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大選 이야기 #_9] 부부가 '러닝 메이트'로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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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大選 이야기 #_9] 부부가 '러닝 메이트'로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까?
  • 박선춘 前 국회 국방위 수석 전문위원
  • 승인 2022.03.21 11:05
  • 기사수정 2022-03-2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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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제도 폐지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

'러닝메이트(Running Mate)'는 선거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다. 원래는 경마에서 출전하는 말의 걸음걸이를 조정하기 위해 연습 상대가 되는 말이나 우승이 유력한 말의 기량 점검을 돕기 위한 말을 의미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는 대통령 후보와 짝을 이뤄 함께 출마하는 '부통령 후보'를 가리킨다.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는 공동운명체다.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부통령 후보도 함께 당선되는 식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에게 각각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1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는 주(州)마다 형식이 다르지만. 보통은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속한 정당 명칭 아래에 두 후보자의 이름이 함께 한 묶음으로 인쇄되어 있다. 따라서 유권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묶음 칸에 한 번의 기표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 조 바이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이유를 풍자한 만화
▲ 조 바이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이유를 풍자한 만화

 

# 소속 정당이 다른 대통령과 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소속 정당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의 대통령과 부통령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당 정치가 고착화된 미국에서 같은 당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두 차례나 서로 다른 정당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배출한 사례가 있었다.

첫 번째 사례는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연방주의자당)와 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민주공화당)이다. 당시 헌법 제12조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이 부통령으로 선출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이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한 후,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부통령으로 선출되는 식이다.

* (필자 주) 1804년 제12차 헌법 개정 이후부터 선거인은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별도로 투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남북 전쟁 당시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앤드류 존슨이다. 공화당원인 링컨은 1864년 대통령 선거에서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부통령 후보로 남부출신의 민주당원인 앤드류 존슨을 지명했고 이 러닝메이트가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각각 선출했기에 가능했다.

이론상으로도 당적이 서로 다른 대통령과 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 선거인 투표 결과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는 경우가 그렇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대통령은 하원에서 선출하고, 부통령은 상원에서 선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원과 하원이 서로 다른 당적을 가진 대통령과 부통령을 얼마든지 선출할 수 있는 것이다.

▲ 'House of Cards' 시즌 4의 포스터와 2016년 니카라과 대선 당시 오르테가 부부가 러닝메이트로 유세하는 장면
▲ 'House of Cards' 시즌 4의 포스터와 2016년 니카라과 대선 당시 오르테가 부부가 러닝메이트로 유세하는 장면

 

# 부부가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까?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4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선을 노리는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영부인인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 분)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운다.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부부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지명받는 데 성공한다.

부부가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나서는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두 사람 모두 헌법상 대통령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미국의 정치 환경에서 배우자가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나선다는 것은 자폭행위에 가깝다. 러닝메이트는 부통령 후보 개인의 능력보다 “대통령 후보의 득표에 얼마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다소 현실적이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는 거주지가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 제2조 제1항 때문이다. "선거인들은 각기 자기 주에서 모임을 가지고 비밀 투표에 의하여 2인을 지지하는 투표권을 행사하되, 그중 적어도 1인은 자기와 동일한 주의 주민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2명의 후보자 모두 선거인과 같은 주의 주민이라면 이들 후보에게 투표할 수가 없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각기 다른 주 출신이어야만 한다. 편법이지만, 부부가 각기 다른 주를 주소지로 갖고 있으면서 헌법상의 제약을 회피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

<참 고>

2016년 니카라과에서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내용이 현실화되었다. 3선 연임(통산 4선)에 도전하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로 자신의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를 지명한 것이다. 결국 이 부부는 정·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세계 최초의 ‘퍼스트 커플’이 되었다.

※이 원고는 저자의 저서 '미드 보다 재미있는 미국 대선 이야기'를 참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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