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명소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全群 100리길’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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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명소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全群 100리길’ 안녕한가요?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4.03.19 10:02
  • 기사수정 2024-03-21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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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첫 식재 벚나무 군락 대부분 수명 다해 … 고사 불보듯
명성 훼손되면서 벚꽃 활용한 축제· 마라톤대회 등도 모두 중단
군산시내구간 도로 8,366그루… 이중 전군도로의 가로수들 최악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전군벚꽃 100리길’의 가로수용 벚꽃나무 군락들이 내년에도 우리 곁을 지킬수 있을까.

전군도로(번영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와 함께 개설된 전군자동차전용도로의 개통이후 그냥 버려진 길처럼 변하면서 이곳에 식재된 대다수의 벚나무들이 관리 부실은 물론 수명을 다해 고사상태에 빠졌다.

100리길 벚꽃길은 전국 최고의 벚꽃터널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으로 그야말로 약 30년동안 굳건한 왕좌에 올라있었던 명물이었다. 이 도로의 원형은 일제감정기 호남평야의 쌀을 군산항을 통해 수탈하기 위해 개설한 국내 최초로 1908년 건설된 아스팔트 도로(신작로)다.

일제강점기에는 도로변에 버드나무와 포플러를 가로수용으로 식재했지만 이곳이 새로운 모습을 한 것은 1976년.

당시 전북출신 재일교포들은 고향발전 등을 위해 거액의 헌금으로 이곳에 가로수용 벚나무 수천그루를 심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최장의 벚꽃 100리길의 벚꽃축제는 군산시는 물론 익산 및 김제시 등의 최고 봄축제로 우뚝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위상도 90년대 중· 후반이후 급격하게 추락을 거듭했다.

이 시기들어 환경오염과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데다 수명이 30년을 넘어서면서 엄청난 위기를 맞았고 그에 따른 후유증은 엄청났다.

이에 군산시의 벚꽃축제 등이 중단됐고, 김제시는 그 이전에 백구 만경강 둑방에서 열던 벚꽃축제를 금산사로 이전하면서 그 명성은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때문에 해마다 4월이면 이곳의 벚꽃터널을 보기 위해 전국의 상춘객들이 이미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을 뿐 아니라 수만명의 마라톤 동호인 및 가족 등으로부터 환영받았던 전군벚꽃마라톤대회조차 구간에서 제외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로 확장과 주변 난개발 등이 가속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잃어버린 20년’이 이어지면서 전국 최장의 벚꽃터널을 자랑했던 ‘전군간 100리 벚꽃길’이 30년 만에 사실상 평범한 도로로 변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이들 벚나무를 이 도로에 심었을 당시 군산지역 2,838그루였던 것이 약 50~ 60%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은 나무들도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 정도다.

이에 지자체들은 물론 관광전문가, 언론 등에서 명성을 살려 관광자원으로 삼자는 여론이 쏟아졌다.

다행스럽게도 전북도와 전주· 군산· 익산· 김제 등 4개 지자체가 수년전부터 ‘벚꽃 100리길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군산시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인 호응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식목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어 그동안의 정책과 ‘오십보 백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여론이다.

게다가 이 벚꽃나무들은 오랫동안 보식되지 않다가 최근 들어서야 형식적인 보식작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현상유지도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다 남아 있는 상당수 나무들조차 공해 등으로 노화현상과 함께 병들고 있어 최악의 꽃길로 변한지 오래.

<투데이군산>이 최근 직접 현장을 점검한 군산의 3대 벚꽃명소 중 하나인 월명종합경기장 앞도 다수 고사위기에 놓여 있고 시내구간 번영로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앞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시청 인근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시청 인근 번영로의 벚나무. / 사진=투데이군산

여기에다 은파호수공원의 상황도 부실한 관리로 그 위상면에서 과거의 명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게 군산의 현주소다. 몇 년 후에도 은파호수의 벚꽃절경을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수 시민들은 “더 이상 방치하면 수년 내 군산의 명소는 추억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면서 “군항제가 열린 진해지역의 벚나무 관리에 대한 비법을 벤치마킹해 우리의 소중한 관광자원을 유지하고 육성하는 적극적인 행정력을 보이라”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전군도로는

전주와 군산을 잇는 26번 국도는 ‘수탈의 길’로 통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스팔트 포장 신작로인 이 도로는 왕복 4차선으로 총 40㎞다.

일본이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제강점기인 1908년 전주에서 군산항 인근까지 건설한 것. 26호선인 이 도로의 명칭은 ‘전군가도’, ‘전군도로’로 불렸다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번영로’라는 명칭을 부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역사를 간직한 이 도로 양쪽에는 벚나무가 죽 늘어서 ‘벚꽃 100리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성기 시절의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을 배경으로 떠들썩한 축제가 한바탕 펼쳐져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뿐 아니라 횟집 등 유명 음식점들은 마대자루에 엄청난 돈을 쓸어남았을 정도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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