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영원한 군산인 故 최관수 감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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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영원한 군산인 故 최관수 감독 ②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1.02.01 07:37
  • 기사수정 2022-01-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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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상고 감독으로 부임... 시민의 정성 이어져

최관수 감독 취임식(사진 뒷면에는 부임 첫날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봉연, 노석균, 나창기, 하태문 등 당시 군산상고 선수들 이름이 적혀 있다.)./사진=군산야구 100년사
최관수 감독 취임식(사진 뒷면에는 부임 첫날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봉연, 노석균, 나창기, 하태문 등 당시 군산상고 선수들 이름이 적혀 있다.)./사진=군산야구 100년사

 

1970년 7월 23일 오전, 군산상업고등학교(아래 군산상고) 운동장에서 조촐한 취임식이 열렸다.

그해 봄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한 최관수 기업은행 투수가 군산상고 야구부 3대 감독으로 부임하는 자리였다. 당시 최 감독 나이는 스물여덟.

지도자 경험이 없는 풋내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를 맞이하는 선수들의 눈은 빛났고,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최 감독의 또 하나 직책은 기업은행 군산지점 행원. 그는 월급은 은행에서 받고, 출근은 군산상고 운동장으로 하였다.

최 감독이 취임식을 마치고 선수들에게 던진 첫마디는 “우리 심심한데 베이스러닝이나 하면서 몸 좀 풀어볼까”였다.

그 말은 감독, 선수 모두 주자가 되어 홈베이스에서 1루, 홈베이스에서 2루, 3루를 사력을 다해 20~30차례씩 뛰자는 것.

당시 2학년이었던 나창기 호원대 야구부 감독은 “첫 대면부터 곤욕을 치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1학년이었던 김준환 원광대 야구부 감독은 “동계훈련 때는 선수들이 추운 지방 사람들이 신는 무거운 방한화(경성고무 제품)를 신고 왕복 25km쯤 되는 군산비행장까지 러닝을 했다”면서 “눈보라 몰아치는 해망동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뒤따라오던 (최관수) 감독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인구 11만을 힘겹게 턱걸이하던 지방의 작은 항구도시 군산.

최관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은 시민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 첫째 이유는 군산에 초중고 야구팀 여섯 개를 창단한, 그래서 시민 모두가 신뢰하는 이용일 경성고무(주) 사장이 어렵게 영입한 인물이라는 것.

두 번째는 항상 과묵하고 자신을 낮추는 최 감독의 처세였고, 세 번째는 그의 화려한 선수 경력이었다.

군산 시민은 1960년대 후반부터 떠도는 ‘폐항(閉港) 위기설’에 불경기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돌파구는 지속적인 항만 준설작업이었다. 당시 정부는 예산을 이유로 외면했다.

형편이 그러함에도 최 감독 취임식 닷새 전(7월 18일) 경성고무 공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자 범시민 모금 운동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 사무실과 가게를 찾은 이용일 사장과 최관수 감독에게 깊은 관심과 격려를 보냈다.

‘군산상고 야구는 군산시민의 야구’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시민들은 최 감독이 무명의 군산상고를 일약 야구 명문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이라도 한 듯 열과 성의를 다했다.

군산의 향토기업들은 최 감독이 권유하는 방식으로 정기예금이나 덩치가 큰 정기적금을 계약하였고, 개인 사업가와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도 통장을 개설했다. 전직 언론인 채규이(78)씨 추억담을 들어본다.

 

“그때 호주머니가 조금 넉넉한 사람들은 예금 권유에서 그치지 않고 최관수 감독이 다니는 기업은행 저금통장을 20~30개씩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종잣돈으로 알고 저축 많이 하라고 선물했지."

"자녀들에게도 주고... 통장에는 돼지고기 한 근 값(300원)이 들어 있었지."

다방 커피 한 잔에 50~60원 할 때니까 300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단 말이야."

"그뿐인가, 군산상고 선수들에게 로스구이를 20~30인분씩 무료 제공하는 정육점과 식당도 여러 곳 있었지. 그때 군산 시민들의 ‘야구사랑’ 정말 뜨거웠어!”

 

이웃의 권유로 거래 은행을 아예 옮기는가 하면, ‘이자 없이 빌려줬다가 받은 셈 친다’며 적금을 들었다가 중간에 해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적금을 들어줘도 2~3회 넣고 그만두면 권유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절반 이상 내고 해약하는 사람도 많았다.

군산 시민의 정성은 그만큼 각별했고, 그 결과 최 감독은 예금권유 실적 전국 1위 행원으로 뽑혀 몇 차례 표창을 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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