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100] 조촌동 페이퍼코리아의 과거와 현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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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100] 조촌동 페이퍼코리아의 과거와 현재(하)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5.09 14:32
  • 기사수정 2023-05-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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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공장’ 페이퍼코리아→ 대규모 아파트단지… 상전벽해로 변해
공해문제· 도로 및 주거여건 등 주민민원 빈발… 지역균형발전 여론↑
공장부지 삼나무 숲 철새서식지… 2002년 8월 태풍 루사로 완전 훼손

과거 세풍제지(오늘날 페이퍼코리아)의 발전이 지역경제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지만 세월이 흘러 도심팽창의 장애물이 되기까지 불과 반세기도 안됐다.

바판론자들은 세풍그룹과 고판남(작고) 명예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도심발전의 장애에 대한 책임론을 간헐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초기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다.

필자가 도내 J사의 기자로 군산에서 근무하던 1999년 이후 그 목소리가 커졌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서 고 회장의 군산발전에 대한 절대적인 공헌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세풍공장의 존재가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고 회장)생존 때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비등했지만 그룹이 해체된 후 공장 이전문제는 한동안 잠잠했다.

초기에는 도심 외곽 지역이었던 공장부지(59만6,163㎡)가 지속되는 도심팽창으로 환경문제와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공론화의 서막이 시작됐다.

페이퍼코리아 이전하기 전 모습/사진=페이퍼코리아
페이퍼코리아 이전하기 전 모습/사진=페이퍼코리아

# 이전 여론 증폭… 주민이어 정치권도 가세

80년대 이후 페이퍼코리아 공장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폐수처리장 악취 등 환경문제는 각종 선거 때마다 핫 이슈로 떠올랐다.

도심 확장의 연속성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군산시, 시의회 등 지역정치권 공약으로 이어지면서 페이퍼코리아 공장 이전 논의는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이전여론이 가열된 때는 2009년.

군산시의회 김성곤 의원이 2009년 11월 페이퍼코리아 이전 문제를 논의하자는 시정질의를 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문동신 시장이 2010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민선 5기 선거공약으로 페이퍼코리아 공장 이전을 채택하자 지역사회의 공장이전 요구가 용광로처럼 분출됐다.

이에 페이퍼코리아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균형발전 및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인근 주민이나 시민사회의 염원을 적극 수용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페이퍼코리아가 회사의 존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장 이전을 수용한 것은 안팎의 여론도 있었지만 회사의 승부수도 작용했다. 다시말해 공장 주변 소음 및 냄새 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과 함께 급변하는 제지업계 시장 상황에서 공장 이전을 통한 노후 설비의 개선 및 생산 제품의 다변화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군산시와 페이퍼코리아는 2011년 2월 공장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공장이전 비용은 페이퍼코리아 공장부지의 개발을 통해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군산시의회, 군산시, 도시계획전문가 및 교수진, 변호사, 회계사,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대표 18명으로 ‘페이퍼코리아 공장이전추진위원회(구성)’가 2012년 12월 구성돼 효율적인 공장이전 방안이 본격 논의됐다.

기존 조촌동 부지는 군산시가 매입해 공영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막대한 시 예산이 소요되는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이전 비용에 맞춰 부지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페이퍼코리아가 이를 직접 개발해 비용을 충당키로 한 것.

다만, 이전비용을 제외한 초과 이익이 발생할 경우 초과이익분의 51%를 군산시가 환수토록 조치했다.

이 같은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장이전 비용 마련을 위한 부지 개발안이 2014년 10월 시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고, 그해 12월 26일자로 페이퍼코리아 공장부지 도시관리계획이 결정 고시됐다.

이어 조촌동 공장부지의 도시계획변경 지구단위계획 지형도면 승인이 2015년 4월 10일자 전라북도보(道報)에 고시되면서 인·허가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

페이퍼코리아 이전 후 모습/사진=페이퍼코리아
페이퍼코리아 이전 후 모습/사진=페이퍼코리아

# 사라진 페이퍼코리아 삼나무 숲

페이퍼코리아는 제지업종이란 특성 때문에 자체적으로 삼나무 숲 약 3만3,000㎡를 수십년 전부터 조성했다. 이들 나무들이 울창해지면서 이곳에 백로와 해오라기떼들이 집단 이주해와 서식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공장과 철새들의 공존과 동행이 시작됐다. 이는 한편으로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듯 했지만 또다른 한편으론 철새떼들의 분뇨로 골치를 앓아야 했다.

이런 수십년간의 공존은 2002년 8월 태풍 루사(8월 31~ 9월1일)로 인해 삼나무 군락지들이 대거 훼손되면서 끝났다.

이들 백로떼들은 제일고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변의 숲과 통매산 쪽으로 이주, 본의아니게 집단민원을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공장이전 및 개발과정의 이중고

페이퍼코리아는 공장 이전을 위한 자금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스로 막대한 이전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전 때문에 발생하는 조업 차질 및 생산중단은 생산제품 납품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불러왔다.

사업 후반에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는 개발사업의 특성 때문에 초기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또한, 약 16만평이었던 조촌동 공장 부지가 비응도로 이전하면서 2.9만평으로 축소돼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담보축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등 극도로 어려운 과제들이 줄줄이 산적해 있었다.

개발사업 이익금도 토지매각대금을 제외하면 사업종료 때 발생되는 구조로 현금흐름 상의 문제가 발생했었고, 공장이전을 제안했던 군산시도 공장철거 및 최소 공장이전을 담보하기 위해 신탁을 통해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자금난이 설상가상으로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지개발 첫 번째 사업은 2015년 10월 대우건설 ‘푸르지오’ 아파트 분양이었고, 두번째 대림· 삼호 컨소시엄 ‘이편한세상’도 2016년 5월 분양을 절찬리에 마쳤다.

이와 함께 상업용지 분양과 롯데몰 입점까지 마쳐 1단계 부지개발 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세 번째 공동주택 ‘이편한세상 디오션시티2차’도 2017년 12월 대성공을 거뒀다. 네 번째 공동주택 ‘디오션시티 포스코 더샵(2019년 5월)’에 이어, ‘디오션시티 포스코 더샵2차(2021년 2월)’를 다섯 번째로 분양했다.

이젠 마지막 부지의 아파트 분양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이 과정에서 2단계 상업용지도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단지 내 대규모 중앙공원 ‘디오션시티 철길공원’을 비롯한 각종 기반시설들이 모습을 갖췄다.

페이퍼코리아/사진=투데이 군산 DB
페이퍼코리아/사진=투데이 군산 DB
페이퍼코리아 신공장/사진=군산시
페이퍼코리아 신공장/사진=군산시

# 페이퍼코리아의 공장 이전

페이퍼코리아는 2017년 11월 기존 조촌동 공장을 74년 만에 가동 중단과 함께 철거한 뒤 2018년 2월부터 비응도동에 새 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경색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2017년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주주인 연합자산관리(UAMCO: 이하 유암코)의 자금지원에 힙입어 기사회생, 현재까지 공장이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페이퍼코리아는 유암코 지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생산라인 안정화와 새로운 제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이전 가동 6년째를 맞아 순항하고 있다.

페이퍼코리아 부지 이전문제는 순조로운 아파트 분양 등으로 새로운 도심 건설이라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6월 이후 중간정산문제로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페이퍼코리아 연혁

1943.02 - 북선제지 건설공사 착공

1944.01 – 북선제지 영업개시

1954.06 - 고려제지로 상호변경

1973.03 – 세대제지, 고려제지 인수합병

1976.05 - 세대제지 기업공개 (자본금 31억5,900만원)

1976.07 - KS마크 획득(신문용지 1호)

1985.08 - 세대제지 , 한국합판 합병 및 법인명 변경(세풍)

1992.10 - 석탑산업훈장 수상

1995.01 – ISO 9001 인증 획득

1998.06 – 신문용지 GR(Good Recycled) 마크 획득

2003.04 - CI 선포 및 상호변경(세풍 → 페이퍼코리아)

2003.09 - 최신 원료설비 (3DIP) 준공

2006.11 - 나투라미디어(군산공장) 준공(디지털미디어 생산)

2010.07 - FSC Recycled 인증 획득

2013.06 – KS마크 획득 (크라프트지)

2015.05 – 인쇄용지 GR(GOOD RECYCLED) 마크 획득

2017.10 - 나투라페이퍼(청주공장) 가동

2018.02 – 군산공장(비응도동 신공장) 준공 가동

* 공장이전 및 부지개발 사업

2011.02 - 페이퍼코리아 공장이전 양해각서 체결(군산시)

2014.12 - 동 공장부지 도시관리계획 결정고시

2015.04 - 공장부지 도시계획변경 지구단위계획 지형도면 승인고시

2015.10 - 1차 공동주택 분양(대우 푸르지오 1,400세대)

2016.05 - 2차 공동주택 분양(삼호대림 이편한세상 854세대)

2016.07 - 군산 비응도동 국가제2산업단지 신공장 기공식

2017.11 – 조촌동공장 가동 중단, 공장이전 착수

2017.12 - 3차 공동주택 분양(삼호 이편한세상 423세대)

2018.03 – 조촌동 공장 철거 완료

2019.05 - 4차 공동주택 분양(포스코 더샵 973세대)

2021.02 - 5차 공동주택 분양(포스코 더샵2차 77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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