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說'] ‘질곡의 역사’ 잘 견뎌낸 전통명절 ‘설날’(3)
상태바
['설'과 '說'] ‘질곡의 역사’ 잘 견뎌낸 전통명절 ‘설날’(3)
  • 글=조종안 기자(향토사학자)
  • 승인 2024.02.10 08:02
  • 기사수정 2024-02-10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날 민속놀이’ 행사장을 찾은 군산 시민들
▲‘설날 민속놀이’ 행사장을 찾은 군산 시민들

93년만에 밝은 햇살 받은 설날

중국 역사서 <수서>와 <구당서>에는 삼국(신라·고구려·백제) 모두 정월(正月)을 각별한 달로 여겼으며, 신라인들은 원일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일월신(日月神)을 배례한다고 적고 있다. <고려사>에도 설날(元正)은 한식·단오·추석·동지 등과 함께 9대 풍속절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의 큰 명절이 되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설이 역법(曆法)에 따르는 것을 살펴보면 삼국 이전부터 대대로 내려온 민족의 명절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설날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설연휴를 즐기게 된 역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처럼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1989년 2월 6일은 그해 설날이었다. 이날은 우리의 으뜸 민속명절이 속박에서 해방되는 날이기도 했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온갖 질시와 구박을 받았고, 광복 후에도 사라질 위기에까지 처했다가 정부가 공식으로 설을 인정하고, 사흘 연휴를 실행한 해였기 때문.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응달에 선 지 93년만에 밝은 햇살을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되찾은 설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2천만여 명이 진짜 '설 쇠러' 고향을 찾고 시장에서도 제수용품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거려 모처럼만에 명절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1989년 2월 5일 자 <한겨레>)

설날은 태양력 사용이 선포되던 고종 33년(1896) 공식 폐지된 후 100년 가까이 파란곡절을 겪는다. 일제의 조선 전통문화 말살정책으로 수난을 당했고, 1949년 정부가 공휴일 발표 후에도 쿠데타(1961)로 권력을 장악한 군사정부가 이중과세라 하여 폐지하려 했으며, 1985년 총선을 앞두고 '민속의 날'로 정했다가 1989년 2월 3일 제 이름 '설날'을 되찾았다.

온갖 박해와 시련을 견뎌내고 1989년 부활한 설날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신정 휴일이 하루로 줄어들면서 명실상부한 민족 최대의 명절로 복권되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는데, 현대사에서 진정한 설날의 역사는 25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계속)

※위 원고는 필자가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와 <디지털군산문화대전>(2012) 등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