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國監] "장애인은 평일에만 영화관 가라고?"…'가치봄' 전용관 평일 집중
상태바
[2021 國監] "장애인은 평일에만 영화관 가라고?"…'가치봄' 전용관 평일 집중
  • 신수철 기자
  • 승인 2021.10.14 10:10
  • 기사수정 2021-10-14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영시간표 평일에만 몰려… 20년 평일 93.2%, 21년 87.3%, 일요일 0%
상영작품 2020년 박스오피스 50위권 작품 중 12%, 2021년에는 4% 그쳐
김의겸 의원
김의겸 의원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폐쇄자막서비스 ‘가치봄’ 상영영화관의 숫자도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2년간 상영시간표를 분석한 결과 평일 상영 비중이 80~90%를 차지하고, 휴일인 일요일에는 전국의 모든 영화관에서 단 한 편도 상영하지 않아 장애인의 문화향유권과 미디어접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이외 영화관을 포함해 ‘가치봄’ 영화를 상영한 횟수는 총 116회였으며, 상영작품 수는 8편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47회, 상영 작품 수는 4편으로 더욱 줄었다.

상영 작품 비율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연도별 박스오피스> 기준 50위권 안에 드는 영화 중에서 2020년 12%, 2021년 4%에 그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은 개봉흥행작 대부분을 제때 볼 수 없는 것이다.

요일별 상영 일정에서는 편차가 더욱 드러났다.

2020년 상영 일정에서는 평일(월-목) 상영이 93.2%에 달했다. 화요일 43.9%, 목요일 31.0%로 가장 많았고, 주말(금-일) 상영은 6.8%에 그쳤다. 주말이라고 해도 금요일 14시, 토요일 11시 등 비인기 시간대였다.

2021년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이 87.3%, 그중에서도 화요일과 목요일의 비중이 61.6%로 가장 많았고, 주말(금-일) 상영은 12.7%에 불과했다. 가장 영화관에 많이 가는 주말 시간대, 그중 일요일 상영은 2년여간 전국에서 단 한 건도 없었다.

 

‘가치봄’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협회, CJ CGV, 롯데시네마, 작은영화관 등과 함께 개봉 영화에 한글자막‧화면해설 등을 오프라인상영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발전기금으로 일부 전담한다.

영진위는 상영 일정과 상영관에 대해서는 개별사업자가 농아인협회와 협의해서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배리어프리 운동을 20년 전부터 전개해 온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실질적으로 상영 작품이 한정적이고 상영 시간대조차 일반 비선호 시간대, 평일에 집중되는 것은 영화 배급사들의 시장논리가 주로 적용한 것”이라고 김의겸 의원실에 입장을 전했다.

가치봄 영화의 상영비용이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더욱 다양한 시간대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주요 영화관의 관객 수 감소 추이는 ‘19년 대비 -79%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가동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정상 시장 (‘19년) 대비 약 1.5조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가치봄’ 상영도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는 전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자가격리‧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가입자가 증가했던 OTT사업자들은 장애인 영상 접근성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정확한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출시 권한을 보유한 한국콘텐츠에 대해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대다수 제공하고 있다. 왓챠의 경우에는 폐쇄자막은 13편, 국내컨텐츠의 한글자막 전체 편수는 약 290편으로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가치봄영화 상용화의 걸림돌은 무엇보다 설치비용 문제다.

고사(枯死) 위기인 배급사의 의무와 부담으로만 넘겨둘 것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화자막·수어·음성해설을 의무화하고 문화체육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에 영화발전기금 예산 등을 추가 편성해 적극 지원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청각장애인들이 한국영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자막 및 화면해설 제공 등 보다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현재 개막 중인 2021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음성‧수신기 사용)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운드해설(자막‧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스마트폰앱 사용을 제공하는 영화상영)-를 12개 작품에 대해 17회 상영하고 있는데, 영화자막·수어·음성해설을 스마트폰 단말기에 송출하면 스마트안경과 이어폰을 꽂아 내용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라 눈길을 끈다.

김의겸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는 비장애인처럼 영화관과 영화를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영화와 영화관에 맞춰야 하는 실정”이라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 산업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중에 가장 먼저 배제되는 것이 장애인 영화 접근성이라는 씁쓸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시장논리에만 기댈 문제가 아니라, 국회와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모두의 책임임을 뼈아프게 절감해야 한다”며 “보조시스템 도입 등 영진위가 차별 없는 문화향유권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도록 관련 입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