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정희 전북도의원이 군산·김제·부안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통합청사 김제 배치’를 파격적으로 제안해 논란의 중심에 스스로 섰다.
군산시장 후보가 행정의 상징인 시청사를 타 지역에 두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20일 도의회서 기자회견을 통해 “군산은 산업단지 중심, 김제는 통합시청 등 행정타운, 부안은 문화관광지역으로 개발하면 3곳이 만족하는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시청은 새만금, 국가산업, 재정전략 등의 영역을 담당하고, 지역별 행정센터는 자율성을 인정하는 전제로 교육, 복지, 민원 등 주민과 밀접한 부분을 담당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인 청사 위치 문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든 것이다.
그가 기자회견 장소를 군산시청이 아닌 전북도의회로 선택한 것도 이런 까닭으로 읽혀진다.
# '통합청사 양보 대신 경제 실리’…관할권 분쟁 끊을까?
박 의원의 이 같은 구상은 지역간 균형 보다는 기능적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국가산단과 항만, 배후 산업 인프라를 갖춘 군산은 산업·경제 거점 역할을 강화하는 대신 김제에 통합청사를 배치함으로써 통합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그동안 관할권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김제와 부안을 통합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행정 중심을 양보하더라도 새만금 개발의 실질적 성과를 통해 군산이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분권 전략에 군산과 김제, 부안이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행정통합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 ‘5극 3특’ 기조와 맞물린 포석
박 의원의 제안은 이재명 정부의 지방분권 전략인 ‘5극 3특’과도 궤를 같이한다.
새만금개발이 환경과 관할권 분쟁, 책임 주체 불명확 등 문제로 장기간 표류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간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선 정부 재정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통령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질책한 점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키웠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5극3특 전략을 통해 지역 행정통합을 지원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지원과 새만금개발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3곳의 행정통합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재정을 쥐고 있는 정부는 지역갈등이 지속되는 한 기계적인 중립 만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새만금개발을 더욱 꼬이게 한다"고 진단했다.
행정통합을 통해 하나의 의사결정 주체를 만들어야 새만금 개발의 결정권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 정책 승부수’인가, ‘지지율 반전 카드’인가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제안을 순수한 정책 구상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박 의원이 현재 군산시장 후보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강한 이슈 선점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행정통합과 청사 이전이라는 고강도 의제를 던져 논쟁의 중심에 서고,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된 ‘큰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산 지역에서 부담이 큰 ‘시청사 외부 배치’를 먼저 언급한 점을 두고 찬반을 떠나 '주목도를 극대화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독이 든 성배를 스스로 들었나?"…지역민심에 달렸다
문제는 군산의 민심이다.
시청사는 단순한 행정시설을 넘어 지역 자존심과 정체성, 상징성을 갖는 공간인 만큼, 이를 김제에 양보하겠다는 제안은 지역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군산시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도박에 가깝다.
자칫 지지기반을 통째로 잃고, 수 십년 정치적 커리어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독이 든 성배를 스스로 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의지는 확고하다.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파격적인 결단만이 새만금 관할권 분쟁을 끝내고 행정통합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소모적인 관할권 분쟁을 종식시키고 새만금이라는 공동의 미래 가치를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군산 시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박 의원은 “'물 들어 올때 배 띄어라"는 말처럼 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과 군산, 김제, 부안이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통합청사 김제 배치’ 카드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전략적 결단으로 평가받을지, 지지율 반전을 노린 위험한 승부수로 남을지는 시민들의 냉엄한 판단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