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에 물들다] 고군산군도 천혜의 보고 십이동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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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에 물들다] 고군산군도 천혜의 보고 십이동파도
  • 임동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31 09:53
  • 기사수정 2023-01-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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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서쪽으로 38㎞ 떨어진 도서
고군산군도 해저유물의 첫 인양지· 고려선박 등 문화재 다수
고려시대 최초 닻장 존재… 도자기, 철제 솥 등 총 8,743점
선유도 주변 김양식장
선유도 주변 김양식장

날씨가 좋은 겨울이면 고군산군도 어민들은 홍합을 따기 위해 멀리 십이동파도에 가곤 한다.

십이동파도는 1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로 군산외항에서 서쪽으로 38㎞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필자도 고군산군도와 인연을 맺고 제법 살아왔지만 이곳을 갈 기회가 없었는데 며칠 후 홍합을 따러 간다는 지인의 말에 솔깃해 주저없이 나섰다. 

그나마 들어가는 어선에 자리까지 남았다니 '만사 오케이'다.

십이동파도 바다가마우지
십이동파도 바다가마우지
십이동파도로 향하는 바다 네비게이션
십이동파도로 향하는 바다 네비게이션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에 맞추어 약속한 날 며칠 전부터 눈이 내리고 풍랑이 일었으나 사흘 전부터 바람이 없어 날씨조차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 일찍 선유도에서 출항한 배는 김양식장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인근의 횡경도를 벗어났더니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이곳에 들어서니, 225마력 선외기 2대의 엔진은 24노트(국제 해리로는 1,852m= 1노트)를 가뿐히 넘어선다.

바닷 바람을 쐬어도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 1시간쯤 지나니 십이동파도가 시야에 들어왔고 우리를 먼저 반겨주는 첫 손님은 ‘바다 가마우지’였다.

출렁거리는 파도가 섬 안쪽으로 들어가니 잔잔한 호수로 변해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일행들은 홍합을 따기 위해 여러 섬들을 돌다 등대가 있는 본섬에 내려달라 선장님께 부탁했다.

멀미로 속이 메쓰꺼웠으나 막 땅을 밟으니 언제 그랬느냐며 편해졌다.

정상에서 바라본 십이동파도
정상에서 바라본 십이동파도
8번섬을 바라본 모습
8번섬을 바라본 모습
7번섬을 바라본 모습
7번섬을 바라본 모습

‘4번 섬’이라 불리우며 등대가 있는 이 섬은 콘크리트로 만든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등대를 올라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은 길이었다. 이 길을 걸으면 쉽게 정상으로 갈수 있었지만 섬 풍경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한 심산으로 이곳저곳을 오갔다.

본섬을 중심으로 1번에서 12번까지 바다를 둘러쌓인 모습을 보며 그동안 오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파도에 깎여 형성된 해식 절벽과 팽나무 군락이 발달한 곳으로 아름다움을 더한다.

9번 섬은 가마우지 등 다양한 조류가 번식하고 있으며 후박나무· 사철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1·2번 섬도 육상 곤충류, 상록활엽수, 해조류 등의 종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도서 안내 표지판
특정도서 안내 표지판

1· 2· 4· 9호의 섬은 특성도서 163호로 지정되어 있다.

1960년대 이곳에 살던 주민이 간첩선에 의해 납북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인도로 변했다.이 여파로 고군산군도에 살고 있는 작은 섬 주민들도 큰 마을로 이주, 오늘날처럼 무인도와 유인도를 나눠진 것이란다.

하지만 이곳의 자연적인 것 이외에도 문화재적인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과거 섬 마을에는 청자들이 종종 인양된다는 소문은 적지 않았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우연히 2003년 이 해역에서 키조개를 캐던 잠수부들에 의해서였다.

해저 유물 모습(KBS 역사스페셜)
해저 유물 모습(KBS 역사스페셜)
고려선박 인양(KBS 역사스페셜)
고려선박 인양(KBS 역사스페셜)
인양된 선박을 추정하는 모습(KBS 역사스페셜)
인양된 선박을 추정하는 모습(KBS 역사스페셜)

물론 1970년대부터 해저유물이 발견됐다는 신고만도 20여 건을 넘을 정도였다.

이렇게 시작한 것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동안 본격적인 해저 유물조사가 이루어졌다. 

당시 발견된 해저 유물은 선체 조각 14점, 도자기, 철제 솥, 청동 숟가락 등 8,743점이다. 덕분에 전통 한선과 항로, 선상 생활을 비롯한 청자의 변천과 생산· 유통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했다. 

이곳에서 출토된 것 중 눈길을 끈 것은 닻장. 이는 최초로 확인된 고려 시대의 닻장으로 선박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수중발굴에 고고학 전문팀이 탐사, 인양, 유물보존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한 것이 최초의 사례였을 뿐 아니라 선체 기본구조가 남아 있는 고(古)선박 형태가 인양된 것도 처음이라 한다. 

당시 십이동파도에서 발굴된 고려선박과 해저유물들은 현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잔잔한 십이동파도 안쪽의 바다를 보며 해저유물을 인양한 곳을 뒤로하고 900년 전 항구들을 넘어 중국까지 오가는 해양개척자 고려인들의 기개를 상상해본다.

홍합 따는 모습
홍합 따는 모습
톳과 지충
톳과 지충

본섬인 4번섬을 돌아보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빼어난 풍경에 넋을 잃을 정도로 아득하다.

선장님이 이곳으로 배를 타고 오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바닷가로 내려가 홍합을 따고 있는 일행들과 합류, 험한 파도 속에  살아 있는 홍합들을 갈고리와 같은 장비로 몇 개 따다보니 어린 시절에 봤던 톳과 지충이 바위 곳곳에 덕지 덕직 붙어 있다.

한참 지났을까. 물때 때문에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란다. 

동쪽의 기암괴석
동쪽의 기암괴석
동쪽의 기암괴석
동쪽의 기암괴석
십이동파도에서 가장 큰 팽나무
십이동파도에서 가장 큰 팽나무

밀물이 들어오자 각자 담어 놓은 홍합 망들을 배에 실고나서 본섬 동쪽으로 이동해보니 정상에서 보았던 절벽이 선명히 보인다.
조금 더 일찍 오지 못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뒤로 사라지는 십이동파도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며 따스한 봄날을 다시 올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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