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전북 발전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일까.
전북환경운동연합(이하 전환연)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기존 군산공항과 철도·항만을 연계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공항건설의 경제성과 안전성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항 건설을 전제로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보다 전북에 가장 효과적인 교통체계가 무엇인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연은 지난 8일 성명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의 타당성을 재검증하고, 군산공항 활용 확대와 철도·항만 중심의 교통망 구축을 포함해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제기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공항 건설의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 조류 충돌 위험과 갯벌 훼손을 감수할 만큼 공항이 필요한지, 기존 공항과 철도·항만을 활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됐는지다.
# 경제성 논란…공항 건설이 지역 발전을 보장하나
전환연은 새만금국제공항의 경제성 문제를 주요 반대 근거로 들고 있다.
성명에서 제시한 비용 대비 편익(B/C)은 0.479다. 일반적으로 B/C가 1보다 낮으면 경제적 편익이 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사업의 정책적 필요성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산정 시점과 전제, 국가균형발전 등 비경제적 편익을 어떻게 반영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전환연이 문제 삼는 것은 공항 건설 자체를 지역 발전과 동일시하는 논리다.
공항이 들어서면 기업 유치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투자나 충분한 항공 수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업이 투자처를 정할 때는 산업용지와 전력·용수 공급, 재생에너지 확보, 물류비, 인력 수급, 세제와 규제, 항만·철도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공항 건설에 앞서 실제 항공 수요와 취항 노선, 운영비 부담을 검증하고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특히 지방공항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공항을 추가하면 이용객 확보와 운영비 부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새만금국제공항의 필요성을 판단하려면 예상 이용객과 노선 계획, 재정 부담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조류 충돌 위험과 수라갯벌…안전·환경 문제도 쟁점
전환연이 경제성 못지않게 강조하는 부분은 항공 안전과 생태계다.
새만금국제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 일대는 철새를 비롯한 야생생물의 서식 공간이다. 갯벌은 저서생물과 조류의 먹이터이자 서식처이며, 퇴적물에 탄소를 저장하는 생태적 기능도 한다.
공항 건설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고 주변 환경을 바꾸면 이러한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조류 충돌 위험도 핵심 쟁점이다. 환경단체는 새만금 일대의 조류 서식 환경을 고려할 때 공항 입지와 운항 안전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환연에 따르면 법원은 당시 입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비교·검토하지 않았고, 위험도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법정보호종과 인근 갯벌에 미치는 환경 영향에 대한 조사·평가, 경제성을 포함한 공익과 환경·안전상 이익의 비교에도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전환연은 갯벌 매립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새만금 정책 방향과도 공항 건설이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단지 확대와 기반시설 확충에 앞서 생태계 보전과 개발의 편익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 “공항 없으면 맹지” 반박…철도·항만 연계가 대안
전환연은 새만금국제공항이 없으면 새만금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지역의 접근성은 공항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군산공항과 새만금신항, 철도·도로를 배후 산업단지와 도시들에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전환연이 제시한 대안의 중심에는 철도가 있다.
서해안 철도망을 확충하고 새만금 인입철도를 연결해 수도권과 전북 서해안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한편, 군산공항과 인천국제공항 등 기존 공항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구상이다.
항만과 철도를 연계하면 산업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도로 운송에 따른 비용과 탄소배출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전환연은 군산~목포 구간을 잇는 서해안 철도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고, 새만금 인입철도와의 연결을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철도와 기존 공항을 연계하면 전북에서 국제 항공망으로 접근하는 길을 확보하면서 신규 공항 건설에 따른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철도 확충만으로 공항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 이용객의 실제 이동 수요와 철도 소요시간, 환승 편의, 화물 운송의 특성 등을 비교해야 한다. 철도 건설 역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만큼 사업비와 편익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결국 쟁점은 공항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치지 않는다.
새만금과 전북의 산업·관광·물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교통수단을 어느 규모로 확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 개발 당위성 넘어 대안 비교와 공개 검증 필요
새만금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은 지역 발전의 목표와 그 수단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쪽은 기업 투자와 관광, 국제 접근성 개선 등을 기대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수요와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재정 부담과 생태 훼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환연은 공항 건설을 포함한 교통 인프라 대안을 공개적으로 비교·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신공항을 건설하는 경우와 제외하는 경우의 비용·편익, 조류 충돌 등 환경·안전 비용, 새만금신항과 철도를 연결했을 때의 물류 효과, 기존 군산공항의 활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사업 찬반을 둘러싼 정치적 주장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다.
항공 수요와 운영비,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 철도·항만 연계의 경제성, 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실질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전환연의 요구는 새만금 개발 자체를 무작정 멈추자는 주장이라기보다 과연 개발방식이 합리적인지 다시 따져보자는 데 가깝다.
새만금국제공항이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라면 그 근거를 수요와 비용, 안전성 검증으로 입증하고, 다른 교통망이 더 큰 편익을 제공한다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