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과 건축&삶] 계획설계와 가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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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과 건축&삶] 계획설계와 가설계
  • 김종태 (유)에이치 건축사 대표이사
  • 승인 2020.06.25 15:37
  • 기사수정 2021-03-1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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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치 건축사
/사진=에이치 건축사

 

일반적으로 건설을 여러분야로 나눌 수 있겠지만 크게 구분하면 건축(architecture)과 토목분야(civil engineering)로 나눌 수 있다.

업무내용으로 구분하면 기획, 설계, 시공 그리고 감리 또는 감독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토목분야는 과거 정부에서 관심의 대상인 4대강 개발사업과 같은 강이나 하천 정비사업, 도로, 항만, 택지개발 등 국가의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것이고, 건축분야는 지하나 지상에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토목분야 시설물의 경우 국가 기반시설이다 보니 발주 주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대부분이다.

반면 건축물의 경우 일부만이 국가등 공공기관의 소유이고 대부분은 민간소유이다 보니 발주 주체가 민간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각종 업무의 수행비용(용역비)에 대하여 국가에서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는 관련법규나 시행규칙 그리고 지침 등을 준수하면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민간의 경우 시장자유경제 논리라는 명분으로 상당부분 관련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건축설계분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거에 건축물을 짓기 위하여 설계를 의뢰하러 오신 지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건축에는 가설계라는게 있어요?”라는 질문을 하시면서 약간은 어색한 표정을 짓는데 짦은 순간이었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건축설계분야가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지인 역시 건축과 상당부분 공유할 수 있는 토목분야를 전공하신 엔지니어였기에 좀 더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공고한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의하면 건축설계는 계획설계, 중간설계 및 실시설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단계인 계획설계를 설계를 의뢰하시는 분들이 통상적으로 가설계(假設計)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계획설계란 건축사가 건축주로부터 사전에 요구하여 제공된 자료를 토대로 건축물의 규모검토, 현장조사 및 설계지침 등을 참조하여 예산에 따른 건축물의 규모와 기능 그리고 미관적 측면에서 설계목표를 정하고 가능한 안을 제시하는 단계다.

디자인 개념의 설정 및 관련분야(구조,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의 기본시스템이 검토된 계획안을 건축주에게 제안하여 동의를 받는 단계를 말한다.

중간설계란 계획설계 내용을 구체화하여 발전된 안을 정하고, 실시설계 단계에서의 변경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지는 단계다. 연관분야의 시스템 확정에 따른 각종 자재, 장비의 규모, 용량이 구체화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건축주로부터 승인을 받는 단계를 말한다.

실시설계란 중간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입찰, 계약 및 공사에 필요한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단계로서, 공사의 범위, 양, 질, 칫수, 위치, 재질, 질감, 색상 등을 결정하여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단계를 말한다.

즉, 관련된 각종법규와 기술력 및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총 집합한 것이 계획설계로서 그 중요성이 높기에 용역대가 역시 총설계비의 15~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축설계시장에서는 중간이나 실시설계만의 가치를 인정하고 계획설계에 대하여는 가설계라는 미명하에 건축사의 기술력이나 디자인에 대한 용역대가를 지급하기는커녕 아무나 거져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요즘의 경우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고 이러한 현실이 건축설계를 의뢰하는 측의 잘못만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런지 반성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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