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맥주보리 ‘재배단지·맥아가공 능력’ 훨훨… 수제맥주 시장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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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맥주보리 ‘재배단지·맥아가공 능력’ 훨훨… 수제맥주 시장 견인
  • 정영욱 기자
  • 승인 2024.03.21 12:38
  • 기사수정 2024-03-21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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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광의 술산업도시 재현 기대감… 가격· 품질 등 앞세워 진격
보리재배단지 2022년 19ha에서 2024년 8.26배(157ha)로 ↑
생산량도 이기간 동안 2022년 82톤에서 올핸 9.1배(750톤) ↑
수제맥주/사진=군산시
수제맥주/사진=군산시

군산맥주보리의 재배단지와 맥아가공 능력을 앞세워 수년 전부터 국내 수제맥주시장에 진입, 새로운 술산업선도도시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군산은 제주와 전남, 경남 등 다른 맥주보리 주산지와 달리 재배면적과 공급량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과거 ‘백화양조’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산은 과거 김제와 고창 등 도내는 물론 전남, 제주도 등과 함께 국내 보리주산지로 명성을 누렸지만 2012년 정부의 보리수매중단정책으로 판로 확보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시농업기술센터와 선도농가 등이 2010년대 후반부터 판로개척과 생산성 제고에 대한 고심을 거듭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보리가공 등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수제맥주 시장의 진출이었다.

이를 위해 시농업기술센터는 보리품질 향상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농가에서 생산한 맥주보리를 ‘군산맥아 제조시설’로 옮겨 명품 맥아로 만들었다. 그 결과 수입산 맥아와 견줄만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맥주보리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폭발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역 맥아가공용 보리재배단지는 2022년 19ha로 시작 △ 2023년 24ha △ 2024년 157ha로 급증했다. 이는 3년새 8.26배가 늘어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생산량(공급량)이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82톤과 92톤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에는 750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군산과 달리 다른 맥주보리주산지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수제맥주의 도시로 위상을 드높였던 제주맥주보리의 재배면적은 2019년 대비 34%가 줄었고 경남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소비처 문제와 노동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군산시는 이런 흐름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맥주보리산업의 새로운 발전을 꾀했다. 야심차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술산업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정책적인 방향을 잡았다.

군산시가 이런 꿈과 비전을 계획한 것은 60년대와 70년대의 호남을 대표했을 뿐 아니라 전국적인 술산업도시였던 술산업 최고의 영광의 시대인 ‘백화양조’의 재현을 이루겠다는 희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시는 2020년 이후 보리재배면적 확대는 물론 판로개척, 가공시설 구축 등에 올인했다.

이런 노력은 품질향상과 가격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제맥주 양조용 맥아 생산과 가공용 보리(엿기름 등) 등이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제맥주체험관 군산비어포트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사진=군산시청제공
수제맥주체험관 군산비어포트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사진=군산시청제공

국내 수제맥주원료소비량은 1만톤 가량인데 조만간 군산의 비중은 조만 10%대를 노크할 것으로 보인다. 수제맥주체험관인 비어포트와 이곳을 활용한 수제맥주페스티벌 등을 통해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큰 호응을 하고 있어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군산맥아는 K-위스키와 K-수제맥주의 유일한 원료로 군산이 양조산업의 최적지로 입지를 굳히는 한편 수제맥주업체와 위스키 양조업체들의 군산 입주를 유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군산에 희망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턱없이 부족한 제조시설과 열악한 지방중소도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군산의 ‘백화양조’는

1960· 70년대 군산 ‘백화양조’는 한때 청주는 물론이고, 연이은 위스키 히트작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차례나 제사상에 올리는 제주(祭酒)의 대표 격인 청주 ‘백화수복’이 백화양조의 간판 상품이었다.

1985년 백화양조가 두산에 팔리고, 백화양조를 산 두산주류마저 롯데주류로 넘어가면서 백화수복을 처음 만들었던 회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안타까움만 가득했지만…

백화양조는 양주에 손을 대면서 위스키 원액 19.9%의 기타 재제주 ‘죠지드레이크’를 선보였는데,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원액함량이 낮다는 이유로 죠지드레이크에 ‘위스키’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되자, 이번에는 위스키 원액을 25%로 높인 ‘베리나인’을 만들었다.

베리나인도 잘 팔렸지만, 이것보다 더 인기를 누렸던 건 원액함량 30%의 고급버전인 ‘베리나인 골드’였다. 원액함량이 30%만 넘으면 특급 위스키라 부를 수 있었던 시절에 베리나인 골드는 국내 특급 위스키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백화양조의 몰락은 청주나 양주에 비해 판매가 저조했던 소주의 주정배정권을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소주를 포기하자마자 2차 석유파동이 터지면서 청주나 양주의 소비는 크게 줄고 소주 판매량이 급등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위스키 원액 100% 양주 ‘베리나인 골드 킹’을 내놓았는데, 이게 OB 시그램의 ‘패스포트’에 밀려 참패하면서 회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파국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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