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영화 이야기] 필름 느와르에 담긴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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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영화 이야기] 필름 느와르에 담긴 군산
  • 장병수 (유)어울림 대표
  • 승인 2021.04.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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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포스터
'비열한 거리' 포스터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명대사는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김혜수 역)이 운영하는 사설 도박장에 단속을 나온 경찰이 잠깐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라는 말에 어이없다는 식으로 한 대사다.

이 명대사로 배우 김혜수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 되었다. 여기서 언급한 팜프 파탈은 1940년대 유행한 검은 세계를 다룬 영화인 ‘필름 느와르’(film noir)의 장르적 특성 중 하나다.

지난 호에 다룬 갱스터 영화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범죄자들의 단순한 삶을 다루었다면, 이번 글에서 다루게 될 ‘필름 느와르’는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숙명에 의해 혹은 개인의 내적 갈등과 불완전함으로 인해 결국 파멸에 이르는 전개하에서 주인공들의 비관적인 인생관과 사악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 영화다.

이를 위해 묵중한 실내 분위기, 해질녘이나 여명의 잔광, 비에 젖은 음습한 골목, 우울한 표정, 중산층 살인자, 운명의 볼모, 공포와 환상 등을 주로 소재로 삼는다. 음울하고 과장된 표정 연출 등은 조명, 분장, 의상 및 특수효과 등에 있어서 독일 표현주의 영화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갱스터 영화와는 다르게 ‘필름 느와르’에는 ‘팜므 파탈’이라는 독특한 여성 캐릭터가 존재한다. 팜므 파탈은 ‘파멸로 이끄는’, ‘숙명적’, ‘치명적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파탈과 ‘여성’을 의미하는 팜므의 합성어이다.

19세기 유럽의 문학에서 사용을 시작하였고, 주로 남성을 파멸적인 상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여자를 뜻한다. 주인공을 파멸로 엮는 여성 캐릭터, 즉 팜므 파탈이 존대한다.

이 용어는 1940년대 필름 누와르 장르의 특징이다. 대부분 필름 느와르의 남자 주인공은 범죄 혹은 음모로 인해 타락하거나 파멸한다. 남자 주인공의 파멸은 대부분 여성의 유혹과 관련을 맺는데 여기서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 특히 ‘남자를 위험과 재앙으로 이끄는 여성’이 바로 팜므 파탈이다.

이러한 누와르 영화는 80년대 홍콩 영화 [영웅본색], [지존무상] 등으로 ‘홍콩 느와르’로 변형되었으며, 90년대 이후 한국 영화계에도 ‘한국형 느와르’ 영화들이 생겨나게 된다.

한국형 느와르 영화의 공식은 대개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하게 조직세계에 입문해서 보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음과 동시에 보스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이런 와중에 주인공은 팜므 파탈을 만나게 되고 결국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조직원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군산에서 촬영한 필름 느와르는 [비열한 거리](유하 감독 2006년)와 [타짜](최동훈 감독 2006년) 그리고 [아저씨](이정범 감독 2010년) 등 다수의 영화가 있다.

영화 [비열한 거리]는 불안한 영혼을 가진 한 남자의 서글픈 뒷골목 인생을 배우 조인성의 슬픈 눈빛을 통해 하루 하루를 비틀거리며 힘겹게 헤쳐나가는 서글픈 청춘의 자화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이마트 뒤쪽 바닷가에 있던 폐공장. 드높은 천장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 햇빛이 사선을 만든다. 그 안에서 건달들이 목숨을 건 일대 싸움을 벌이는데 햇빛에 비친 자욱한 흙먼지가 영화 분위기를 한층 업시겨준다.

영화 [타짜]는 속절없이 당한 도박 사기에 칼을 갈고 타짜로 거듭난 청년 고니(조승우 역)가 전국의 화투판을 돌면서 목숨을 건 승부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고니는 정마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화투판을 떠날 수 없게 된다.

군산 주요 촬영지는 평경장(백윤식 역)과 고니가 거주하면서 타자 훈련을 하던 신흥동 일본식 가옥, 고광렬(유해진 역)이 고니의 부탁으로 찾아간 국제반점, 영화 후반부 고니가 아귀(김윤석 역)와 한판을 벌이기 위해 건넜던 부잔교 다리, 그밖에도 군산수산물조합센터 근처 거리와 국도극장 등 다수의 장소가 영화의 중심 배경이 되었다.

필름 느와르는 B급 영화로서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함으로써 스타일의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이것은 사회제도에 의해 자행된 폭력의 구조, 법 질서와 정의가 유전되는데서 오는 끝간데 모를 공포의 심연 등의 금기 영역을 밖으로 이끌며 영화의 외연확장을 이끈면도 있지만, 죽음과 폭력 그리고 염세적인 인생관을 미화한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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