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大選 이야기 #_5] 대통령이 되기 위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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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大選 이야기 #_5] 대통령이 되기 위한 비용
  • 박선춘 前 국회 국방위 수석 전문위원
  • 승인 2022.02.22 08:33
  • 기사수정 2022-03-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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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선거를 치르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다. 선거비용에 상한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 대통령 선거에 동원된다. 이러한 선거비용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트기 이용료, 전세버스 이용료, 우편료, 전화료, 사무실 임대료, 선거운동원 인건비, 광고비용 등 수많은 지출요인 때문이다.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었던 1789년 첫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조지 워싱턴은 유권자 391명에게 600l의 술을 사느라고 50만 파운드의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19세기 초 상원의원을 지냈던 마크 한나(Mark Hanna)는 정치자금 후원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많은 선거자금이 선거에서의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 주지사 출신의 금수저 정치인 젭 부시의 경우가 그렇다. 예비선거가 본격화하기도 전인 2015년 7월 1억 4,000만 달러의 정치후원금을 불과 6개월 만에 모았다고 발표하며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예비선거가 본격화되자 TV 토론회 등에서 막말 대왕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본선거를 9개월이나 앞두고 중도하차를 하고 말았다.

반면, 버니 샌더스는 어땠나? 힐러리 클린턴의 28.8%에 불과한 후원금만으로도 선거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힐러리 클린턴이 사용한 선거비용의 절반만으로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 돈, 돈, 그리고 돈

정치자금에 관해선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민주당의 텃밭인 켄터키에서 공화당 간판으로 1985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무려 36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하면서 공화당 원내총무까지 맡고 있다. 맥코넬 의원이 1970년대 루이빌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할 때, 첫 강의에서는 항상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한다. “정당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가르치겠다.” “돈, 돈, 돈.”

선거는 돈으로 움직인다. 돈이 있어야 사무실도 빌리고, 월급도 줄 수 있다. 전세 비행기로 유세도 다니고 방송 광고도 내보낼 수 있다. 트럼프나 블룸버그처럼 부유한 정치인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은 선거비용을 기부금이나 정당 또는 정치 단체의 지원 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연방법은 정치적 기부에 제한을 두면서 후보자는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기부금의 출처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선거운동 관행, 특히 후보의 선거캠프나 소속 정당이 super-PAC과 같은 외부 그룹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 2020년 대선에선 얼마나 썼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를 얻기 위한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비영리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의 추산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비용 규모는 66억 달러로, 4년 전의 23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초 바이든의 선거 캠프는 자금이 거의 바닥나다시피 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주도권을 거머쥔 4월부터는 선거자금이 몰려들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일주일 전을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의 모금액은 9억 5,000만 달러로, 6억 달러에 그친 트럼프 캠프를 크게 압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우위를 점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양의 TV 광고를 뿌릴 수 있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범유행 속에서 오프라인 집회를 중단하고 자택의 지하에서 구글 ‘줌(Zoom)’으로 모금을 했다. 당시 트럼프는 “바이든은 어디 있나? 그는 코로나가 무서워 지하실에 처박혀 있다”라고 조롱했지만, 바이든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광고는 더욱 파괴력이 있었다. 사람들이 집에서 언론 매체를 소비하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두 후보는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광고에 2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기도 했다. 본래 보수 성향이 강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광고 지출이었다. 풍부한 선거자금이 바이든 캠프의 선거 전략에 더 많은 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 선거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나?

선거자금은 3가지 경로로 조달할 수 있다. 후보자 본인의 재산을 사용하는 방법, 후원금을 모금하는 방법, 그리고 정부의 공적지원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후보자가 직접 모금하는 후원금은 ‘하드 머니(Hard Money)’라고 부르고, 후보자를 지지하는 정치 단체들이 모으는 후원금을 ‘소프트 머니(Soft Money)’라고 부른다.

미국은 선거비용 총액에 제한이 없다. 선거비용 지출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자가 자신의 재산을 사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데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러나 실제로 전체 선거 비용에서 후보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10%를 넘지 않고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선거자금 모집에는 몇 가지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만이 선거자금을 기부할 수 있고 한 후보자에게 최대 2800달러까지 가능하다. 100달러 이상은 반드시 수표로 기부해야 한다. 그리고 50달러를 초과할 경우엔 실명으로 기부해야 한다. 후보자가 아닌 정당이나 단체를 통해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정치활동위원회(PAC)’라고 하는 독립단체를 구성하면 제한 없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단체는 후보자에게 자금을 직접 전달할 수는 없다. 기업체나 노동단체와 같은 이익단체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들 단체는 자체적으로 PAC을 설립해야 한다. PAC은 50명 이상의 자발적인 기부자로부터 자금을 모금하여 후보자에게 선거 때마다 5,000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다.

그밖에 정부로부터 ‘선거보조금(public financing)’을 받는 방법도 있다. 매년 소득세 신고를 할 때 선거자금 기부에 동의하면 1인당 3달러씩 모아 확보된 기금(Tax Check-off Program)으로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1976년부터 실시되었다. 선거보조금은 납세자 1인당 3달러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선거보조금을 받는 후보는 그 금액 한도 안에서 선거자금을 지출해야 하고 직접 모금을 할 수 없다.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대통령 후보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처음이다.

“현재 대통령 선거에 적용되는 선거보조금 제도는 고장이 나 있다. 노련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선거보조금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8,500만 달러의 선거보조금을 포기하는 대신 자체 조달한 막대한 선거자금으로 자유롭게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매케인 진영은 발끈하고 나섰다.

"대선후보의 진정한 시험대는 과연 그가 원칙을 유지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느냐에 있는데 오바마는 그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도덕적 비난을 감수한 오바마의 선택 이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쩐(錢)의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 원고는 저자의 저서 '미드보다 재미있는 미국 대선이야기'를 참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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