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111] 대한민국 정·관·학·재계 '전북 인물 산실' 제일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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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111] 대한민국 정·관·학·재계 '전북 인물 산실' 제일고(상)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11.08 14:33
  • 기사수정 2023-11-0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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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핵심학교 부상… 김관영 도지사, 김의겸‧ 신영대 의원 등 정치인들 배출
학계… 이석호 서울대 의대‧ 유병현 고대 법대교수‧ 소순창 지방자치학회장 등
법조 ‧관계… 박양준 성남지원장‧ 문홍성 전검사장‧ 문희철 전국세청차장 등
조재토 예비역 대장, 조용식 전전북경찰청장, 소강석 목사 등 도약 발판 마련
군산제일고 전경
군산제일고 전경

과거에는 조촌동 한국합판 및 세대제지 공장부지(오늘날의 이름은 조촌동 페이퍼코리아 부지)를 거쳐 들어오면 산속에 자리잡은 학교가 군산제일고였다.

3.1운동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온 민족· 민주운동의 발상지였던 군산제일고(교장 이정우‧ 29회).

내년 졸업 70회를 앞둔 제일고는 총 1만8,000여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단, 여기의 졸업은 복교 이전의 졸업기수 제외)

3월 새로 취임한 이정우 교장(25대)은 “명실상부한 명문학교로 우뚝선 만큼 과거의 역사를 압축해서 ‘민족에서 민주로! 민주에서 인류애로!’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구한 말 이땅에 들어온 미국선교사들에 의해 지역 최초로 설립된 한국인 중등교육기관으로 출발했다.

이 학교는 120년의 역사동안 항일운동· 민주화 운동· 구국운동 등의 주역으로서 좌절과 단절의 아픔을 겪어온 우리 근현대사의 축소판과 같은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명학교는 1903년 2월 미국 예수교 남장로교 선교회가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4년제 고등과와 특별과를 병설, 인가를 받아 구암동에 세운 학교.

제일고는 일제강점기에는 당시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호남최초로 3.1운동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정면으로 저항해온 민족학교로서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1940년 폐교되는 비운과 함께 오랜 단절의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앞서 3.1 만세운동의 여파로 이 학교는 특별과 폐지란 아픔을 겪어야 했다.

# 복교와 새로운 재단 탄생… 고(故) 고판남 세풍명예회장 인수 후 장족의 발전

해방 후 8년이 지난 1952년.

이창규 목사(초대교장· 작고) 등 동문 및 교계의 노력으로 복교됐다.

제일중(당시 영명학교)은 1948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학제가 바뀌면서 분리된 제일고는 1952년 복교와 함께 새롭게 출범, 오늘의 자랑스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복교된 제일고는 심각한 운영난으로 폐교 직전에 몰리는 등 학교의 명맥만 겨우 이어오던 중 또 한차례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같은 딱한 사정을 지켜보던 향토기업인 세풍그룹 고(故) 고판남 명예회장이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이라는 철학으로 인수하기에 이른다.

그는 1975년 ‘군산제일고’로 교명 변경과 더불어 새로운 교풍의 학교를 만들어 오늘의 제일고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미래의 동량을 발굴 육성한다는 교육이념 아래 육영사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로 엄청난 돈인 5억여원의 사재를 털어 우수교사를 초빙하고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등 장학사업에 아낌없이 투자, 학교를 기존 구암동에서 지금의 교사가 있는 조촌동으로 옮겼다.

그는 33만여 ㎡의 부지 위에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수세식 화장실과 중앙난방(스팀)시설은 물론 기숙사까지 갖춰 도내 교육계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재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하나 하나 실천, 새로운 학교모델을 제시했다.

인수 당시 3학급에 불과하던 학교시설을 3년만에 30학급으로 늘린데 이어 실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며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이같은 투자로 군산의 변방학교가 도내를 넘어 전국적인 학교의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수많은 동량들을 배출해 사법 및 행정, 공인회계시험 등에서 졸업생 수백명이 합격한 것을 비롯 의료계와 언론계, 학계에서도 돋보였다.

긴 단절의 역사로 다른 전통학교에 비할 바 안되지만 졸업생들 중 정치· 경제· 사회 등 각분야에 진출한 졸업생들의 수는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인 활동 못지않게 이 학교 체육분야의 성장도 눈부시다.

제일고는 1979년 교기인 축구팀을 창단한 이래 전국체전 등 각종 전국대회를 9차례나 석권한데 이어 수많은 국가대표 및 프로축구선수들을 배출했다. 복싱 역시 10여명의 금메달리스트와 국가대표선수들을 배출했다.

군산제일고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기수 중 눈길을 끈 기수는 28회다. 또 새로운 전성기를 활짝 열고 있는 졸업생은 33회다. 물론 다른 기수들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선도적인 기수를 중심으로 특정했다.

# 제2도약기 활짝… 정치인· 학자· 행정관료· 군경 등 맹활약

‘지역 최고 역사를 자랑’ 하는 제일고가 아픈 역사를 딛고 전국적인 인물들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제일고는 김관영(33회)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김의겸(28회)‧ 신영대(31회) 의원 등 정계인사와 학계‧ 관계 및 법조계 등에 이르기까지 전국무대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이 학교의 정계 인사는 김 도지사 뿐 만 아니다.

중견 언론인이자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의겸 의원(전국구)과 군산에 지역구를 둔 신영대 의원까지 둔 고교 최초로 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과거 군산을 대표하는 ‘군산고 출신들의 맹활약 시기’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까지 일고 있다. 이는 강현욱 전 도지사 때의 ‘군산고 인물군’을 넘어서는 단계라는 의미다.

오늘의 제일고를 만든 초석은 원로 선배기수들이다.

전방부대 사단장으로 야전통인 조재토(11회) 예비역 대장은 2000년대 초반 ROTC출신 동기들 중 선두그룹에서 맹활약했고 그 이후 수많은 군장성 및 영관급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초대동창회장이자 목회자였던 황명택 목사,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백봉기 수필가(과거 KBS 제작부장, 편성부장 역임), 조준호 현 정의당 상임고문 등도 오늘날의 제일고 시대를 준비한 주역들이다.

이와 함께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은 모교 출신 중 첫 치안감으로 올라 학교 명성을 떨쳤고 후배들도 총경과 경찰 고위간부 등을 잇고 있다.

여기에다 이 학교 출신 중 최초의 사법시험 합격자는 최성우(26회) 법무법인 길벗 변호사(사시 27회: 1985년)다. 최 변호사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사시에 합격, 전주지검과 서울 북부지검 등을 거쳐 법복을 벗고 국내 유수의 대형로펌에서 활동했다. 최 변호사는 전주지검 검사 시절 당시 삼례나라 슈퍼사건(1999년 2월 6일 새벽 3인조 강도사건)의 수사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당사자에게 사과를 한 용기있는 법조인이기도 하다.

그후 많은 후배들이 법조인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유명 목회자를 배출했지만 해방 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가 기라성처럼 떠오른 목회자가 소강석(26회)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소 목사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작고) 목사 이후 혈혈단신으로 목회에 헌신, 전국적인 목회자로 떠올랐다. 그는 총신대학교 법인이사, CBS기독교방송 이사, 한국교회총연합 법인이사 및 통합추진위원장, 한국교회법학회 이사장 등 중견 목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대도약의 선봉역할 … 전국에서 모집한 28회 졸업생

제일고 28회는 과거 항일투쟁에 나선 선배들과 비견될 만큼 80년대 민주화 투쟁에도 앞장섰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국적인 인물의 보고(寶庫)로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관(경찰 포함)·정·학계, 법조계, 언론 및 의료계, 학계 등 전문직 분야까지 보폭을 넓혀가며 전북의 새로운 인물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정관계와 학계· 의료계· 언론계· 금융계 등에서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언론인과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김의겸 국회의원을 비롯한 문희철 전 국세청차장, 박종석 전 우정사업본부장, 정만석 소청심사상임위원(전 인사혁신처 차장), 오기두 인천지법 부장판사, 박양준 수원지법 성남지원장(부장판사) 등이 정· 관계와 법조계에서 활약했었다.

조희련 전 서장과 서기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을 거친 이들은 수두룩하다.

눈길을 주목시킨 분야는 학계.

이석호 서울대 의대교수와 유병현 고대 법대 교수, 소순창 지방자치학회장(건대교수), 이을범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 염정호 전북대 의대교수 등도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눈길을 끈 이는 조양래 박사와 김평철 박사.

조양래 박사는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아나대학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탠퍼드대 휴먼지놈센터 연구원, 버지니아텍 바이오인포매틱스 책임연구원, 하와이 대학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빙연구원, 서울대 단백질 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한 백신 전문가다. 현재는 개인 바이오회사를 운영하며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의학전문지 메디게이트뉴스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여기에다 한때 학계에 몸담았던 감평철 박사(전 LG전자 북미R&D센터장)도 기업인으로 MS 책임연구원 등 IT분야에서 맹활약, 관련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인사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을 졸업한 김 박사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설립된 큐브리드 파운데이션의 초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역에서는 조상건 군산속편한내과 대표원장, 전준호 현대의원 원장(고창), 여인식 중앙치과원장(장항), 문병태 문산부인과원장(익산) 등 전북 및 충남권과 서울, 수도권, 영남권 등지에 까지 발을 넓힌 지 오래다.

언론계에서 활동한 인사는 하영춘 한국경제 매거진 대표이사,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이사 등이다. 과거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등을 지낸 하 대표이사는 1991년 한국경제에서 뉴욕 특파원 생활과 증권부장, 금융부장, 산업부장 등을 거친 뒤 한경닷컴과 한국온라인신문협회장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여기에다 금융과 건축, IT 등의 분야에서도 전북과 서울 등지에서 해당분야의 핵심인사로 활동한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노동래 전 유진증권 전무와 이영태 전 전북은행 군산센터장, 김재곤· 이권희 전 산업은행 지점장, 이길효 전 기업은행 전주지점장 등이 있다.

또한 김종태 (유)건축사사무소 H건축 대표, 전석기 (주)IT스테이션 대표, 한승문 ㈜한국특수가스 대표이사 등도 도내에 알려진 인물이다.

# 군산제일고 33회 전성시대 활짝

기존 정· 관계 등을 넘어 재계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군산제일고 120년을 새롭게 써가고 있는 기수는 33회다.

이 기수는 그야말로 군산과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인물군들을 배출, 제일고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도지사.

향후 민선 8기 전북 도정을 이끌 김 당선인은 전국 광역단체장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일거에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제일고를 졸업한 김 도지사는 성균관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등을 나왔고 대학 재학 중 최연소 공인회계사(23회)에 합격한데 이어 행시(36회)와 사시(41회) 등 고시 3관왕 영예를 얻었다.

그는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공직 및 경제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을 토대로 19대 총선(2012년)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군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또한, 초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수석대변인, 당대표 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사무부총장 등 당내 요직에 발탁되면서 정치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제20대 총선에서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다당제 안착 등과 같은 정치실험에 도전하면서 민주당을 떠나있었던 그는 20대 대선에서 인재 영입 케이스로 복당,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파란을 일으키면서 민주당의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했다.

그 대표 인물군으로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문홍성 전 전주지검장, 김인태 전주부시장, 오영석 태전그룹 회장, 장해기 삼성중공업 부사장, 임효선 대우건설 상무 등이 군산제일고를 전국 반열에 올린 이들이다.

법조계에서 전국구급 인사는 문홍성 전 전주지검장(변호사).

연대 법대를 졸업한 문 변호사는 사시 36회(사법연수원 26기)로 합격, 서울중앙지검 부장과 법무부 대변인 등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원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윤석렬 정부에서 전주지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또다른 인물은 김인태 전주 부시장이다.

세무대 등을 졸업한 후 여러부처를 경험한 김 부시장은 지방고시에 합격, 군산시청에서 세무과장을 시작한 후 전북도청으로 옮겼다. 이후 도문화관광국장, 정읍부시장, 도민안전실장 등을 거쳤다.

이들 정·관계에서 활약한 동기들 이외에도 돋보이는 분야는 재계다.

재계 대표주자는 군산에서 성장한 태전그룹의 오너인 오영석 회장.

태전그룹의 3세대 경영인이기도 하다. 오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뒤 고대 경영정보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고, 전북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태전약품판매 관리약사· 마케팅팀장을 시작으로 기획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태전약품판매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태전약품의 도매유통 비즈니스 계승 발전과 신사업 모델 혁신을 주도했다. 2016년 부회장에 오른 그는 본격적인 태전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왔다.

2007년 태전약품판매는 처음으로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였고, 당시 약 2,500억원 수준이던 그룹 매출 규모는 1조 원 클럽의 기업으로 올라섰다.

오 회장과 달리 지방대 신화와 평사원에서 출발, 대기업 핵심인사로 떠오른 이가 이번 삼성중공업 정기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장해기 부사장이다.

전북대 정밀기계학과를 졸업한 장 부사장은 1994년 입사해 의장설계팀장, 조선시추기술영업팀장, 선장설계팀장을 지냈다. 삼성중공업 내 최고 조선 설계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 임효선 대우건설 상무도 건설분야에서 꽤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 등을 졸업한 임 상무는 해외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토목맨으로 중흥그룹으로 넘어간 후 대우건설의 임효선 이라크신항만1단계프로젝트 현장 소장을 맡고 있다.

한편 이 학교는 유명탤런트와 프로게이머 등도 배출했는데 김응수(26회) 탤런트와 프로게이머(박영민 전 CJ엔투스 출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문호준 전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등을 졸업생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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