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아내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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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아내③
  • 김선옥
  • 승인 2022.07.22 08:43
  • 기사수정 2022-07-22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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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에 이어)

그런 면에서 남편은 나쁜 자식이다.

남편과 나는 대학에 입학하던 첫해에 만났다. 우리는 닭살 커플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결혼했다. 뱃속에 이미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군대에 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나는 아기 엄마가 되어 휴학해야 했고, 후배들과도 함께 졸업하지 못했다. 내 학업은 그것으로 종쳤다.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혼 여성에 졸업장도 없이 아이까지 딸린 나에게 괜찮은 직장을 주겠다는 마음 좋은 사업자는 없었다.

남편이 군대에 가 있던 시절에는 시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구박은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나이도 어렸고, 철부지였으므로 아마 시집 식구들의 눈에 들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든 이제야 나는 그런 사실들도 깨닫는다.

당시의 나는 힘들게 군대에 적응해야 하는 남편에게 고달프고 어려운 내 삶만 하소연하느라고 바빴다. 가난한 집안에 아내와 아이를 맡기고,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을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의 처지를 이해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어쩌다 휴가를 나와서도 남편은 달달 볶였다. 우리는 다투느라고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곤 했다.

남편이 군에서 제대하기 몇 달 전에야 나는 겨우 일자리를 얻었다. 남편의 절친한 정길이란 친구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커다란 음식점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서빙을 담당했다.

남편이 제대하기 전에 독립하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시집에서 눈치 보며 살기는 어려웠다. 분가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미리 군대를 다녀온 정길은 복학한 학생이었다. 늦게까지 손님이 있으면 나는 뒤처리할 때가 많았으므로 정길은 가끔씩 나를 데리러 왔다. 밤길에 젊은 여자를 혼자 걷게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일이 끝나면 우리는 함께 걸어서 시집이 있는 동네로 돌아오곤 했다.

그의 집은 시집의 근처에 있었다. 함께 걷는 동안 정길은 내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는 학교 이야기나 친구들에 관한 소식을 들려주곤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남편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었으므로 나는 정길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나는 남편의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껴 본 적은 없었으나 정길은 달랐던 모양이다.

내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사실을 시누이가 눈치챘고, 내게 닥친 불행의 발단은 시누이가 정길을 끔찍이 사랑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시누이는 남편에게 내 행적을 고해 바쳤다. 갇힌 사회에서 분노를 제어할 길이 없던 남편은 이상한 생각을 품기 시작했고, 나를 의심하는 증상을 종양처럼 크게 키웠다.

제대하기 직전에 나온 황금 같은 휴가기간은 나에 대한 폭행으로 허비되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고백하라고 내 말은 듣지 않고, 털어놓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들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심한 구타로 갈비뼈가 부러진 나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바람에 다니던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제대한 이후에 남편은 복학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의처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틈만 나면 내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했다. 그가 나를 두들겨 패는 일은 끼니를 때우는 것만큼 자연스러웠다.

내가 무엇하는지 감시하느라고 바빠서 공부도 소홀했다.

시집에서는 여자가 잘못 들어와서 아들이 이상해졌다고 구박의 농도가 나날이 세어졌다.

그러다가 일이 벌어졌다. 유아원에서 돌아오던 진수가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어 죽은 것이다. 모두들 내 탓으로 몰며 나를 코너로 몰았다.

"에미가 정신을 딴 데다 팔고 있으니까 자식을 잡아가지."

급기야 시집과 주위에서는 나를 서방질한 몹쓸 년, 자식을 버린 어미로 취급하고 죄인으로 몰아갔다.

편집증적인 그에게는 내가 자유를 얻기 위해 아들을 죽인 개 같은 년이었다. 천하의 악랄한 죄인이 된 나에게 남편은 마음 놓고, 화를 풀었다. 폭언은 쉴 새가 없었고, 흉기를 휘두르는 폭행도 서슴치 않았다. 술에 자주 취했고, 죽은 자식을 들먹이며 살려 내라고 닥달했다.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겨웠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당할 겨를 없이 한계의 상황까지 몰린 후에야 나는 그에게서 도망치기로 작정했다. 수모를 감당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계속)

※김선옥 작가의 단편 소설은 매주 금요일 이어집니다.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수상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수상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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