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大選 이야기 #_3] 당신, 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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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大選 이야기 #_3] 당신, 해고야
  • 박선춘 前 국회 국방위 수석 전문위원
  • 승인 2022.02.05 12:39
  • 기사수정 2022-03-15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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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46명의 경력

미국인들은 2020년까지 59차례의 선거를 통해 조 바이든을 포함하여 46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들 46명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이전에 연방의회, 행정부 또는 군 등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한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00년 이전에 대통령으로 재직한 25명 중 7명은 부통령직을 거쳤고, 4명은 연방의원(상하원 각 2명), 5명은 주지사, 그리고 9명은 연방정부의 임명직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부통령, 주지사, 상원의원이 대통령선거에 유리해지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1900년 이후 대통령직에 오른 21명 중 20명은 어떠한 형태로든 공직 경력을 갖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기업과 방송 경력이 전부인 도널드 트럼프다.

21명의 경력을 살펴보자. 부통령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다.

부통령을 거친 8명 중에 5명(씨어도어 루스벨트, 캘빈 쿨리지,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제럴드 포드)은 전임 대통령의 사망이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나머지 3명(리처드 닉슨, 조지 H.W. 부시, 조 바이든)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통령 다음으로, 주지사 출신이 6명으로 많고, 상원의원 3명 순이다. 그리고 2명은 내각에 참여했고, 1명은 군 장성 출신이다. 남은 1명은 기업인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당신, 해고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방송 경력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2004년에 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견습생(The Apprentice)’이라는 리얼리티 쇼의 호스트를 맡은 적이 있다. 쇼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신선했다. 16명의 젊은이들이 각각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면서 매주 1명씩 탈락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한 사람은 트럼프의 회사에 취직을 해서 백만 달러의 급여를 받는다는 컨셉(concept)이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트럼프는 1992년에 개봉한 영화에서 실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개발업자 역으로 직접 출연한 적이 있다.

호텔에 도착한 주인공 케빈이 “로비가 어딨냐”라고 묻자, 트럼프는 “쭉 가서 왼쪽”이라고 길을 알려주는 역할이었다.

이 장면은 트럼프가 억지로 요구해서 끼워 넣은 장면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자신을 출연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소유인 트럼프 호텔을 촬영 장소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장면을 넣어줬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에서 케빈에게 길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왼쪽)과 에서 부인 멜라니아와 연기하는 장면(자료: 유튜브)
에서 케빈에게 길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왼쪽)과 에서 부인 멜라니아와 연기하는 장면(자료: 유튜브)

2019년에도 이 영화는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나 홀로 집에 2>를 방영했는데, 트럼프가 등장하는 장면을 삭제한 채 방영하면서 '정치적 편집'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꾸준히 <꾸러기 클럽, 1994년>, <Zoolander, 2001>, <Two Weeks Notice, 2002년> 등 10편 이상의 영화에 단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트럼프, 창살에 갇히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대로에는 명예의 거리(Walk of fame)가 조성되어 있다.

이 거리에는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의 동판 2,700여 개가 약 2.1km에 걸쳐 바닥에 새겨져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 2명이 명예의 거리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주인공은 로널드 레이건(1960년 헌정)과 도널드 트럼프(2007년 헌정)다.

시민들에 의해 훼손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판(출처: USA TODAY)
시민들에 의해 훼손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판(출처: USA TODAY)

트럼프의 동판은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동판 옆에 변기를 세워놓거나 명패 주위를 콘크리트 장벽으로 둘러싸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2016년엔 제이미 오티스라는 남성이 곡괭이로 동판을 부순 일이 있었다. 당초 트럼프의 동판을 빼내 경매에 부친 후, 받은 돈을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들에게 주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8년에는 익명의 게릴라 예술가가 트럼프의 동판 위에 쇠창살을 덧씌우는 일이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감옥에 갈 행위만 했다는 이유에서다. 명예의 거리를 관할하는 할리우드 상공회의소는 트럼프 동판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명예의 거리에 헌정된 유명인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랜드마크를 파괴하는 것보다 긍정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대통령직은 몇 년이나 재직할 수 있을까

미국의 대통령직은 2회까지만 연임이 가능하므로 최대 8년까지 재직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두 번까지만 재직할 수 있도록 명시적 제한을 둔 것은 최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바로 수정헌법 제22조가 비준된 1951년부터 두 번의 임기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초의 헌법에는 연임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몇 번이고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세 번째 임기를 거절한 이후부터 그 어떤 대통령도 대통령을 3번 연임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종의 관습 헌법처럼 된 것이다.

그러나 대공황과 세계 제2차 대전이라는 비상상황으로 인해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네 번째 대통령선거에서도 승리하여 1944년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조지 워싱턴 이후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

그 이후 한 사람이 대통령직을 네 차례나 연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1951년 비준된 제22차 수정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임기 제한이 비로소 생긴 것이다.

대통령직은 최대 8년만 역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론상 하루 모자란 10년까지 가능하다. 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2차례 더 대통령직을 수행한 경우가 그렇다.

수정헌법 제22조 제1절을 보자. “타인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임기 중 2년 이상 대통령직에 있었거나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사람은 1회를 초과하여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 없다”라는 문구에 답이 있다.

위 문구를 반대 해석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기간이 2년 미만일 경우” 해당 기간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원고는 저자의 저서 「미드보다 재미있는 미국 대선이야기」를 참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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