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군산을 빛낸 역전의 명수들(나창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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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군산을 빛낸 역전의 명수들(나창기②)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07.09 08:30
  • 기사수정 2022-01-1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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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전 선전을 다짐하는 군산상고 나창기 감독과 경남고 허구연 감독./사진 출처=군산 야구 100년사
시합 전 선전을 다짐하는 군산상고 나창기 감독과 경남고 허구연 감독./사진 출처=군산 야구 100년사

 

군산상고 선수시절 별명은 '다람쥐'

나창기 감독(군산상고 야구부 2기)은 지난 2011년 7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군산상고와 경남고 출신 레전드급 선수들의 추억의 라이벌전 ‘2011 레전드 리매치’에서 군산상고 감독을 맡는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역전의 명수’들 중 맏형이다.

1970년대 고교야구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대회 하루 전날부터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서울운동장 매표구에서 꼬박 밤을 새우는 경우도 적잖았다.

1976년 당시 야구 명문 경남고와 군산상고는 제31회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는다.

‘무쇠팔’로 불리던 초고교급 투수 최동원이 있던 경남고는 군산상고를 승자 결승, 패자부활전을 거쳐 치러진 최종 결승에서 두 번 모두 꺾고 우승하였다.

35년만에 재현된 추억의 라이벌전에서 나 감독은 김일권-김우근-김성한-김봉연-김준환-조종규-강효섭-정학원-박기수로 이어지는 타선에 조계현을 선발투수로 내세워 짜릿한 역전승으로 그날의 빚을 갚는다.

군산상고 레전드팀은 4회까지 0-4로 끌려가다가 역전의 명수답게 5회 말 공격에서 4점을 뽑아 단숨에 동점을 만들고, 6회 말 3점을 추가 7-5로 승리하였다.

어려서부터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나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와 인연을 맺는다.

“전주 중앙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죠. 야구 글러브가 필요한데 집이 가난해서 구입할 수는 없고···."

"그때 급우들이 코치에게 추천해서 선수가 됐어요. 포지션은 투수. 당시에는 작은 키가 아니었거든요. (웃음)"

"당시 담임선생님 전언에 의하면 졸업 때까지 90전 83승으로 성적이 좋았답니다."

"그리고 전주남중 졸업을 앞둔 1968년 군산상고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이듬해 진학하게 되었죠."

"군산상고 시절에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선수들 기숙사(합숙소) 지을 때 현장 일꾼으로 참여했고, 연탄재로 운동장을 고르는 일도 우리 몫이었거든요."

"그래도 재학생, 선수들, 선생님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보람을 느꼈죠."

"기숙사에 식량이 떨어지면 구루마(손수레)를 끌고 흥남동 부근에 있던 경성고무㈜ 직영 방앗간으로 가서 쌀을 몇 가마씩 학교로 실어 날랐는데, 그때 땀 흘리던 일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호남 야구를 23년 만에 4강에 올려놓은 주역되다

지금은 사라진 군산상고 선수들 합숙소(1970년대)./사진출처=군산야구 100년사
지금은 사라진 군산상고 선수들 합숙소(1970년대)./사진출처=군산야구 100년사

 

나창기는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평생의 스승’을 만난다. 야구천재 소리를 듣던 국가대표 투수 출신 최관수 감독이다.

1968년 군산상고 야구부를 창단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던 이용일 당시 경성고무㈜사장 초빙으로 1970년 7월 부임한 최 감독은 나 선수에게 “너는 발이 빠르고 감각이 뛰어나니 2루수를 하라” 며 ‘다람쥐’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당시 나 선수 신장은 165cm.

나창기 선수는 고교 시절 한 게임에서 도루를 4개나 성공할 정도로 기회에 강했다. 주력도 좋았던 그는 1971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찬스메이커로 활약하며 4강 합류의 주역이 된다.

당시 군산상고의 4강 진입은 호남의 고교야구가 전국대회에서 23년 만에 일궈낸 개가였다.

당시 무명이었던 군산상고는 그해 5월 7일 서울운동장에서 벌어진 제5회 대통령배 쟁탈 전국 고교야구대회 4일째 경기(준준결승)에서 찬스에 강한 1번 타자 나창기 선수의 눈부신 활약으로 중앙고를 6-0으로 셧아웃시키고 준결승에 진출한다.

중앙고의 압승이 예상된 가운데 벌어진 경기에서 군산상은 나창기 선수가 1회 말과 3회 말 연속 찬스메이커로 나가면서 중앙고 수비진의 잇따른 타임리 에러로 1점씩을 선취, 2-0으로 기세를 올린다.

5회 말에는 9번 김용배의 레프트 오버 2루타를 시작으로 4연타에 1개 희생타로 3점을 추가 대세를 결정짓는다.

이어 군산상은 릴리프 등판한 송상복의 변화 많은 사이드드로 투구로 중앙고의 추격을 따돌리고 완승하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전북 야구가 전국의 강자로 올라선 것은 ‘한국야구 역사상 최초’라고 보도하였다.

이어 신문은 “팀 창설 3년밖에 안 되는 무명의 군산상고가 일약 전국 4강의 하나로 올라선 데는 전날의 명투수였던 최관수 감독의 피땀 어린 지도와 모든 재정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고 있는 팀 창설자 이용일 경성고무 사장, 그리고 야구에 광적인 김병문 교장의 행정적인 뒷받침이 한 덩어리가 되어 이룩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 대회에서 나창기 선수는 미기상(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상)을 수상한다. 이는 전국규모 대회에 출전한 호남 출신 선수가 받은 최초 개인상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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