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이 되면 민정이는 습관처럼 세나 자리를 바라봤다. 비어있는 책상과 의자. 학교는 온통 가출 이야기뿐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책상을 붙이고 앉아 수군거렸다. "롤라장 다녔던 애들이라매?” “터미널에서 남자들이랑 있다는 걸 봤대." "경찰도 왔어." 누가 먼저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들이 교실 안을 떠돌았다. 한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은 금세 다른 사람의 말이 되었고, 사실인지 소문인지도 모른 채 점점 살이 붙어 갔다.
담임 선생님은 수업을 하다가도 몇 번씩 교실 밖으로 불려 나갔다.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 목소리가 하루종일 높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한 번이라도 롤라장이나 오락실을 다니던 아이들이 하나둘 교무실로 불려갔다.
복도에는 벌을 서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거나,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반성문을 든 아이들이 교무실을 들락거렸다. "부모님 모셔 와." 교무실 안에서의 선생님 목소리가 복도까지 들렸다. 민정이는 자기 이름도 곧 불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도부 선생님은 다른 아이의 반성문에 적혀 불려나온 민정이를 한 번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쪼그만 게 왜 여기 있냐? 넌 들어가." 그 말이 끝이었다. 민정이는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교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았지만 책을 펼치지 못했다. 창밖 운동장만 한참 바라보다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공책을 꺼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자이언트 롤라장은 발길이 끊겼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롤라장 다니는 학생은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민정이도 더는 가지 않았다. 누가 못 가게 해서가 아니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며칠 뒤, 아이들이 서울의 어느 여관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학교에 퍼졌다. "돈이 떨어져서 카세트를 전당포에 맡겼대." "거기 주인이 애들이 적어준 집 전화로 연락했나봐." "부모님이 직접 데리고 왔다더라." 아이들은 저마다 들은 이야기를 보태며 떠들었다.
며칠 후 세나와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왔다. 옷차림은 그대로였지만 얼굴에 생기가 사라졌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교실은 전처럼 시끄러웠지만, 세나와 아이들이 지나가면 잠깐씩 조용해졌다.
돌아온 세나는 몇 번이나 민정이를 바라봤다. 민정이는 끝내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쉬는 시간이었다. 세나가 민정이 앞에 섰다 "민정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