다.

"아마 곧 집으로 연락이 갈 거 같아요. 얼마 전 여럿이 붙잡혔다는데 그 속에 해열이도 섞인 모양이에요. 별일은 없을 거예요.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해열의 여자 친구는 그녀를 위로했다.

(계속)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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