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걷다 #93] 법조타운(4)…취재로 만난 검찰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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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걷다 #93] 법조타운(4)…취재로 만난 검찰맨들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3.01.26 10:46
  • 기사수정 2023-01-26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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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장 群… 홍석조· 정진호· 염웅철· 박윤환· 신병수· 김윤성 변호사
당시 검사群… 이성윤· 이복현 등 , 일반직… 오봉기· 주기용 과장 등
‘거악척결’에 앞장선 법조인들로 추억 가득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사진=투데이 군산 DB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사진=투데이 군산 DB

전주지검 군산지청을 오간 사람들에 대한 취재 에피소드들은 가득하다.

여기에서는 주로 군산지청장과 검사, 일반직 검찰맨 등을 취재하면서 얻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되 그 잘잘못이 아닌 취재과정의 기억물들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그것도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집중탐구가 아닌 수박 겉핡기 수준으로 언급하는 것을 양해를 구한다.

# 99~2003년 3월 취재물…홍석조· 정진호· 신병수등 당시 지청장

1999년 5월 어느날.

도내 일간지에서 근무하던 때, 군산지청 출입기자로 발령이 나자 사무과에 인사차 들러 명함을 교환했는데 당시 사무과장은 순천이 고향인 J 서기관이었다. 순천은 선친의 고향이라 고향과 그 주변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당시 지청장실로 안내받았는데 그가 홍석조 전 광주고검장이었다. 물론 그는 퇴직 후 재계인사로도 활약한 바 있다.

익히 들었던 그는 삼성가의 외가 일원이었고, J일보 홍석현 회장의 친제였다. 과묵한데다 외부 인사와 만남을 자제한 분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정중한 화법을 구사한 인물이어서 호감이 가는 인물로 기억된다.

이 시기에 만난 이가 절친 K의 선배로 부장검사였던 L부장.

그는 범죄예방업무를 관리하는 부장검사여서 범방회원들과 함께 밤거리를 누비면서 거리선도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고대 출신이어서 유난히 막걸이를 좋아하는 까닭에 허름한 선술집에서 자주 막걸이를 마셨던 추억들이 새록새록난다. 심지어 그의 관사에 까지 가서 술을 먹을 정도로 친교를 다진 20여년 전의 과거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떠오른다. 취해서 그곳에서 취재수첩 등을 놓고 왔다가 나중에 그분에게 되찾은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당시 1호검사로 알려진 이가 후에 전국적인 인물로 떠오른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다.

그는 강직했을 뿐 아니라 지역 토착세력에 대한 수사로 지역사회가 들썩일 정도였다. 비행장 골프모임 등의 각종 토착비리사건 등을 엄정하게 다뤘다.

그해 9월이 되자 익산출신 정진호 지청장이 새로 부임해왔는데 용산고와 고대 등을 졸업한 그는 재군산 및 익산지역의 고교 모임 때 회식비를 아껴 작은 선행을 남몰래 했던 이로 기억된다.

조그마한 키였지만 외유내강의 인물이었고 애향심도 대단했다. 그는 서울북부지검장과 법무부 차관 등을 거쳐 변호사로 개업했다.

아마 이 시기에 후배 C와 선배 양헌규 집행과장 등도 해를 달리해서 만났고 그들과 동행이 이십여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그 당시엔 지역에 근무하던 언론인들간 취재 경쟁이 극심했지만 정도를 지키는 바람에 지청맨들에게도 제법 인정받을 정도로 열심히 현장을 지켰다. 그 때 지청장이 충청도 양반인 추호경 변호사였다.

천안 지청장으로 영전한 그는 자신의 검사 후배들에게도 (우릴)추천을 할 정도였으니 그 시절에는 긍· 부정적인 평가와 관계없이 열심히 취재현장을 오간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충청북도 영동이 고향인 신병수 지청장(2001년 10월~ 2003년 3월)은 훤칠한 키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분이었다. 그는 기억이 맞다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남편 A 변호사와 고교 동창이었던 인물로 고교시절 친우였단다. 고교시절 친구들간 속 깊은 인연에 대한 얘기를 전해주기도 했었다.

# 2004년 2월~ 2008년 3월 지청장… 박윤환· 김윤성· 염웅철 변호사

이 시기가 필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일간지에서 지역 신문으로 옮기던 과정이었다. 물론 1년 7개월 가량 전주 본사로 발령나는 바람에 군산에서 공백이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군산에서 일간지 언론인으로 근무하던 2004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당시 박윤환 지청장과 당시 검찰은 민주화투사로 알려진 당시 강근호 군산시장을 구속했다.

처음에 그는 무척 조심스러워했던 것 같은데 구체적인 수사물이 나오자 결단을 내렸던 것 같다. 초기 언론 브리핑을 할 때만해도 정제된 표현을 했지만 수사상황이 진척되자 단호함을 보였던 표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004년 10월 강근호(70) 군산시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물론 필자도 이 시기에 수많은 관련 기사를 썼다. 고 강 전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한 장이 아닌 만큼 이 정도로 한정하고자 한다.

검찰은 ‘거악척결’이란 자신들의 모토를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그 시절의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경험을 살려 후배 검사를 도왔던 C부장검사는 물론 군산이 고향이었던 J 주임검사와 대학 선배였던 O부장검사 등에 이르기 까지….

지자체의 부패를 막았던 것은 이들의 노력과 취재현장의 언론인들도 한몫했다. 그 이후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았던 것은 이 시기에 독직사건의 싹을 잘라낸 성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술자리에서 간혹 회자되던 지청장은 김윤성(2005년5~ 2006년 2월) 변호사다.

김윤성 지청장은 충남 논산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뒤 사법고시(23회)에 합격, 대검 공보담당관과 서울 중앙지검 부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홍성지청장 등을 거쳤다. 틈나면 테니스와 수영을 즐긴다는 내용이 그의 법조 프로필에 나온다.

알면서 당했던 폭탄주의 제조 비법(?)을 설명하던 김 전 지청장은 대검 공보관 출신답게 주류불사였을 뿐 아니라 대단한 주량을 자랑했다. 그는 알곡이라할 수 있는 양주를 비중을 이용, 흘러 보내고 취하지 않는 법을 설파했고 실제로 익산의 모 음식점에서 후배 P가 집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의 주량과 관계없이 그분의 선친은 충청과 전북권에 다수의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였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직업이 만든 주당이 아니었을까.

가장 인격적인 만남을 한 법조인은 염웅철 전 지청장(44대).

그분과의 대화는 2007년 군산CC에서 기네스북에 참가한 골프대회(73홀)와 관련된 취재물을 보이면서 만남을 이어왔다. 2007년 6월 16일 새벽부터 해가 질때까지 장장 73홀을 돌았던 골프 기네스였다.

그 기네스 내용은 이렇다.

448명이 73홀에서 동시에 티오프, 기네스에 도전하는 골프대회가 군산CC에서 열렸다.

군산CC(대표이사 강배권)는 6월16일 ‘제1회 세계 최초 73홀 단체골프 기네스 세계기록 도전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씨에프랑스가 주최하고 한국기록원의 기록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오전 5시 국내 최다팀(112개 448명)이 동시에 티오프, 14시간 동안 73홀을 도는 샷건(shot gun) 방식으로 치러졌다. 참가자 중 446명이 완주했고 2명은 개인사정으로 중도 하차했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멋지게 인격을 보인 법조인으로 지금도 귀감이 될 정도다.

언론인과의 대화를 거쳐 식사할 때면 자신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경청, 당시 현장에 있던 언론인들에게 좋은 기억들을 추억으로 소환하는 인사다.

지금도 사석에서 드물게 만남을 갖지만 M 선배를 통해 그분의 소식을 자주 전해듣곤 한다.

# 다른 검찰맨들

문재인 정부 때 군산지청을 거쳐간 법조인들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 시기에 잘나간 인사들의 다수는 호남인맥이 대부분이었고 윤석열 정부와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시기인가.

그래도 최근에 떠오른 군산지청 출신 중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단연 돋보인 것 같다. 공인회계사 출신 검사답게 지역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지역저축은행사건을 맡아 상당한 성과를 냈고 절제력을 보였던 법조인으로 기억된다.

그가 아무래도 정치인의 길로 들어설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갈지는 향후 행보가 궁금 인사다.

군산지청을 지나간 사람들은 아무래도 검사들의 활약상과 인연을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이곳의 검찰 사무직들 중에도 눈길을 끈 이들은 적지 않다.

현직에 있거나 이곳에서 퇴직한 이들의 추억들도 좋은 기억들로 가득하다.

순창이 고향인 주기용 전 과장(서기관)이나 오봉기 전 집행과장, 광주가 고향인 A과장(군산에서 두차례 근무), 양헌규 전 집행과장 등 연배 검찰맨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분들의 촉이 있어 한때 법조 비리사건 때 검찰의 위상을 손상시키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조직 내부의 판단은 어떨지는 모르겠다.

당시 이런 정보없이 근무하던 일부 판사들이 법복을 벗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분들의 관리와 정보력도 언론과의 만남을 통해 얻었던 주의력의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너무 과한 평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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