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예술문화+] 4년여에 걸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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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의 예술문화+] 4년여에 걸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 송진희 서해환경 이사
  • 승인 2020.08.19 17:06
  • 기사수정 2021-03-1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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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우리가 알고 있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년~1564년)의 ‘천지창조’는 천지창조가 아니었다?

힘 없이 축 처진 손가락과 힘차게 쭉 뻗은 손가락이 닿기 직전에 정지된 그림, 바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다. 

이 천장화는 일본에서 천장화를 천지창조로 잘못 번역한 것이 국내에도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Sistine Chapel Celiling, 1508~12)는 구약성경의 아홉 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담의 창조'는 이 중 네번째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켈란젤로가 이 그림을 원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를 의뢰할 당시 미켈란젤로는 24세의 나이로 놀라울 만큼 섬세한 표현의 조각 ‘피에타’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며, 교황의 의뢰는 미켈란젤로에게 있어서 조각가에게의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가로 41미터, 세로 13미터의 천장을 그림으로 채워 넣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노동이었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음은 물론 하루 종일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작업을 해야 하는 탓에 동반되는 근육통과 두통, 뿐만아니라 물감이 눈에 들어가 시력 저하까지 오기도 했다.

'아담의 창조'에서 맞닿을 듯 닿지 않은 이 두 검지는 신(神)이 아담을 만든 뒤 숨을 불어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몽롱한 표정과 나른한 포즈로 축 늘어져 있는 아담,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지만  생기나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없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오른쪽에 그려진 신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역동적이고 육중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상반된 두 이미지가 극명하게 대비 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10대부터 해부학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시체해부를 참관하거나 실제로 실습을 하며 뼈의 위치와 근육의 움직임을 공부한 덕분에 누구보다 뛰어난 인체 묘사 능력을 갖게 되었다.

'아담의 창조'에서도 신과 인간 모두 잘 발달된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의 모습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신체를 이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야 말로 신성을 구현해 내는 것이라 믿었다. 

교회의 권위와 과학의 관찰 사이의 투쟁이 치열하던 시대를 살아가던 미켈란젤로는 독실한 신자이기도 했지만 교회의 권위를 의심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가 본 신의 모습은 지성이었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지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인간이 각자의 지성을 발휘한다면 교회를 거치지 않고도 신과 교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담의 창조'에서 신과 인간의 손가락 사이에 그 어떤 중재자도 중재하지 않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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