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황금사자기 예선에서 결승 진출까지
상태바
[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황금사자기 예선에서 결승 진출까지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07.20 08:05
  • 기사수정 2022-01-14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남 에이스 군산상 정상 육박...제목의 1972년 7월18일 동아일보 기사
호남 에이스 군산상 정상 육박...제목의 1972년 7월18일 동아일보 기사

 

제26회 황금사자기 대회(1972년 7월)에 출전한 군산상고는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펼쳐 고교야구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대회 사흘째인 14일 경기 역시 난타전 끝에 경북지역 예선 우승팀 영남고를 물리치고 준준결승에 진출한다. 난전을 예상한 듯 이날도 스탠드는 관중으로 초만원.

에이스 김봉연을 세이브하고 송상복을 마운드에 내세운 군산상고는 1회초 영남고의 공격을 가볍게 막은 뒤 1회말 공격에서 날카로운 타봉을 작렬시켜 일거에 3점을 뽑아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1번 김일권이 포볼로 출루, 세컨드 스틸에 성공하자 2번 양기탁이 시도한 보내기번트가 내야안타로 처리되어 무사 주자 1, 3루가 된다.

이 때 3번 김준환이 등장, 좌익선상에 깨끗한 안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는다.

이어 5번 양종수가 친 내야땅볼을 영남고 3루수가 에러를 저지르고 7번 조양연, 8번 정효영이 연거푸 안타를 날려 2점을 더한다.

3회 말에도 연속 2안타에 보내기번트, 에러 1개까지 묶어 2점을 추가 5대0으로 리드하자 성급한 관중은 자리를 뜨려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일어섰던 관중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영남고의 반격 때문이었다. 영남고는 다소 방심했던 송상복의 부조를 틈타 4회초 1점을 만회한 뒤 5회초 송상복, 김봉연의 거듭된 포볼을 틈타 4점을 다시 잡아내 6대5 접전으로 양상을 바꿔놓는다.

영남고 추격을 받은 군산상고는 마운드를 떠났던 송상복을 재기용,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공격 페이스를 더한다. 4회를 비롯해 5, 6회에 착실한 공격으로 추가점을 잡는다. 3시간여에 가까운 경기가 종료되었을 때 스코어는 8대6, 결국 군산상고는 영남고를 누르고 준준결승에 진출한다.

준결승 4회 초 1사 주자 2,3루에 두고 군산상 김우근의 투수 앞 번트로 3루 주자 김준환이 홈인, 승세를 굳히고 있다(1972년 7월19일 동아일보)
준결승 4회 초 1사 주자 2,3루에 두고 군산상 김우근의 투수 앞 번트로 3루 주자 김준환이 홈인, 승세를 굳히고 있다(1972년 7월19일 동아일보)

16일(대회 5일째) 열린 준준결승에서 군산상고는 인천고의 필사적인 추격에 진땀을 흘리다가 1점 차(3대2)로 승리, 준결승전(4강전) 진출의 꿈을 실현한다.

군산상고의 4강 진입은 황금사자기 개막(1947)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湖南 에이스 群山商 頂上 육박, 仁高 꺾고 本大會서 최초로 4强에>란 타이틀을 뽑아 보도하였다.

이 경기에서 6회 초까지는 파워 넘치는 군산상고의 일방적인 페이스였으나 6회 말부터 맹렬히 추격하는 인천고가 주도권을 잡는다.

군산상고의 초반 공세는 과히 위력적인 것으로 인천고는 거센 파도에 휘말린 조각배 같았다.

군산상고는 3회초 1사 후 8번 정효영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9번 송상복이 번트로 밀고 뒤이어 1번 김일권이 좌익선상에 2루타를 작렬시켜 선제점을 올린다.

이어 군산상고는 6회초 다시 송상복이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1번 김일권, 3번 김준환이 연거푸 2루타로 뒤따라 2점을 가산 게임을 일방적으로 리드한다.

그러나 인천고는 군산상고 선발 송상복의 피칭 위력이 차차 떨어지는 것을 날카롭게 포착, 총력을 기울여 반격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게임의 주도권은 인천고로 넘어오기 시작. 6회말 1점을 만회하고 다시 7회말에도 1점을 더해 스코어는 3대2, 승부를 예측 못 할 접전을 펼쳤으나 승리의 여신은 인천고를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준결승에 진출한 네 팀(군산상고, 경남고, 마산상고, 부산고)은 우연히도 항구도시 팀들이었다.

그중 군산상고와 맞붙은 경남고는 지난해(1971)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승 기록(우승 5번, 준우승 3번)을 보유한 강팀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호남 야구의 기수 군산상고는 18일(대회 7일째) 치러진 준결승전에서 명문 경남고와 열띤 공방전 끝에 승리(3대1) 대망의 결승에 진출한다.

준준결승 때는 무모할 정도의 강공책을 썼던 군산상고 벤치가 준결승에서는 180도 다른 소극적인 작전을 시도, 모두 득점에 연결시켜 게임을 완승으로 이끈다.

4회초 2번 양기탁이 내야안타로 출루, 찬스를 만든 뒤 3번 김준환의 보내기번트 시도가 야수선택으로 처리되어 무사 주자 1, 2루가 된다. 이어 4번 김봉연이 또다시 보내기번트를 시도하여 1사 주자 2, 3루를 만든다.

이때 5번 양종수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 힘껏 배트를 휘둘러 좌전안타를 날린다. 군산상고는 1점을 선취하고 1사 주자 1, 3루 찬스를 계속 유지한다. 다음 타자는 이날의 수훈인 6번 김우근, 또다시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에 성공, 1점을 추가한다.

게임을 리드한 군산상고는 피로의 기색이 엿보인 에이스 송상복의 난조로 한두 차례 핀치를 맞이했으나 8회말 1점을 허용했을 뿐 경남고의 추격에 말려들지 않았다.

특히 군산상고의 9회초 1득점은 경남고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타였다.

군산상고가 경남고를 꺾는 순간 팬들은 마치 우승기라도 쟁취한 것처럼 손을 들어 환호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전문가가 경남고 승리를 예언했을 뿐만 아니라 무서운 저력을 지닌 경남을 물리친 것은 최대의 난관을 통과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지개조차 제대로 한 번 켜지 못하던 호남 야구가 영남의 최강자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스탠드에서 터지는 함성은 방송 중계를 통해서도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군산상고의 결승 진출 소식을 접한 군산 시민들은 전세버스를 이용 결승전 응원차 상경하겠다고 동아일보 군산지국에 입장권 구매를 요청, 시민의 관심도를 입증하였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