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군 斷想] 역사 속에 사라진 ‘1123년’… 900년 후의 군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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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군 斷想] 역사 속에 사라진 ‘1123년’… 900년 후의 군산은?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12.06 15:28
  • 기사수정 2023-12-06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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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 선사시대~ 고려· 최근까지 대중국 등 국제교류거점지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 속 선유도 등장… 군산 지명 첫 기록물
익산박물관의 서긍 고려사행 900주년 특별전 ‘역사의미 되살려’ 눈길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정영욱 '투데이 군산' 대표

과거 고군산군도의 주도격인 선유도는 오늘날과 같은 평범한 섬이 아니었다.

선유도는 선사시대에서 삼국시대, 후백제, 고려, 조선, 근대를 잇는 폭넓은 시기동안 활발한 해상활동과 함께 역사적인 중심공간이었다. 최근 계속되는 선유도 해역과 그 주변해역의 발굴조사에서 다양한 시기와 관련된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점이 그 반증 아닌가.

그동안 선유도의 조개무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당시의 해상활동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상활동의 근거가 되는 유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를 기록한 역사서와 기록물들이 없을 뿐이다.

선유도 역사상 한꺼번에 뒤엎을 정도로 엄청난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된다.

지금부터 정확히 900년전인 ‘1123년.’

송나라 휘종이 보낸 사절단(정확한 명칭: 國信使) 일행이 1123년 6월 고려의 수도 개경에 도착했다.

‘군산(群山)’이란 지명이 역사 기록물로선 최초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고려 초기부터 ‘군산’이란 지명의 존재는 명약관화한 것이었으리라.

송나라 서긍(1091~ 1153)이 이 시기에 고려 사신의 일행으로 선유도를 거쳐 고려 수도 개경으로 가는 길에 이곳을 방문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가 쓴 ‘고려도경’이다. 이 책의 본래 제목은 ‘선화봉사고려도경’이다.

그는 고려에서 보낸 한달동안 보고 들은 문물을 상세히 기록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송의 휘종에게 올렸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시대 군산도(현 선유도)가 송나라 사신 등을 영접했던 곳으로서 오룡묘와 숭산행궁, 군산정, 자복사와 객관 등이 존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숭산행궁터에 대한 조사 결과 건물지와 고려시대 기와, 청자류가 출토됐다. 선유도의 숭산행궁은 고려시대에 숭산행궁이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던 동북아시아 외교의 역사적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시기의 고려는 유연하고 실리적인 외교정책을 펴며 활발한 대외무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능력 있는 장인을 발탁하여 독창적인 문화로 발전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제도가 정비되고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고려의 귀족문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고려 전기부터 꾸준히 제작되어온 ‘대장경’, ‘불화’, ‘비색청자’, ‘금속공예’ 등 제작기술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의 선유도는 고려의 무역중심항인 벽란도와 달리 외교사신을 맞는 외교 및 국제교류 중심지였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의 공간으로선 의미가 상당하다 하겠다.

다른 국가나 유명 도시들은 이런 역사적인 의미를 살려 국제학술대회나 학술교류, 기획전 등과 같은 행사라도 열었을 것이지만 2023년의 군산에서는 어떤 일도 없었다.

엉뚱하게도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열릴 서긍 고려사행 900주년 특별전(바다위의 성 군산군도)은 울림이 적지 않다. 그것도 4개월간(12월 12~ 내년 4월28일) 전시행사를 갖는단다.

왜 우린 10주년, 100주년 등등을 기념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

그 시기가 의미하는 역사적인 의미와 책무 등을 되새기기 위해 단체나 기관, 지자체, 정부 등은 관련 시설이나 인물, 역사적인 사실들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역사적인 실체의 중심지이라 할 수 있는 군산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책무는 물론이고 미래의 군산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다.

‘역사를 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 역사가는 설파했는데 오늘을 사는 군산시민들은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전해줄 것인가.

군산과 고군산, 진포대첩, 일제강점기의 아픔, 한강이남 최초의 3.1운동, 옥구농민항쟁, 역전의 명수, 신항만, 새만금방조제…

이런 역사기록물들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역사적인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얼마 남지 않는 2023년은 우리에게 어떤 해로 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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