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113] 개정동과 그 곳의 오래된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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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113] 개정동과 그 곳의 오래된 마을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11.21 10:43
  • 기사수정 2023-11-2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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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동의 유래… 옛 임피현 또는 임피군에서 비롯
1914년 행정구역 개편… 기존의 ‘개(蓋·盖)’에서 ‘개(開)’로
사정리와 제주 고씨의 문충공파(중시조격인 고경) 후예들
고 고판남 전 세풍회장, 고영호 전무, 행정관료, 언론인 등

군봉공원은 조촌동과 개정동(면)을 분리하는 자연공간이다.

과거에는 군산시청의 조촌동권역으로 오려면 지금의 군봉공원과 통매산과 연결된 고개를 넘었을 것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신작로(전군도로)가 만들어지면서 동초등학교와 연결돼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을 것이다.

시청에서 전군도로(번영로)를 따라 조금 가면 있는 마을이 사정리.

사정리에는 내사, 외사, 평사, 삼수마을이 있는데 주로 제주 고씨들의 본향이다.

한마디로 고씨의 집성촌이어서 평사뜰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 달리 1차산업의 핵심인 쌀농사로 좋은 교육을 통해 행정관료들이나 기업인 등을 배출했단다.

기업인으로는 이 집안과 가까운 고판남(작고) 세풍그룹 명예회장이 널리 알려졌고 그의 아들에 이어 손자 등 후손들이 군산제일(중)고와 군산간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맹활약했던 고영호 페이퍼코리아 전무와 고대식 전 군산농협 조합장· 고석남 전 군산농협감사 등 농협맨들도 이곳 출신이다.

친구 고 전무는 동초등학교, 군산고와 전북대를 졸업한 뒤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솔제지에 근무한 뒤 페이퍼코리아의 발전과 그 부지의 재개발 사업에 힘을 써온 애향인이다. 고석남 전 군산농협감사가 그의 부친이고, 그의 조부는 내사마을에서 훈장을 지낸 토박이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과거 중앙부처와 군산시청 등에서 행정관료를 지낸 고영균 전 산자부 서기관, 고석경 전 보건복지부 서기관, 고영곤 전 국정원 서기관, 고성술 전 군산시청국장 등과 그 자녀들이 있다. 언론인으로는 고영춘 전 전북일보 국장(JTV 국장)과 그 형제들도 이곳이 고향이다.

이에 따라 <투·군>은 개정동과 개정면에 있는 관공서와 병원, 학교, 주변 시설, 주요관광자원 등을 차례로 다루기로 한다.

# 제주 고씨 문충공파의 본향(사정리)

이곳의 고씨들은 옥구 고씨라 불리며 그 중시조격인 문충공 고경(高慶)의 후손들이다.

문충공파(文忠公派)는 문충공 고경(高慶)의 고조부인 고돈겸(高惇謙) 이래로 살아왔던 개성을 비롯한 전북ㆍ경기ㆍ강원도 ㆍ충청도ㆍ경상도 일원에 많이 살았다.

그러다가 개성에 있던 고돈겸은 12세기 중엽에 중앙의 관리로 있다가 모함을 받고 옥구현(현 군산시 오식도동)으로 유배된 후 정착하게 됐고, 그 후손들이 옥구지방에 쭉 터를 잡고 살게 된 것.

그의 후손 고경이 고려의 명망 높은 학자로 추앙받으면서 명문가를 이루게 되었는데 ‘문충공’은 고돈겸의 현손 문충공 고경이다. 곧, 고돈겸은 옥구를 근거지로 살아온 제주 고씨 문충공파의 입향조다.

문충공파는 고돈겸 이래로 고려 조에서만 9상서 12한림의 명현을 배출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물들을 자랑한다.

# ‘개정’의 유래… 사정동

개정동은 본래 임피군 지역으로 ‘개정’이라는 명칭은 조선 영조시기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책으로 엮은 여지도서의 임피에 ‘개정제(蓋井堤)는 관아의 서쪽 20리에 있다’라는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그 후 ‘개정’의 표기는 1914년 행정 구역을 개편하면서 ‘개(蓋·盖)’에서 ‘개(開)’로 변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개정’이란 지명이 마을에 있던 큰 우물, 즉 개우물 또는 개정(蓋井, 盖井)에서 유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개정동의 북쪽은 개정면 고봉산에서 연결된 용미산, 장군봉 등 고도 80m 내외의 구릉대가 분포하고 서쪽 방향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남쪽은 넓은 개정들녁이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사정동(沙亭洞)

군산시에 있는 법정동. 행정동인 개정동(開井洞) 관할이다.

이곳은 군산 동남부에 위치하며, 주위에 개정동, 조촌동, 미장동 및 옥산면 쌍북리와 접한다.

원래 옥구군 북면(北面) 지역이다. 1914년 북면의 내사일리, 내사이리, 삼수동, 회안동 및 임피군 서사면(西四面) 금동리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옥구군 옥산면 사정리가 됐다가 1973년 군산시에 편입, 사정동으로 개칭되어 개정동 관할의 법정동이 된 것.

이곳은 26번국도 및 709번 지방도가 통과한다.

군산소방서, 군산종합운동장, 군산준법지원센터, 월명종합체육관, 군산간호대학교, 군산선의 간이역인 개정역 등 관공서와 함께 안사정, 외사(새멀), 삼수, 회안, 신기촌, 애고개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한편 군봉공원에는 개정동의 장군샘 약수터가 있다.

1996년에 약수터로 최초 지정된 이 약수터는 운영해 오다가 2005년 12월 수질 검사에 부적합 판정을 받고 폐쇄됐다.

2020년 시민참여예산 개정동 지역위원회에서 장군샘 보수를 결정, 2021년 시민참여예산사업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 관정 개발, 우물 설치 등 지하수 개발·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지금의 장군샘 약수터로 새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2021년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수질검사에 적합 판정을 받아 약수터로 재지정받았다.

북한음식점 중 가장 오래된 노포 ‘압강옥’

압강옥
압강옥

군산에 유명 북한 음식점 중 하나는 사정동에 있는 압강옥.

압록강에서 따왔다는 말처럼 ‘압’자와 물‘강(江)’을 섞어 압강옥이란 1964년 음식점을 만들었는데 당초 옛 군산초등학교와 옛 시청사 옆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평양냉면요리집인 ‘황해옥’이란 이름으로 영업하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메뉴도 상당한 변화를 줬다.

이곳의 육수는 평양식을 따르지만 함흥식을 따르는 퓨전 느낌의 독특한 냉면이다.

이곳은 초기 황해옥이란 이름에서 보듯 황해도식 반가(班家)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3대째 영업 중이다.

전라도에서 뿌리 내린 이북음식으로 냉면과 비빔냉면, 압강옥 정식, 어복쟁반, 복 튀김 등이 주 메뉴다. 전라도 음식과 만남 때문인지 몰라도 이북식 쟁반과는 다소 다르다. 전라도 맛이 보태진 전골로 향토전통음식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1970년대 북한 출신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이 음식 맛에 반해 군산을 방문할 때면 군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던 황해옥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정 전총리는 1973년과 그 후 두 차례 군산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이 구시청사에서 조촌동으로 새로 이전하면서 1995년 6월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은 독특한 맛과 북한음식을 하는 노포여서 오랜 단골뿐 아니라 외지인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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