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군 斷想] 126년 '군산항'을 '군산항'이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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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군 斷想] 126년 '군산항'을 '군산항'이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항'
  • 신수철 편집국장
  • 승인 2025.05.03 09:38
  • 기사수정 2026-08-07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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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항
새만금신항
투군 편집국장
투군 편집국장

'절충'만큼 편리하면서도 모호한 단어가 또 있을까. 양쪽을 다 만족시킨 듯 하지만, 막상 누구도 웃지 못하는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군산시가 요구해온 '원포트' 운영방식은 받아들여졌지만, 126년 된 '군산항' 이름이 항만법 시행령에서 사라지게 된 게 그 대표적인 예다.

해양수산부는 새만금신항(신항)의 운영방식과 관련해 기존 군산항과 신항을 원포트로 운영하되, 그 이름을 '새만금항'으로 정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형식적으로는 군산시가 요구해온 '원포트' 방식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시민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군산항’이라는 이름은 이제 명목상으로만 남게 됐다.

즉 ‘군산항’이라는 이름은 관련법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대외적으로만 남되 전국항만기본계획 등 일부 문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논란이 예상된다.

'군산항'이라는 이름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과 지역 정체성은 쉽게 지워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뿌리 깊은 자부심이 깃든 이름이기에, 그 이름을 변경한다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상황은,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러움과 닮아 있다.항만이 분명 군산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그 이름을 ‘군산항’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 기이한 현실.

절충안이 오히려 지역민들에게는 정체성의 상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시는 막판까지 '군산항' 이름을 지키기 위해 대응했지만,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신영대 의원 역시 이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갈등을 덜어내기 위해 겉모양은 군산시의 요구를 받아들인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제시 측 주장에도 손을 들어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제시가 ‘투포트’ 미반영에 아쉽다는 입장만을 밝히는데 그친 것은, 이후 관할권 다툼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원포트'운영이라는 틀로 갈등을 덮었지만, 언젠가 다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지자체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물류 효율성을 고려한 현실적 조치였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군산이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성과 정체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물론 이름 하나 바뀐다고 해서 지역 정체성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이 지닌 상징성과 자부심을 잃게 만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절충’이란 정치적 판단에 의한 이번 결정이 과연 군산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긴 것은 아닌지 지역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판단된다면 시장과 국회의원 등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은 그 책임을 짚는 일이 먼저다.

군산시와 시의회의 환영 일색 보도자료가 유독 씁쓸하게 느껴진다.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에는 해수부가 원포트 운영방식을 수용했다며 성과로만 포장돼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도 버텨낸 '군산항'이란 이름이 이번에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정작 누구도 솔직히 알리려는 이는 없다.

'새만금항'은 아직 미완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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