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說'] ‘질곡의 역사’ 잘 견뎌낸 전통명절 ‘설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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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說'] ‘질곡의 역사’ 잘 견뎌낸 전통명절 ‘설날’(2)
  • 글=조종안 기자(향토사학자)
  • 승인 2024.02.09 13:10
  • 기사수정 2024-02-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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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때때옷의 상징 '색동저고리'.(출처: 박광훈복식박물관)
▲설날 때때옷의 상징 '색동저고리'.(출처: 박광훈복식박물관)

어머니 사랑 흠뻑 느껴졌던 ‘설빔’

새해가 다가오면 어머니들은 자녀들 옷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우곤 하였다. 이처럼 설날 아침에 입는 새 옷을 ‘설빔’이라 하였다. <열양세시기> 원일(元日)조는 '세비음(歲庇陰)', 세장(歲粧)이라 적었다. 한해를 시작하는 날 아침에 입는 옷이니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을 수밖에.

내남없이 가난했던 시절(50~60년대) 어머니들은 아이들 옷을 가을부터 준비했다. 바지, 버선, 색동저고리, 배자, 까치두루마기 등도 만들어 의걸이장에 넣어뒀다가 설날 아침에 꺼내 입혔다. 철부지 아이들은 옷감에서 풍기는 은은한 냄새에서 어머니 사랑을 흠뻑 느꼈다.

군산 지역 전통 설빔은 일제강점기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으며, 근래엔 기성복을 설빔으로 구입하여 입는다. 산업사회 시절 부모들은 설날을 앞두고 초중고 학생들을 신영동에 자리한 구시장(지금의 마트형 공설시장) 옷가게 골목이나 평화동 양키시장의 단골 ‘맞춤옷집’으로 데리고 가 새 교복을 맞춰주었다.

옷을 집에서 만들어 입던 시절에는 ‘명절옷’이라 해서 특별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장만하였는데, 돌 때 입었던 옷을 여유 있게 만들어 뒀다가 명절에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이들 설빔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고운 색을 나타내는 밝고 맑은 옷감들을 골라 만들었다.

설날에 이 정도는 입어줘야...

▲전통 명절옷 차림의 아이들. 한국의 전통미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듯하다. (출처: 박광훈복식박물관)
▲전통 명절옷 차림의 아이들. 한국의 전통미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듯하다. (출처: 박광훈복식박물관)

위는 '성신여자대학교 박광훈 복식박물관' 자료집(23쪽)에서 캡쳐한 사진으로 설날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고 있다. 남녀 어린이의 우아한 모습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은 우리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도 함께 느껴진다. 남자아이가 머리에 쓴 '호건(虎巾)'은 환한 얼굴과 색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어린아이가 씩씩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호랑이 상을 수놓았으며 거죽은 엷고 가는 검정색 옷감, 안감은 남색 옷감으로 받쳐 만들었단다. 화사한 금박이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방색(五方色)을 기준으로 하는 '오방장두루마기'에 전복(戰腹)을 덧입은 남자아이 모습이 제법 늠름하게 보인다. 노란색(토), 푸른색(목), 붉은색(화), 흰색(금), 검은색(수)을 의미하는 오방색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다섯 방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오방색은 방위와 색깔뿐 아니라 단맛(토), 신맛(목), 쓴맛(화), 매운맛(금), 짠맛(수)을 나타내며 우리의 소리(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와 곡식(쌀, 보리, 콩, 조, 기장 )과도 관련이 있어 음양오행 문화의 뿌리와 조상의 사상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계속)

※위 원고는 필자가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와 <디지털군산문화대전>(2012) 등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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