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과 건축&삶] 층간소음 기술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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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과 건축&삶] 층간소음 기술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나?
  • 김종태 (유)에이치 건축사 대표이사
  • 승인 2020.08.04 15:07
  • 기사수정 2021-03-1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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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투데이 군산
사진=투데이 군산

 

요즈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면 무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평소에 비해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저감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지난주 여러 언론매체에 거론된 층간소음문제로 인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광주의 한 아파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 뒤 집에 들어오려 한 20대 남성을 집주인이 경찰에 넘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이에 앞서 이 집엔 새벽부터 여러번 남성들이 초인종을 눌렀고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해당 집 주소로 남성들을 유인하며 입주민만이 알 수 있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아랫집에 사는 한 남성이 채팅앱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조건만남을 하자며 접근해 피해자의 집 주소로 방문을 유도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평소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행이었다"고 합니다.범행의 동기가 '층간소음'이라는 범인의 주장에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범죄로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이어진 반면에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층간소음의 괴로움 만큼은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건축설계를 주업으로 하는 건축사인 필자는 매스컴을 통해 공동주택의 이웃간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 및 방화등 중범죄의 행위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박해지는 세상인심의 변화에 슬퍼지기도 한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닌데 근래에 와서 더욱더 살벌해지면서 이웃간에 발생하고 있는 분쟁이 과연 기술적인 문제만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층간소음은 크게 바닥충격음과 전달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닥충격음은 숟가락 등 딱딱한 물건이 떨어지거나 가구의 이동에 의해 발생하는 경량충격음과 어린이 등이 뛸 때 발생하는 중량 충격음으로 구분되고 사람의 대화소리나 음악소리와 같은 전달음이 있다.

콘크리트의 재료적인 특성상 바닥판의 두께가 늘어나면 중량충격음이나 전달음은 일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경량충격음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완충재를 쓰거나 소프트한 재료를 사용할 경우 경량충격음은 상대적으로 저감된다고 조사되었다.

즉, 공동주택의 경우 구조적인 특성 및 공법상 바닥판두께의 증대만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공사비의 증대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층간소음문제는 어쩌면 구조, 재료 및 공법에 관련된 기술적인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소통부재로 인한 이웃간의 이해심의 부족과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 즉,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층간소음문제에 대한 대책을 바닥판 두께의 증대나 뜬바닥구조등 기술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도시의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적고 결국은 적은 대지에 많은 주거용 건축물을 지을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방범 및 편리함이 가미된 공동주택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요한 주거용 건축물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에 비해 매우 밀도가 높은 주거공동체로 공사비와 유지관리비가 적을 뿐만아니라 같이 모여 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넓은 정원 마당과 충분한 주차공간 및 주민편익시설 등 많은 혜택을 누리는 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부분적으로 침해받을 수 밖에 없는  형태이기도 하다.

그중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중의 하나가 바로 층간 소음문제일 것이다.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층간소음에 대한 법규적인 기준이 있지만 앞에서 서술했듯이 기술적으로 층간소음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같이 모여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집단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사람에게는 가족, 마을 그리고 국가라는 공동체가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룰이 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각박해져만 가는 일상생활들이 우리들의 여유로움과 기본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룰을 조금씩 사라지게 하고 피나는 경쟁만이 남아 있는 현실이 우리의 삶을 삭막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층간소음의 문제는 단순한 물리적 숫자에 의한 문제이기 보다는 오히려 과밀한 공간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심리적 숫자의 문제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개인 안에 쌓인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에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바닥판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등의 기술적인 방법이 아닌 남을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사회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동체 삶의 진정한 즐거움은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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